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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님의 [체 게바라의 사진] 에 관련된 글.
새벽길님의 글을 보니, 일전에 읽었던 <혁명을 팝니다>라는 책이 생각난다. 스타벅스 컵 안에 체게바라의 얼굴 그려진 커버의 책.
책의 저자들의 관점 자체는 나의 것과 일치하지 않았지만,(다원주의의 불가피한 결과가 시장경제 체제이고, 사회주의는 다원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체제 내의 재분배에 대한 기대등) 반문화에 대한 비판만큼은 괜찮고 커트코베인, 버켄스탁, 바디샵 등의 다양한 예가 재미있는 책이었다. 반세계화 운동에 대해서도 관점은 다르지만 시사하는 바도 있었고.
재미있는 구절이 있었는데,
"지난 50년간 불온한 것으로 취급받은 항목들을 들어보자. 담배 피기, 남자의 장발, 여자의 짧은 커트머리, 턱수염, 미니스커트, 비키니, 헤로인, 재즈, 록, 레게, 펑크, 문신, 낙서, 서핑, 스쿠터, 피어싱, 얇은 넥타이, 노브라, 동성애, 대마초, 찢어진 옷, 피임, 포스트모더니즘, 군화, 인종간 섹스. 지금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뮤직비디오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소위 반(反)문화 운동이 오히려 지난 40년간 소비 자본주의를 추진해온 주요 동력 가운데 하나였다고 비판한다. 반문화 운동에 따르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은 피상적인 것이며, 전통적인 좌익정치 역시 제도에 불과하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상을 파고든 문화, 제도 그자체이다. 의식화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스트 운동이나, 한편으로는 무정부주의와도 맞닿아있다.
"소비주의에 대한 반문화 비판, 소비의식을 날조된 순응의 형태로 분석하고 따라서 지위 재화와 구별에 대한 추구가 소비자본주의의 추동력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간과한다. 그래서 그들이 내놓은 해결책-개인의 복장 및 스타일을 통한 반란-은 새로운 반란 소비자들의 경쟁목표가 될 완전히 새로운 일련의 지위 재화를 창출함으로써 오히려 상황을 더 부추긴다. 지위를 얻기 위한 투쟁이 쿨에 대한 추구로 대체되었지만 경쟁의 기본 구조만큼은 그대로다."
체게바라가 불티나게 팔려나갈 때, 참 자본주의는 웃기는 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다. 자본주의 체제의 심장부를 겨누지 않는 이상, 자본은 저항도 혁명도 반란도 반문화도 새로운 상품으로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해나가는 것이다. 어제의 대안을 오늘의 주류로 포섭하는 것, 무서운 자본주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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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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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책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쉽게 쓰여진 것이 매력이라고 할까요? 두둑한 두께에도 불구하고 두시간 정도면 금새 읽히는 책인 듯합니다. 게다가 체 게바라의 얼굴의 그려져 있어서 웬만한 활동가들은 서점에서 한번쯤 다 읽어본 책이 아닐까 합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문화에 대한 비판과 대안은 문화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건데 그 주장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아쉽다고나 할까요? 현재 우리 사회에 적용해보면 반문화 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그저 약간 의식있고 수준높은 대중 문화가 존재한다 - 루저들의 자존심을 노래한 리쌍같은 경우가 저는 그 예라고 생각합니다 -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빛을 바래지요. 한국의 반문화 운동은 그 영향력이나 규모로 볼때 매우 미약하고 오히려 서구로부터 대중문화의 형태로 유입된 내용이 압도적인 것도 하나의 이유이고요.그러나 저 책이 한국 사회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보다 '정치'개념에 대한 정의가 삭제되어 있다는 것이 더 아쉬웠습니다. 사실 이 책의 시원한 반문화 비판에 동의하면서도 무력해지는 까닭은 그 견고해보이고 무쌍해보이는 정치라는 것의 실내용이 없다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은수님이 쓰신 '자본주의의 심장부를 겨누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한 것도 같은 경우고요. 그것이 계급투쟁, 혹은 현시기 가장 시급한 정세적 투쟁이라는 당위성만을 가진 모호한 언어로 표현되기에 운동진영은 더 무기력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올 5월에 이 책을 읽고 최근 다시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약간의 울분, 같은 것을 저자들이 아닌 '나 자신이 포함된 활동가들'에게 느껴서요. 말이 길어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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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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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독자님// 제 허접한 끄적임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 반문화운동이 부재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음, 그런데 뒤에 말씀하신 '정치'에 대한 부분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우리 운동에 필요한 '정치'에 대한 님의 생각도 말씀해주신다면, 제 고민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