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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 부담.보육걱정 모두 덜었어요

 학원비 부담 · 보육 걱정 모두 덜었어요 _ 국정브리핑 자료중



인천 논곡중학교 2학년 혜정(가명)이는 방과 후 학교에서 학습동아리를 하고 난 후 성적이 많이 올랐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을 제대로 다니지 못했었는데 방과 후 학교를 통해 영어 수학 과학과목을 꾸준히 공부한 덕분이다.


혜정이는 “혼자 공부할 때는 잘 안됐는데 모르는 것을 그때그때 물어보고 궁금증을 해소하니까 성적이 많이 올랐다”며 “학원에 비해 싸니까 엄마한테도 덜 미안하다”고 좋아했다. 혜은이 어머니는 남동공단에서 일하면서 혼자 두 딸을 키우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도입된 방과 후 학교가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고 교육복지를 구현하는 데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논곡중학교는 주변 여건상 맞벌이와 빈곤층이 많다. 결손가정도 적지 않아 방과 후에 각 가정에서 학생들의 여가시간 활용을 지도해줄 수 있는 형편도 못되고, 학교가 외곽지대에 있다보니 교통이 불편해 사설 교육기관도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어머니회 위탁운영 방식도


다른 지역에 비해 교육여건이 열악한 논곡중학교는 지난해부터 어머니회가 위탁운영하는 방식으로 방과 후 학교를 시작했다. 인하대 사범대와 협력관계를 맺고 30명의 예비교사들이 EBS 교재로 7~8명씩 수준별 보충 학습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는 것이 특징. 수강료는 주2회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수업하는데 한 달에 3만 원 정도다.



정명옥 연구부장은 “한 학급당 5명 정도가 남동공단 주변에 사는데, 그중 생활이 어려운 학생 10여명은 무료로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가정이 안정돼야 공부할 의욕도 생기는 법인데, 기회가 생겨도 옆에서 부모가 챙겨주지 못하다보니 생각만큼 많은 아이가 참여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방과 후 학교가 저소득층만 참여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전교생 1244명 중 400명 가량이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하는 등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높다. 방과 후 학교가 성적향상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송연기 교감은 “학습동아리에 참여한 숫자가 많은 학급의 성적이 오른 반면 참여가 적은 반은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며 “방과 후 학교가 교육적 효과도 있고 사교육비 절감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사교육비 절반 이상 줄어


실제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한 후 학원수강이나 과외를 받던 학생들이 논곡중학교에서만 260명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사교육비 지출도 월 1억2435만 원에서 8535만 원으로 3900만 원 줄어들었다. 방과 후 교육으로 늘어난 교육비 912만 원을 빼면 한 달에 2988만 원의 사교육비가 줄어든 셈이다.


이 학교 학부모회장 박경희씨는 “그 전에는 학원수업과 과외를 받았었는데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한 이후 사교육비가 절반이상 줄어들었다”며 “1~2년 지나 방과 후 학교가 지금보다 체계가 잡히면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그러면 다른 학부모들도 더 많이 아이를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논곡중학교는 학습동아리 외에도 외부 전문강사가 지도하는 포토샵, 퀼트, 만화, 비즈공예, 요가, 인라인스케이트 등 다양한 특기적성교육도 한다. 영어·일본어 회화반, 한자·컴퓨터 자격증반도 있다. 주변에 사설교육기관이 충분하지 않다보니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을 받을기회가 없었는데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로부터 반응이 좋은 편이다.



소외계층 자녀 방과후 탁아·교육기능


방과 후 학교는 사교육으로 인한 교육적 불평등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맞벌이 부부나 소외계층 자녀의 방과 후 탁아 및 교육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안정적인 직장생활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인천송림초등학교 1학년 태수(가명)는 엄마랑 둘이 사는 모자가정이다. 그러나 빈집에서 혼자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걱정이 없다. 정규수업이 끝나면 학교 1층에 마련된 방과 후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공부도 하고 놀이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수군 어머니는 “아빠가 없다보니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형편”이라면서 “아이가 혼자 있는 게 마음에 걸렸는데, 학교에 맡기니까 마음 놓고 직장을 다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자활후견 기관에서 일하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그녀는 “무엇보다 비용이 저렴해 부담이 없었다”며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인천 송림초등학교는 2004년 6월부터 방과 후 학교 보육프로그램의 하나로 솔빛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교실을 개조하여 바닥에 난방시설을 하고 주방, 취침실, 독서코너, 교육활동실을 마련했으며 컴퓨터와 소파도 들여놓아 가정처럼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꾸몄다. 보육교사와 보조교사 2명이 부모가 퇴근하는 저녁 7시 30분까지 아이들을 돌보는데, 월 1만 원의 간식비만 받는다.



전태일 인천 송림초등학교 교감은 “지역적으로 맞벌이부부와 저소득층이 많아 신청자가 정원 30명을 초과하는 실정”이라면서 “인천시의 보조를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여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송림초등학교와 같이 맞벌이부부나 소외계층 자녀의 방과 후 탁아 및 교육을 위한 방과 후 교실은 전국적으로 681개 초등학교(12%)에서 운영되고 있다. 참여하고 있는 학생은 1만5538명. 2005년 현재 지자체 지원을 포함하여 83억50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되어 있다.



초등은 특기적성교육 위주 구성


송림초등학교는 저학년 중심의 솔빛교실 외에도 고학년까지 참여하는 ‘송림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맞벌이부부 자녀들이 중간에 수업이 없는 시간에도 학교에서 머무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꾸민 일종의 쉼터다. 송림사랑방에는 여학생 남학생 휴게실이 따로 설치되어 있고 독서, 인터넷, 영화감상도 할 수 있다. 담당교사가 있어 과제를 도와주기도 한다.


초등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 후 학교는 중·고등학교와는 달리 학습적 목적보다는 보육과 특기적성교육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송림초등학교도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전교생 900명 중 500명 가량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도가 높다. 컴퓨터 강좌의 경우 200명이 수업을 듣는다.


이처럼 방과 후 학교는 가정 형편 때문에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또다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방과 후 수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어서 학교별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70~80%가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방과 후 학교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수준 있는 강사를 확보해서 질 높은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방과 후 수업 때문에 교사들이 과도한 업무부담을 지고 정규교육이 위축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안전관리를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은 너무나 시급한 과제다.



인터뷰 -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학부모회 어머니 강경옥씨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학교에서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윤이는 원래 사설학원에 다니지 않았었는데 방과 후 학교에서 학습동아리 뿐만 아니라 골프, 요가, 줄넘기, 독서논술 등 다양한 특기적성수업을 들었다. 선생님 보호 아래 있다는 게 안전해서 마음이 놓이고, 학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었다.”


- 방과 후 학교가 실제 도움이 됐나.

“아이가 셋이라 특기적성교육은 꼭 원하던 것이었다. 특기적성교육은 지금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인데 다양한 강좌가 개설되어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주변에는 관련 학원들도 거의 없는데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학습동아리는 보다 체계적으로 반편성이 되어 수준별 학습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도 꾸준히 공부하는 학습태도를 이어가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학부모회가 방과 후 학교를 위탁 운영하다보니 어려운 점은 없었나.

“수강료도 걷고 강사관리도 해야 하는데,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한다고 해도 행정적으로 많은 한계가 있다. 선생님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앞으로는 방과 후 학교를 전담하는 전문요원이 배치되어 행정적인 처리를 해줬으면 좋겠다.”


-방과 후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다. 제도적, 경제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잘 자리 잡는다면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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