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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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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진 님이 쓴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메이데이, 2006)을 어제 다 읽었다. 책읽은 소감은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글 중에 언급되는 체 게바라의 사진에 대해 말해보자.

 

저자는 체 게바라의 사진이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이를테면 하이트가 체 게바라를 술 광고의 모델로 사용한 것이 초상권, 저작권 침해를 넘어 인격모독이자 혁명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브라질의 한 의류기업은 체의 얼굴이 박인 여성 속옷을 내놓았다는데...
  
해리슨 포드가 미국대통령 역을 하고 게리 올드만이 악당으로 나오는 영화 <에어포스 원>에서 '인터내셔널가'가 몰상식하게 사용된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여수의 민주노동당 한 당원이 운영하는 술집 '체'의 경우 홍보물에 체 게바라의 사진을 박아서 달력으로 배포하였다. 이런 경우는?
   
체의 아내는 남편의 얼굴을 상업적으로 남용하는 기업들 쪽에 법정 투쟁을 경고한 적이 있다. 손석춘이 언젠가 말한 것처럼 "미제에 맞서 총을 들고 싸우다가 숨진 혁명가가 술이나 여성 속옷 광고에 모델이 된 꼴은 비극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자본과 제국주의자들이 체에 대한 붐과 열광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서점가에 혁명가의 자서전이 불티나게 팔리고, 청소년들이 이 혁명가의 삶에 열광하면서 그의 브로마이드를 신주단지 모시듯이 가지고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에 대고 "빨갱이" 운운하는 이는 일부 보수꼴통들뿐이다.
 
아마도 이것은 체 게바라가 하려고 했던 것들이 현실에서는 달성될 수 없고, 더 이상 이 체제를 위협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엄우흠의 소설 <감색운동화 한 켤레>에 보면 이제는 운동을 정리한 한 선배의 집 거실에 레닌의 사진이 걸려 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재벌 2세인 박신양은 자본론을 읽으며,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그람시의 말이 언급되어 난데없이 그람시가 인기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드라마 <다모>는 어떠한가. 루신의 말을 비스무리하게 읊조리는 주인공은 멍청한 혁명가의 초상이었다.
  
운동이 상업화되면서, 이제는 '진보'라는 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자본이 추구하는 이윤의 도구가 되는 현실.
이것이 길을 가다가 언뜻언뜻 보이는 체 게바라의 사진에 내가 가슴아파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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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1 16:19 2006/08/01 16:19

4 Comments (+add yours?)

  1. 로자 2006/08/01 16:31

    저랑 꼭같은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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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벽길 2006/08/02 16:15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할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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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에밀리오 2006/08/03 08:28

    저도 비슷한 생각 한표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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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Guerre 2006/08/03 09:58

    정말 슬픈 것은 말씀하신대로 체의 사진과 체의 자서전이 그걸 읽고 보는 젊은이들의 마음 속에 아무런 위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이겠죠. 체를 읽고 낭만을 얘기하는 사람은 봤어도 체를 읽고 혁명을 얘기하는 사람은 못 봤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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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La Habana - dos Tracked from 2006/08/03 11:42

    새벽길님의 [체 게바라의 사진] 에 관련된 글. 체게바라의 혁명 정신을 (서구) 자본주의가 훼손하고 있다고 하지만, 꾸바의 수도 아바나에서조차, 바로 그 서구 관광객들을 상대로 가장 열심

  2. Subject: 혁명을 팝니다 Tracked from 2006/08/03 12:27

    새벽길님의 [체 게바라의 사진] 에 관련된 글. 새벽길님의 글을 보니, 일전에 읽었던 &lt;혁명을 팝니다&gt;라는 책이 생각난다. 스타벅스 컵 안에 체게바라의 얼굴 그려진 커버의 책. 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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