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런 '전문가'도 있지.
아니, 많겠지.
삼성반도체 암 피해자들 중 여섯 분이 산재 불승인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아직 본격적인 재판은 열리지 않고, 서면 자료들을 제출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 사무실에 나가서 피고 측이 제출한 자료를 받아보았다.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인데, 이 자료는 피고 측 보조 참고인이 보낸 자료다. 그게 누구냐면, 삼성이다. 왜 이 사람들이 산재 인정을 받아서는 안되는지를 무려150쪽에 걸쳐 설명하고는 그 끝에 변호사 일곱 명의 이름을 늘어놓았다. 법무법인 이름을 검색해보니 엄청나게 큰 로펌이었다. 수임료는 얼마씩들 받았을까. 삼성에서 돈 한 푼 나가는 게 아닌, 근로복지공단에서 지급하는 산재보험인 것을, 그마저도 못타게 하려고 돈을 얼마씩들 쓴 걸까. 그래, 그런 전문가들도 있겠지.
최근 한겨레21을 비롯해 하니tv와 인터넷 한겨레를 통해 삼성반도체 문제가 연재되었다. 박지연씨 49재 추모문화제를 마친 뒤에 하나씩 차근히 읽어보니 어떤 사람이 유난히 덧글을 도배하고 있었다. 내용으로 보나 어조로 보나 안전보건 쪽에 대해 좀 안다 싶은 사람 같았다. 뭔가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묻어나오는 걸 보니 회사 쪽 안전보건 담당자가 아닐까 했다. 제 딴에는 열심히 안전보건관리를 했는데 자꾸 문제가 있다고 보도하니 열받을 수 있겠다.
헌데 오늘 자료를 따려고 다시 기사를 읽다보니 헐... 며칠 새 덧글을 또 달았고, 사뭇 감정도 실렸다. 심지어 한토마에는 매우 강력한 그리고 아주 감정적인 항의의 글까지 올려두었다.
(http://hantoma.hani.co.kr/board/view.html?uid=86822&cline=&board_id=ht_society:001016&cline=8)
좀 한심하기도 하고 밉기도 하여 너 누구냐 싶어 아이디를 검색창에 넣어보았다. 에라이..... 내심 혹시 이 양반이 아닐까 짐작했던 전문가가 맞다. 사실 전문가들이 흔히 취하는 제3자의 태도, 혹은 조금이라도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태도(내가 그리 좋아하는 태도는 아님)가 아니라 '나 삼성전자 직원이요'하는 티가 너무 났기 때문에 설마 아니겠지 했더랬다. 아무리 삼성 쪽 일을 보는 입장이라고 해도, 삼성 직원도 아니고 그래도 교수인데 뭘 이렇게까지 충성을 할까 싶었던 거다.
삼성에 대한 그의 철통같은 믿음과 적극적인 옹호는 과연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래. 그렇구나. 그런 거지.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니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면서 뭘 또 나는 이렇게 놀라고 실망하는가.
곰곰 생각해보면, 나는 산업보건을 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뭐랄까, 이런 저런 면에서 입장이 다를 수는 있지만, 아무리 달라도 천안함 사고 원인으로 초첨단 스텔스 어뢰에 매직으로 적혀있는 북에서 쓴게 틀림없는 글자를 찾아낸다거나, 투표로 말하라면서 당 활동을 하는 건 불법이라 하고 불법도 해고 사유가 될 만큼 어마어마한 불법이라고 우기는 것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런 사람들이 산업보건을 하는 거라고, 아마 나는 믿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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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딱 그런 느낌. 새로 채용되었다는 그 개인을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책임은 물어야겠죠. (갑자기 들불의 노래가 생각난다는... ^^;;; 요건 좀 옆길로 샌 얘긴데, '시민단체'(썩 맘에 안들지만 저들은 이리 부르더군요)로서 '정부' 혹은 몇몇 '전문가'들에게 책임을 물으면 종종 비난하지 말라고 발끈하더군요. 책임을 묻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내가 당신 기분까지 감안해야 하냐는 억울함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하아 참 어렵고 싫어요.
누군지 아이디만 보고도 알아버렸어요... 심경이 복잡하네요... ㅡ.ㅡ
이날 밤 늦게 전화로 한참 하소연했습니다만, ㅃㄲ님의 심경도 사뭇 복잡하신 것 같더군요. 그러고보니 홍실님도 비슷하실 듯 ㅡ.,ㅡ
기운 내세용. 앞으로 저런 전문가들이야 더 자주 보면 봤지, 덜 보진 않을 터이기도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저런 분들일수록, "산업화된" 농작물에 빗대자면 "단작화의 폐해"를 고스란히 안고 있기도 한지라, 숫자에 그리 연연할 상대는 아니잖겠나 싶기도 합니다.ㅎ; 저들 스스로 "마르지 않는 젖줄"이라 생각하는 토대가 정말 그런지는 사실 무척 미심쩍은 데다가, 당장 지금만 해도 저들의 믿음관 달리 조짐이 꽤나 안 좋은 상황이고..
이 분들한테 부여되는 '전문가 자격증'(=학위)의 양산 자체를 아예 막을 순 없는 이상에야, 더 중요한 건 그들의 쪽수에 압도되기보단 그네들의 반응과 행동을 패턴화하는 '생태-생리'에 대해 잘 이해하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다름 아닌 이런 생태-생리로부터 빚어지는, 가히 가관이라 할 이네들의 자기모순(혹은 자기배반)을 어떻게 후벼파야 할지 궁리해 가자는 것이죵. 전 여기에 '승산' 내지 어떤 반전의 계기가 있다고 봅니다만,, 모쪼록 콩님께서 이런 쪽으로 가닥을 잘 잡아주시리라 믿고, 일단 응원부터 해 드리고 싶네요.^^; 그러니 거듭, 기운 내시길!
제 마음이 이리도 복잡했던 것은 "그들"과 "우리들"이 본래부터 달랐던 게 아니라는, 무릇 사람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그 당연한 말을 새삼 뼈저리도록 아프게 느꼈기 때문인 듯 합니다. 격려 감사해요.
삼성전자 연간 회계를 담당했던 회계사 분을 만났었는데요, 1주일동안 50명이 넘는 회계사들이 들어가서 검사를 하는데, 오차 허용범위가 2500억이래요. 규모가 크다보니, 2500억까지는 '오차'라는 이름으로 무시할 수 있다는.
그리고 아이디 하나로 누군지 알아내기가 이렇게 쉽군요. 검색 페이지를 넘길 필요도 없네요.
2500억 규모가 '오차'라,, 그 액수면 수량화하기 좋아하는 그네들식의 논리로도,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삶(과 죽음)이 이 오차 속에 연루돼 있을라나요..;; 에혀.
나도 0.5초만에 나오는 검색결과에 놀랐어요. 하지만 삼성전자 회계의 오차범위만큼 놀랍지는 않군요. 허거덕 꽈당...
뭔가 괜히 이유없이 공감가네요. 어떤 종류의 사람들에게 저절로 가지는 기대 같은거. 아 착하게 살아야할 것 같아요.ㅠㅋ
다들 쉽게 찾았다고 해서 나도 구글로 도전해 봤더니, 안 나와... 구글이 국내용으로는 좀 약한듯... 다음으로 가니 나오네요... 삼성 직원이니 그런가 보네요... 역시 위치가 사람을... 나는 모르는 사람이라 별 생각 없는데, 직접 아는 분들은 좀 심난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