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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복지와 여성에 의한 복지

 

여성을 위한 복지와 여성에 의한 복지



Never deny the power of a woman!


김영란(목포대학교 사회복지전공)



Ⅰ. 들어가는 글


   세상을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글의 주제와 맞추어서 세상을 보자면 가장 간단하고도 일반적으로 “세상의 반은 여성이고 그 반은 남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경에 따르면, 태초에 하느님이 한 남성과 한 여성을 창조하시고(남성의 갈비뼈로 여성을 만드셨건 어쨌든 간에) “보시기에 참 좋았다”라고 하셨지만 세상의 첫 남녀인 이 둘을 비롯하여 그들의 자손들은 대대로 서로에게 상처주기와 화해하기를 번갈라 하면서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물론 누가 더 상처를 많이 받고 누가 더 화해를 많이 했는지를 묻는다면, 단연코 여성들은 여성이라고 답할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고개를 젓는 남성도 많겠지만(혹은 모든 남성이 그렇게 할지도 모르지만), 잠시 자신들의 어머니와 누나와 여동생을 기억하라는 주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대부분이 더 상처 받고 더 화해하는 사람이 여성이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이 글의 주제인 ‘여성을 위한 사회복지와 여성에 의한 사회복지’를 놓고 나는 상처 받는 여성으로서 사회복지의 수혜자를, 또 화해하는 여성으로서 사회복지의 제공자를 그려보았다.

   생각해보자, 성별기준으로 따져 세상의 반은 여성으로, 또 그 반은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여성복지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논의 주제에 포함되는 반면 남성복지는 그 용어마저도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이면에는 여성이 남성과 비교하여 사회에서 상당한 불이익과 불공평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그래서 사회는 성적 불평등으로 인한 여성들의 고통을 제기하고 그것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쏟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사회가 여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데 관심을 갖았다고 하기보다는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세상에 제기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여왔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만일 이러한 문제제기와 해결의 관심이 남성에게서 시작되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여성들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전 생애에 걸쳐 불이익과 불공평을 겪어왔지만 오히려 자신을 비롯한 모든 상처받기 쉽고, 불리한 입장에 처하고,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사람과 집단들에게 특별한 그리고 진정한 관심과 배려를 제공해 왔다. 가장 비공식적이고 기본적인 수준에서는 어머니가 어린 자녀를 그렇게 키워왔고, 공식적이고 전문적인 수준에서는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교육직, 상담직, 간호직, 사회복지직 등이 그러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담당하여 왔다. 나는 이것이 바로 억압받으면서도 배려하는 여성의 양면성이며, 또한 소멸되지 않는 여성의 힘이며, 나아가 세상을 살려가는 생명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이 글은 광주여성아카데미의 강의를 위해 급조된 까닭에 그 내용은 만족스럽지않지만 글을 쓰는 나 자신의 여성성의 힘을 빌어 특별한 글쓰기 방식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엄격하고 무겁기보다는 자유롭고 편안한 글을 통해 여성과 복지의 관련성을 개관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글에서는 두 개의 큰 주제를 다룰 것이다. 하나는 여성을 위한 복지로,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의도적인 개입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봄으로써 여성복지의 정당성을 제시하고, 여성복지가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실천되어야 하며, 그 실천 영역에는 어떠한 것이 포함되는지, 그리고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여 여성을 위한 복지를 실천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여성에 의한 복지로, 특히 사회복지 역사를 통해 나타난 여성 사회복지실천가들의 삶을 조명하여 본보기를 삼고,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실천되고 있는 여성에 의한 복지 중에서 대표적인 비공식적 사회복지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의 보살핌노동과 사회복지전문직에서의 여성 사회복지실천가들의 특징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여성에 의한 복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Ⅱ. 여성을 위한 복지


1. 정당성 - 여성복지가 필요한 이유


   사회복지의 역사를 통해 보면 사회복지의 주류적 관심은 빈곤문제, 노인문제, 장애인문제 등 인간이 경험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을 뿐 성(gender)을 중심으로 한 접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는 성은 사회적 현상이나 문제를 가르는 양대 줄기가 되며, 남성과 여성의 차이로 인해 현상과 문제에 대한 규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성은 사회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중요한 준거가 된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그 사회의 가부장적 가치와 성에 의한 불평등적인 구조를 반영한다. 이로 인해 여성은 사회적 개입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김인숙 등(2000)은 이러한 사회적 위험의 조건을 네 가지로 요약하였다. 다시 말해 이러한 조건들 때문에 여성을 위한 복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1) 빈곤의 여성화

빈곤의 여성화(feminization of poverty)란 1970년대 말 피어스(Pearce)에 의해 처음 사용된 용어로, 빈곤층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율이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는 여성가구주와 여성노인의 경우 뚜렷하게 드러나는 현상으로,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세계화의 진전은 노동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경쟁을 심화시킴으로써 더 많은 수의 여성이 빈곤화되어가고 있다.


2) 임시고용의 여성화

임시고용의 여성화란 여성의 고용이 저임금, 비숙련의 시간제 영역에서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렇게 되면 여성 고용이 불안정하게 되고, 여성이 쉽게 해고당할 수 있어 실직에 매우 취약하게 된다. 한편, 시간제 근무나 가내노동은 직장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여성이 선호하는 근로형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근로조건 하에서는 열악한 임금조건과 사회보장혜택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여성에게서 임시고용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빈곤의 여성화를 가속시킬 뿐 아니라 여성들의 삶의 질을 하락시키기도 한다.


3) 가부장적 가치와 불평등적 결혼관계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성과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삶을 영위한다. 결혼생활에는 여성과 남성 간에 최소한의 역할 분화가 나타나기 마련인데, 많은 경우 여성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는 사회에 뿌리깊은 가부장적 가치 때문이다. 가부장적 가치는 남성의 가문을 전승시키기 위한 생식의 기능을 여성 성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고, 여성은 남편 가문 혈통의 순수성을 보장하기 위해 순결과 정절을 절대적인 의무로 부담시키는 사회가치이다. 이러한 가치는 결혼생활은 물론 이거니와 사회생활 전반에 거쳐 남성이 우선시되고 여성이 차별 받는 구조의 핵심이 되어왔다.


4) 보호적 책임의 전담

여성에게는 아동과 요보호성인에 대한 보호(care)의 책임이 부과되어왔다. 여성에게 있어 자녀보호는 여성의 취업여부와 무관하게 여성의 몫으로 간주된다. 물론 산업사회에서 여성의 취업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현실이기 때문에 탁아의 사회화, 노인보호의 사회화 등을 통해 여성의 가족 보호 기능을 사회로 이전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전히 좋은 엄마와 며느리 혹은 딸이 되어야 한다는 내적․외적 요구에 빠져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여성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요구,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구조는 여성을 남성에 비해 상대적 악조건에서 살아가도록 하여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는 정부나 사회의 의도적 개입이 요구되며, 이것이 바로 여성복지가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2. 가치 - 전통적인 사회복지와 여성주의 사회복지


   지금까지 사회복지에 대한 연구는 사회문제를 구성하는 개인을 독립된 개별 인간으로 두었을 뿐 성별차이를 중요한 개념으로 삼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어 여성의 빈곤은 이를 초래하는 사회적 장치나 과정이 남성과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빈곤 문제의 일부로만 파악하고 여기에 누적되어 온 성차별적 측면은 간과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복지학은 여성에 대한 관심보다는 주로 ‘빈곤한 자,’ ‘생활상의 곤란을 겪고 있는 자’ 등 계층 간의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나아가 사회복지정책이나 서비스가 여성을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예를 들어 일정한 유형의 가정 모델(무보수 가사노동을 하면서 생계를 전적으로 가장에게 의존하는 주부)을 설정한다든지, 여성의 노동력이 불가시적이라고 하여서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 각종 사회보험에서 불리한 취급을 받는다든지, 여성의 문제를 개인적 부적응의 문제로 받아들인다든지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처람 전통적인 사회복지는 성맹적(sex-blind) 경향이 강하고,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성차별을 강화하기도 하여 여성주의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반면, 복지국가 논의가 활발해지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보편화되며 여성주의가 성장하면서 사회복지전문직이 방향을 모색하는데 여성주의와 사회복지의 발전적인 통합을 시도하였다. 대표적으로 여성주의 사회복지는 사회복지현장 실무에서 성차별로 인한 여성의 문제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사회복지사에 의해 태동되었다. 여성주의 사회복지는 사회로의 적응을 강조하는 기존의 사회복지와는 달리 사회구조에 도전하며, 성차별로 인해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고 적절한 해결법을 갖지 못했던 기존의 사회복지와는 달리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여성주의 상담이나 치료의 원리를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여성주의 사회복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초보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클라이언트 문제의 사회적인 조건을 중시하는 것, 클라이언트가 전통적인 성역할에 고착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 여성의 독립심과 능력을 계발시켜 주려는 것은 여성주의 사회복지실천이 공통적인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여성주의 사회복지는 여성의 문제가 성차별적인 가정에서 비롯된다는 인식 하에 사회의 성차별적 요소에 대한 도전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3. 영역 - 여성과 사회복지서비스


   일반적으로 여성복지의 대상이나 영역은 당연히 여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나 혹은 가족이 여성에게 기대하는 역할 때문에 단순히 여성이 여성복지의 대상이라고 설정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아동의 양육과 관련한 사회복지서비스는 아동복지에 속하는가, 아니면 여성복지에 속하는가 하는 문제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경우는 여성 개인을 일차적인 대상으로 하는 정책보다는 의존자나 혹은 가족의 보호자로서의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여 그러한 역할에 지원하는데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복지는 크게 여성의 특성을 통해서 나타나는 문제, 우리나라 정부의 의도대로 여성이 사회로부터 기대 받는 역할을 통해서 나타나는 문제, 그리고 여성의 생애주기를 중심으로 하여서 나타나는 문제로 구분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표1] 참고)



[표1] 여성복지의 영역과 대상

영역

대상

주요문제영역

저소득 모자가정, 미혼모, 가출여성, 매매춘여성, 학대받는 여성, 저임금 근로여성, 이주여성, 취업희망여성, 사회교육희망여성 등

역할영역

편모가정 자녀의 교육비지원, 탁아비용 보조, 공부방 이용료 면제, 정서적 지원, 편모가정 아동수당 등

생애주기영역

결혼, 출산, 이혼, 부모/배우자 사망, 여성의 실직, 가족원의 장애 등

   여성의 특성을 기준으로 볼 때 여성복지는 일반여성과 요보호여성으로 구분하여 접근할 수 있다. 요보호여성은 누군가로부터 보호를 필요로 하는 여성을, 그리고 일반여성은 요보호여성을 제외한 모든 여성을 가르킨다. 그러나 요보호여성이라는 용어가 여성들을 나약하고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성인으로 인식시킨다는 점 때문에 요즘에는 취약계층여성이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 한편, 사회복지측면에서 보면, 일반여성은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사회교육의 욕구를 가진 여성이나 취업의 욕구를 가진 여성들이 이에 해당된다고 보겠다.

   두 번째로 여성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중심으로 여성복지가 이루어지는데 여기에는 대표적으로 자녀에 대한 각종 보호적 지원이 해당된다. 특히, 여성 혼자서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편모가정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여성에게 부과된 짐을 덜어주는데 서비스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가족복지 혹은 아동복지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서 여성복지의 정체성을 흐리게 하는 측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생애주기를 중심으로 여성이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단계별 특성에 따라서 각각의 단계에서 일반적으로 생겨나는 욕구 및 사건을 중심으로 여성복지의 대상과 내용을 선정할 수 있다. 생애주기에 대한 접근은 보편적이고 규범적인 생의 사건들과 위기적인 생의 사건들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문제를 가진 여성뿐 아니라 일반여성들의 보편적이거나 특수한 욕구와 문제도 파악하고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기준이 된다. 



4. 방법 - 임파워먼트와 여성복지실천


   전통적으로 사회복지에서 사용되는 접근방식은 정책과 임상으로 나뉘어지는데, 여성의 동등한 권리확보와 복지향상과 관련한 접근방식에는 운동적 접근이 더해진다. 즉 여성을 위한 복지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 예를 들어 교육, 노동, 문화, 복지, 경제, 보건, 인권, 환경, 가족 등에 대한 정책이나 법, 제도와 같은 정부의 정책을 포함한 일련의 거시적 차원의 조직적 활동과 욕구를 가진 여성에게 직접적으로 제공되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 시설보호 서비스 활동 등이 포함된다. 이와 더불어, 여성문제는 그 근원이 성차별적 이념, 가치, 정책, 제도 등에 있다는 근거 하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틀을 변화시키기 위해 여성운동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보면, 사실상 운동적 접근은 공식적인 사회복지 접근의 방법으로 체계화되지는 않았지만 여성복지의 발전을 위해서는 운동적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고 그 실천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달리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민운동과 사회복지가 연계하듯이 여성복지와 여성운동계와의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을 위한 복지를 실천함에 있어서 정책, 서비스, 운동, 이 세 방법을 포괄할 수 있는 실천전략으로 임파워먼트 모델을 들 수 있다. 임파워먼트(empowerment)는 세력화, 능력향상, 권한부여, 능력고취 등 다양하게 번역되고 있으며, 사회복지실천상의 정확한 의미를 내리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최근 급진적인 사회복지실천 뿐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복지실천의 기법으로 도입되고 있는 유행 개념이다. 임파워먼트 접근은 무능력(powerless)한 사람들에게 힘을 부여한다는 의미로, 이 접근법은 무능력한 사람을 클라이언트로 삼는데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임파워먼트 접근법의 실천대상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취약한 소외계층인 여성 및 장애인, 노인, 만성 정신장애인들 등이 포함된다. 이 들 중에서도 여성은 역사적으로 오랜 세월 동안 소외와 피억압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과는 다른 경험을 하여왔다. 예를 들어 침묵하게되고 복종적인 모습을 나타내거나, 자신의 생각과 사고를 정리하거나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개별적이거나 집단적인 행동이 줄어들게 되는 등의 무력화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었을 때 여성은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을 보이면서 자신의 상황을 변화시키는데 무력하고 자기비난에 익숙해진다.  

   결국 임파워먼트는 무기력한 상태를 전제로 하여, 그것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거시적 수준에서 집단적인 정치적 파워를 증대시키는 과정, 미시적 수준에서 증대된 힘과 통제력에 대한 개인적 느낌을 개발하는 과정을 포함하는 접근방법을 사용한다. 다시 말해, 여성을 위한 임파워먼트 실천은 여성 자신들이 스스로 비판적인 의식을 키워나가며,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탓 혹은 자신의 무능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줄여나가는 것이며,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구체적으로 여성의 강점과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여 자기비난과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강점지향적 관점(strength perspective)를 활용하고, 여성 스스로 새로운 문제해결 방법을 찾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통제해 가는 전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을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며, 사회복지사와의 관계에서 신뢰, 동의, 존중, 진실을 느낌으로써 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경험을 제공하여야 한다.

  

  


Ⅲ. 여성에 의한 복지


1. 사회복지 역사와 여성


   사회복지의 역사를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복지국가를 이룩하는데 기여한 여성이나 사회복지의 지식과 실천의 발전에 기여한 여성의 이름을 접하게 된다. 비록 악법으로 폐해를 드러냈지만 빈곤과 관련된 역사상 최초의 법인 빈민법도 엘리자베드 여왕이 왕좌에 있을 때 완성되었다. 하센펠드(Hasenfeld)가 사회복지는 “gendered work”(1992, pp.7-9)  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사회복지역사의 여러 장면에서 여성의 의해서 이루어진 복지의 거대한 업적들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사회복지의 역사를 만들어간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인 애덤스(Jane Addams), 메리 리치몬드(Mary Richmond), 비아트리스 웹(Betrice Webb)에 대한 소개를 해 보고자 한다. 제인 애덤스는 현장 실천의 모범을 보였고, 메리 리치몬드는 개별사회사회사업의 지식체계를 발전시켰으며, 비아트리스 웹은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나는 이들을 사회복지의 전 영역을 대표하는 인물로 선정하였다. 이 외에도 흥미로운 활동을 한 두 여성을 재미 삼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한 명은 성에 대해 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시기에 전염성 성병과 관련한 활동을 벌였던 죠세핀 버틀러(Josephine Butler)이고, 다른 한 명은 남성도 하기 힘든 영국의 주택정책을 바로잡았던 옥타비아 힐(Octavia Hill)이다.

  

1) 제인 애덤스(Jane Addams, 1860-1935)

미국 사회복지발전에 가장 기여를 많이 한 인물로 평가되는 제인 애덤스는 1860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더빌(Cedarville)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허약했으며 어머니마저 일찍 여의었으나 퀘이커교도인 아버지의 엄격한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녀는 래크포드 대학(Rackford College)을 졸업하고 다시 의과대학에 입학했으나 척추가리에스의 재발로 학교를 중단하고, 병이 회복된 후 요양 차 유럽여행을 떠났는데, 영국 런던의 빈민가로 알려진 이스트엔드(Eastend)를 지나던 중 빈민들의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빈민구제라는 어릴적부터의 꿈을 실현하기로 결심하고 영국의 토인비홀(Toynbee Hall)을 방문하여 인보관 사업을 면밀히 관찰했으며, 토인비 홀의 설립목적과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회사업가들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고 미국에도 토인비 홀과 같은 인보관을 설립할 것을 결심하였다. 애덤스는 귀국 후 학교 친구인 엘렌 게이트스타(Ellen Gatestarr)와 함께 이민 온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시카고에 미국 최초의 인보관인 헐 하우스를 세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업을 전개한다. 그녀는 헐 하우스를 중심으로 소년소녀들의 각종 클럽활동, 탁아소, 유치원, 토론회나 강습회, 음악 미술의 특별학급, 운동장, 캠프 및 레크리에이션 등 각종 사업을 전개하였다. 그녀는 제1차 세계대전 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으로 뽑혔다. 그녀는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75년의 생애 중 45년간을 헐하우스에서 지냈으며 금주법, 여성참정권, 임금이나 고용조건의 개선, 노동시간의 단축, 안전한 공장, 세계평화에의 기여 등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녀는 여성으론 처음으로 예일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30년 세계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2) 메리 리치몬드(Mary Richmond, 1861-1928)

메리 리치몬드는 제인 애덤스와 함께 미국의 사회사업발전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인물이었다. 제인 애덤스가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한 것과는 달리 리치몬드는 매우 가난한 가운데 할머니에 의해서 양육된 고아였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선조직협회의 사무원으로 들어갔으나 승진을 거듭하여 자선조직협회의 최고위직까지 올라갔다. 여성은 결혼해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지내는 것이 주요 역할이라는 관념이 지배적이었던 당시에 그녀는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면서 여성은 전문직으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고졸학력인 사람이 저술한 것으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사회사업에 대한 높은 지식과 기술을 기술한 그녀의 명저인 「사회진단」(Social Diagnosis, 1917)은 미국사회사업의 전문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 외에도 「빈민 속의 우애방문단」(Friendly Visiting Among the Poor, 1899), 「개별사회사업이란?」(What is Social Case Work?, 1922) 을 집필하였다. 이러한 저작활동은 사회사업은 전문직이 아니라고 비판한 의사 플렉스너(Flexner)의 주장에 대해 반기를 들고 사회복지의 전문적 지식과 교육체계를 제시하려는 리치몬드의 평생 노력의 결과였다.


3) 비아트리스 웹(Beatrice Webb, 1858-1943)

비아트리스 웹은 1858년 1월 2일, 영국의 글로스터(Gloucester) 부근의 스탠디시(Standish)의 저택에서 9녀 1남 중 여덟 번째로 태어났다. 유일한 아들이었던 동생은 어릴 때 죽었고 바로 위의 언니와 아래의 동생과는 나이 차이가 많은 편이어서 놀이 상대가 없이 고독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더욱이 매우 병약한 체질이어서 성인이 될 때까지 공식적인 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다. 이 시절에 그녀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사람은 노동자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던 유모와 사업상 출타 시 딸들을 데리고 가는 아버지였다. 비아트리스의 아버지는 딸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이라면 어떤 종류의 것이라도 구해주는 사람이었다. 또한 아버지의 친구인 허버트 스펜서는 비아트리스의 사회 탐구의 능력을 길러주었다. 그녀는 당시의 부르주아 계층의 여성들처럼 자선활동을 행하고, 단속적이기는 하지만 상당기간 COS에서 활동하였다. 또한 옥타비아 힐을 도와서 주택환경개선 사업활동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관심을 끈 것은 유모의 협조를 얻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노동자 계층의 가정에 머물면서 그들의 일상생활을 경험하고 노동조합원과 교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노동자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깨닫지 못하다가 드디어 사촌 형부인 부우스(Booth)를 도와서 런던의 빈곤조사를 행하면서 빈곤의 실상을 접하고 그 원인을 탐구하게 되면서부터 자신의 확고한 방향을 설정하게 되었다. 그녀는 이스트엔드(Eastend)지역의 봉제공장, 도크노동자의 생활 등을 직접 조사하고 논문을 발표하여 고한노동에 대한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1892년 7월 23일 비아트리스는 자신보다는 훨씬 낮은 계층인 시드니와 결혼하여 사망할 때까지 줄곧 남편과 함께 사회활동과 저술활동을 하는 협동생활을 유지하였다. 아무런 소득이 없어도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형편이 되었던 비아트리스의 재력 덕택에 부부는 사람들을 저택으로 초대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받아들이도록 침투활동을 하는 한편 페비안협회에 가입하여 여러 사람들과 사상과 우정을 나누었다. 부부는 「노동조합운동사」를 합동저술하고 영국의 교육, 정치, 지방자치에 관한 연구와 정책개발을 지속하였다. 부부가 참여한 대표적인 실제적 사회개혁활동은 구빈법개혁으로 비아트리스는 왕립구빈법위원회의 왕립위원으로 임명되어 제도의 개혁에 진력하였다.


4) 죠세핀 버틀러(Josephine Butler, 1828-1906)

죠세핀 버틀러는 1860년대 영국에서 매춘을 규제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접촉성 전염병에 관한 법(Contagious Disesase Act)에 반대한 영향력있는 운동가였다. 그녀는 1828년 노덤버런드의 딜스턴에서 휘그 정권의 귀족인 죤 그레이 부부의 일곱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부친은 농업개혁자이나 노예반대운동가였는데, 그런 속에서 그녀는 불의에 대한 증오, 노예제도와 모든 독재권력에의 혐오, 그리고 변화를 성취하기 위한 적극적인 참여의 필요성을 배웠다. 부친은 그녀가 청소년기였을 때 사회상황을 폭로한 서적들과 정부보고서를 읽게 하였고, 사회적․정치적 문제들을 잘 알 수 있도록 격려하였다. 그녀는 1851년 영국 국교계의 목사이며 후에 리버풀 대학의 총장이 되었던 조오지 버틀러와 결혼하여 종교적․사회적․정치적 신념을 같이 하였다. 이들은 4명의 자녀를 두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였으나 외동딸이 죽으면서 자신보다 더 불행하고 더 비참한 사람들을 찾아나섰고 1860년대 리버풀의 비참한 생활을 보고 운동가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정하였다. 특히 많은 여성들 중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매춘부들임을 깨닫고 빈곤한 항구도시에서 은신처도 없는 수많은 매춘부들을 위하여 활동하였다. 그녀는 이들 매춘부들이 가난한 이유는 여성들보다는 남성들에게 더 많은 돈을 주고 더 좋은 직장을 제공해 주는 산업화 또는 그 이전의 경제체계의 영향 때문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1860년대 말부터 그녀가 활동한 것 중 핵심적인 부분은 사회적․경제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남녀가 동등한 기회와 지위를 가지는 것이었다. 이후 접촉성 전염병 퇴치운동, 여성 투표권 확보 운동 등을 전개하였지만 어떤 것도 그녀 당대에 성과를 본 것은 없었다. 그녀는 신설된 COS와 구빈법에 대해 획일화된 제도라는 비판을 가하였다. 그녀는 한 마디로 산업자본주의와 제도화된 남성 지배로 인해 나타난 추악한 면에 대항하여 힘든 투쟁을 계속해 오면서 사회정의와 인간의 평등가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5) 옥타비아 힐(Octavia Hill, 1838-1912)

빈민을 위한 주택정책의 대표적인 권위자인 옥타비아는 결코 부유하지 않은 가정에서 어린 나이때부터 자신의 생활을 책임져야 했고, 개인적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여건에서 자랐다. 그녀는 빈민학교 아동들을 위한 완구제작 작업실의 감독자로 일하면서 빈민들의 생활을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자선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녀의 열정과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은 자녀가 있는 빈민가정들이 적당한 집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었다. 빈민가 임대주들은 아이들이 자라야 할 환경을 더럽고 불완전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고, 무책임하고 술에 취해 있고 무기력하며 불결한 생환환경에 안주하는 빈민가의 세입자도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그녀는 주택정책의 목표가 혼란한 당시의 상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정책대안을 선택해 나갔다. 그녀는 임대주와 세입자 모두에게 혼란으로부터 벗어나 질서를 가질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을 할 것을 설득하였다. 우선 세입자에게는 절약, 절제, 책임감을 길러주기 위해 집세를 철저히 지불할 것을 강조하고 집세가 지불된 경우에는 임대주로 하여금 철저하게 주택에 대한 수리와 개선을 하여 생활환경을 향상되도록 하였다. 옥타비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동회관과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확보하고 교육을 받도록 강요하는 등 주택관리를 사회사업의 한 형태로 만들었다. 또한 주택관리를 하는 노동집약적이고 시간소모적인 활동을 자원봉사자를 고용하여 집세수금원과 자산관리자로 활용하였다(이때 비아트리스 웹이 주택관리자 중의 한 사람으로 활동하였다). 그녀의 방법은 명백하게 권위주의적이었다는 후대의 평가를 받았지만 주택에 관한 특별한 대안을 제시한 선도적인 인물들 중 한 사람이었음을 부인하지는 못했다.



2. 보살핌 노동과 여성


   사회복지는 건강하고 행복하며 안락한 상태를 위해 사회적 수준에서 개입하는 활동이며, 이는 주로 사회복지사들이 제공하는 노동의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일부의 노동은 사회복지사 뿐 아니라 여성들이 가정에서 돌봄을 제공함으로써 그 역할을 수행하여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은 가정에 국한되었고,  거기서 아동과 병자, 노약자, 장애인을 무임으로 돌보는 가사노동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결국 가부장제 사회에서 돌봄의 노동은 여성과 사회복지사들의 고유한 역할이자 도덕적 실천으로 인정되어 왔다.

   돌봄의 역할이 주로 여성에 의해 수행되어 왔고, 그것이 가족과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여성주의자들은 이러한 활동이 사회적으로 남성의 윤리로 대표되는 정의의 윤리에 대한 불완전한 윤리로 인정되며, 따라서 가치절하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여성주의자들은 돌봄을 제공하는 여성의 무임노동을 가정 내에서 유지시키면서, 그것을 자본주의의 교환가치를 지닌 노동력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여왔다. 가사노동에 대해 아무런 대가를 지불받을 수 없다는 점이외에도 아동이나 노약자를 돌보기 위해서 취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은 여성의 무임금 보살핌 노동의 이중적 제약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의 보살핌 노동에 대한 주제는 1970년대 이래로 사회주의 페미니즘이나 맑스 페미니즘에서 줄곧 논쟁을 벌여 온 주제였다. 이들은 여성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것을 하나의 경제적 범주로 파악하지 않고, 이를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에 입각한 모성활동의 연장 혹은 도덕적 실천활동으로 보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술수라고 지적하였다. 이들은 비록 가사노동이 화폐경제권 밖에 위치하고 있지만 엄연히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활동이며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노동이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제 과거에는 여성의 역할로만 여겼던 많은 부분들을 가족구성원간의 분담하는 것을 권장하고, 성평등교육이 적극 장려되면서 사회적으로 성평등에 기초한 제도들이 채택되는 변화를 겪고 있다. 또한 복지국가의 발달과 함께 가족의 기능이 축소 내지 변화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면서 여성이 수행해 오던 보살핌 노동의 기능을 사회적 서비스로 대치해 나가고 있다. 나아가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비용지불에 대한 요구도 늘어가고 있다.

   이처럼 여성의 보살핌노동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여성의 사회참여만 증가할 뿐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동과 노약자에 대한 학대와 유기가 파행적으로 일어나며, 일부 여성은 이로 인한 부담으로 인해 가출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나아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돌봄의 도덕적 혹은 윤리적 의무를 저버리고 사회에로의 참여만을 주장하는 여성의 이기적 행위로 간주하고 여성을 비난하기도 한다. 

   이 모든 문제는 결국 여성노동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사회적 시각의 문제로 요약될 수 있다. 결국 여성의 성성과 노동력의 관계는 여성의 “모성보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며, 이것을 국가적 차원에서 마땅히 보호해야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문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선택은 여성의 노동력이 남성의 그것에 비해 효율성과 비용효과성이 낮다고 평가할 것인지, 그래서 주변적인 노동으로밖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남성과 여성의 노동력을 특수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르지만 동등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다시 말해 여성과 남성을 얼마나 동등하게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회복지전문직과 여성


   역사적으로 사람을 돕는 일은 여성의 몫이었고, 따라서 현재까지 사회복지서비스영역은 여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왔다. 물론 수적으로도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 한국사회복지사 기초실태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사회복지 종사자의 64.8%가 여성으로 조사되었다고 보고되었다(이숙진, 1993). 보건복지부 2004년 통계연보에 의하면, 총 85,449명의 사회복지사 자격증(1,2,3급 모두) 소지자 중 여성의 수(64,218명)는 남성(21,231명)보다 3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인용한 하센펠드의 언급처럼 사회복지전문직은 철저히 성을 중심으로 분화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클라이언트에 대한 직접서비스는 감정적이고 보호본능적인 본성을 가진 여성이 적합한 반면, 사회복지정책이나 행정처럼 관료제의 속성을 가진 업무는 남성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중심적인 사회복지조직에서도 주로 일선 업무는 여성이, 행정과 관리업무는 남성이 담당하는 이중구조를 갖게 되었다. 특히 가족의 기능, 즉 주로 여성의 기능을 대체하거나 보완하거나 지지하는데 주력하였던 사회복지서비스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보살핌의 역할에 익숙한 여성의 참여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사회적 역할분담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는 마치 가사노동이 화폐적 경제 밖으로 밀려나 자본사회에서 가치절하되었던 것처럼, 사회복지전문직 역시 교환가치화된 노동 가운데서 가치절하되면서 사회복지사의 임금수준과 처우는 비가시화된 서비스 노동으로 전락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뿐 만 아니라 같은 사회복지직의 종사자사이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차별적인 요소로 인해 임금과 승진, 업무배치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어(성희자․이현정, 2002; 김미숙․조연숙, 2002), 우리나라 여성 사회복지사들은 사회적으로 가치절하된 노동 현장에서 남성보다 더 차별적 대우를 받으면서 이중 고통 속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타인과 그 가족들을 보살피면서 정작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은 보살필 수 없는 아이러니와, 그러한 아이러니를 감수하면서 노동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우를 받지 못하는 불합리는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중심 사회복지구조의 문제점이다.  



Ⅳ. 나오는 글


   이 글은 크게 여성과 사회복지에 대한 짧은 단상에 불과하다. 이 글의 요점은 사회복지영역에서 여성이 참여하는 이중적 성격, 즉 서비스 수혜자로서의 여성과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여성에 대한 몇 가지의 논의를 전개하는데 모아졌다. 깊이 있게 정돈되지 않은 글이지만 이 글을 통해서 내가 주장하는 바는 글의 서두에 강조된 “Never deny the power of a woman”이다. 우리는 이 글의 전반에서 클라이언트인 여성도 사회복지사인 여성도 모두 가부장적인 자본사회에서 제대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이러한 여성들에게도 그들의 존재성을 과시할 만한 힘(power)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권력, 힘 등으로 번역되는 power에 대해서 여러 학자들이 정의를 내리고 사회구조 내에서 발현되는 power의 성격에 대해서 언급하여왔다. 그 중에서 우리 여성이 가지고 있는 power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 바로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닌 설득에 의한 영향력”(Hardcastle et al., 1997)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유사한 논의로 제인 밀러(Jean Miller)는 여성주의적 개념의 power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변화를 만들어 내는 능력- 즉 A라는 지점 혹은 A라는 영역에서 B라는 지점 혹은 B라는 영역으로 어떤 것을 움직이는 것. 이것은 심지어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 혹은 때로 아주 강력한 행위를 포함한다. 또한 이것은 경제, 사회, 혹은 정치적 영역과 같은 거대한 범위에서의 활동 뿐 아니라 개인 상호간의 영역에서의 운동을 창조하는 활동을 포함할 수 있다(Miller, 1983, p. 4, Hardcastle et al., 1997, p. 107 재인용)

   이상의 언급은 power가 바로 다른 사람의 성장을 북돋우고 자원과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양육하는 사람, 사회화를 시키는 사람, 교육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 즉 사회복지사를 포함하여 보살핌 노동을 하는 사람은 엄청난 양의 power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통제하는 힘(power as controlling)이 아니라 변화하는 힘(power as changing)이다. 여성인 클라이언트와 여성인 사회복지사는 바로 이런 power를 개인과 사회변화를 위해 자신 안에서 발굴하고 멋지게 사용하여야 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런 힘을 발견하는 방법으로 내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현경의 「미래에서 온 편지」를 읽고 실천할 것을 권한다.





참고문헌


김기태 외. 2004. 「사회복지의 이해」.  서울: 박영사.

김미숙․조연숙, 2002. “우리나라 사회복지사들의 임금과 승진에 있어서 성차별”. 「복지행정논총」 12지 2권.

김인숙 외. 2000. 「여성복지론」. 서울: 나남출판.

마가렛 콜․박광현 역. 1993. 「비아트리스 웹의 생애와 사상」. 서울: 대학출판사.

보건복지부 복지자원정책과(2004). 「2004년 보건복지통계연보」.

아사 브릭 외․한국복지연구회 역(1987). 「사회복지의 사상-복지국가를 만든 사람들」. 서울: 이론과 실천.

이숙진. 2003. “페미니즘과 사회복지의 동의와 도전에 관한 시론”. 「페미니즘 가족주의 그리고 한국의 사회복지」. 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 2003년 추계학술대회 자료집. pp. 29-44.

성희자․이현정. 2002. “여성사회복지인력의 근로여건 및 지위 향상 방안 연구”. 「한국행정논집」 14권 4호.

황성철 외. 2003. 「사회복지행정론」. 서울: 현학사.


Barker, Robert L. 1995. The Social Work Dictionary(3rd ed.). Washington,  DC: NASW PRESS.

Hardcastle, Daved A., et al. 1997. Community Practice: Theories and Skills for Social Worker.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Hasenfeld, Yeheskel. 1992. Human Services as Complex Organizations. Newbury Park, CA: SAGE Pub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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