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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사회 각분야의 여성 사회참여 활성화방안

 

      21세기 사회 각 분야의 여성 사회참여 활성화 방안


                              이용교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복지평론가)



1. 여성의 사회참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여성의 사회참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오늘날 한국 여성은 학교, 일터, 길거리 등 사회 곳곳에서 점차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평일 점심시간에 유명 식당에 가면 손님은 대부분 여성이고, 여러 명이 식사하는 모임은 거의 여성이다. 은행이나 관광서에 가도 민원실의 직원과 고객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그럼에도 왜 여성 사회참여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가? 여성의 사회참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참여방식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여성의 사회참여는 금기시되거나 제약되었다. 민주주의가 잘 발달한 영국에서 조차, 여성의 참정권은 20세기까지 유보되었다. 왕권을 제한한 ‘대헌장’(1215년)이 발표된 이후에도 7백여년간 여성은 정치참여에서 배제되었다. 그동안 정치 참여는 왕에서 귀족으로 확대되고, 점차 부르조아지, 남성시민, 남성노동자를 거친 후에 성인여성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여성의 참여는 아직도 제한적이거나 참여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여성의 사회참여가 배제되지는 않지만, 여성의 참여는 형식적이거나, 참여하더라도 여성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천년은 ‘여성시대’라고 불리지만, 왜 여성은 경제, 정치, 사회문화 각 분야에서 참여의 수준이 낮은가? 이 글은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사회참여 수준을 점검하고, 여성의 사회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양성이 평생동안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2. 경제분야에서 여성의 사회참여


  2.1. 같은 일에 같은 임금을 받는가?

  자본주의사회에서 한 집단의 참여수준은 그들이 ‘자본’을 얼마나 획득하고 있는가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돈을 얼마나 벌고 얼마나 많이 모우고 있는지를 보면, 그 집단의 참여수준을 알 수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남성과 큰 차이가 없지만 소득과 재산에서 성별차이가 크다. 여성은 남성보다 소득을 덜 벌고, 재산을 조금 갖고 있다. 모집광고에서 “군필 남자”라고 쓰는 직장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이왕이면 남자 사회복지사를 추천해주세요” 혹은 “이번에는 남자를 뽑습니다”라고 말하는 구인전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같은 일을 하고도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이 낮다는 것은 부당하다. 은행에서 직원을 뽑을 때 남자는 행원으로 여자는 여행원으로 뽑던 차별이 철폐되었지만, 은행창구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직원은 여성이고 비정규직이다. 그들이 작성한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는 사람은 대부분 남성이고 정규직이다.

  같은 정규직이더라도 부서의 배치나 교육훈련의 기회에서 성차별을 두고 있다. 그래서 여러분이 구청 민원실에 가면 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여성 공무원이지만, 안쪽에서 그 직원을 지도감독하는 공무원은 대부분 남성이다. 성차별이 가장 적다는 교직에서조차도 대부분의 교사는 여성이고, 교감과 교장은 남성이라는 점에서 성차별을 확인할 수 있다.


  2.2. 아직도 여성은 꽃인가?

  왜 여성은 직장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가? 그것은 여성은 직원이란 인식보다는 꽃이거나 보조자라는 인식때문이다. 직장에서 여성이 꽃이면 남성은 나비인가, 아니면 잎이거나 가시인가?

  남성이 많은 일터에서 여성 직원이 ‘꽃’이라면, 여성이 많은 일터에서 남성 직원은 ‘꽃’이 될 수 있는가? 일터에 모든 사람은 일꾼일 뿐이다. 꽃을 찾으려면 꽃가게나 꽃밭으로 가야지, 왜 직장에서 꽃타령을 하는가?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여성은 꽃이고 장식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광주광역시만 하더라도 실장/국장이 11개이지만, 그중 여성은 한명에 불과하다. 그 직책의 이름이 가정복지국, 시민복지국, 복지여성국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여성국장은 한명이다. 우리 시대가 양성평등을 지향한다면,  여성 공무원이 기획관리실장이 되고 남성 공무원이 복지여성국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2.3. 벌이가 되는 전공을 선택해야

  여성이 일터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벌이가 되는 전공, 경쟁력이 있는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과거에는 대학생의 비율에서 성별 차이가 있었지만, 이제는 전체 대학생의 수와 비율에서는 성차별이 거의 없다. 어느 가정에서나 자녀의 대학교 진학에서 성차별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성 대학생은 남성보다 벌이가 덜 되는 전공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여성은 사범대학, 인문대학, 어문계열, 예술대학 등을 선호하고, 남성은 경상대학, 공과대학, 사회대학, 자연대학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공부 잘하는 남학생들은 의사나 검판사를 꿈꾸지만, 여학생들은 간호사나 교사를 꿈꾼다.

  심지어 사회복지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목사 사모’가 되겠다는 여학생도 적지 않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했으면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꿈을 갖거나, 선교에 관심이 있으면 신학을 공부해서 ‘목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어야지, 목사 사모가 되겠다는 꿈을 꾸는 여학생이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은 대학이 아닌 학과를 선택해서 벌이가 되는 직업을 찾을 때, 성차별을 극복할 수 있다.

  최근 광주광역시는 ‘잘 사는 경제도시 건설’을 위하여 3대 주력산업으로 자동차, 전자, 광산업을, 4대 전략산업으로 첨단부품소재, 디자인, 신에너지, 문화콘텐츠산업을, 그리고 5대 신기술응용산업으로 광가입자망, 반도체 광원, BIT융합기술, 나노클러스터, 정밀금형산업을 꼽고 있다. 따라서 여성들은 자신의 기호와 관심을 고려하여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직업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2.3. 쌈지돈은 주머니돈이 아니다

  옛말에 “주머니돈이 쌈지돈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맞는 말이다. 그런데, “주머니돈은 쌈지돈이지만, 쌈지돈은 주머니돈이 아니다”. 여성은 결혼을 할 때 비상금을 복주머니에 담아온다. 이 돈은 신혼살림에 큰 보탬이 되고, 집이나 부동산을 살 때 쓰이기도 한다. 따라서 아내의 주머니돈은 남편의 쌈지돈이 될 수 있다.

  간혹 남편의 쌈지돈은 아내의 주머니돈이 되기도 한다. 회사는 직원의 월급을 통장으로 지급하고, 그 통장을 아내가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부싸움이라도 하는 날에는 남편은 아내에게 맡긴 통장과 카드를 회수해 갈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은행에 카드 분실신고만 내면 아내는 쌈지돈을 쓸 수 없다.

  따라서,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과 카드를 개설해야 한다. 매달 나온 남편의 월급이라도 자신의 통장으로 옮기고 자신의 이름으로 적금을 부으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통장관리권 밖에 없다. 여성이 경제적 독립을 꿈꾼다면 직접 소득을 벌어야 하고, 전업주부라도 자신의 통장만 잘 관리하면 경제적 독립이 가능하다.

  또한, 여성은 기술을 습득하여 일자리를 찾고,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양육을 이유로 기혼여성이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영유아보육체계를 잘 갖추어야 한다.


  2.5.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가난뱅이

  경제분야에서 여성이 사회참여를 잘 하려면 자신에게 맞은 일을 갖는 것이 기본이지만, 벌어드린 소득을 잘 관리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도시의 서민과 중산층이 가진 재산은 주택과 예금 그리고 약간의 주식이다. 그런데, 주택의 대부분은 남편의 이름으로 등기되어 있다. 이는 신혼살림을 할 때부터 여성은 살림살이 남성은 주택을 준비한다는 관행에서 비롯된다. 두 사람이 열심히 소득을 벌더라도 주택 분양은 “무주택 세대주”만 받을 수 있고, 무주택 세대주는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여성의 재산은 동산에 머물고, 남성의 재산은 부동산으로 변화된다. 부부가 살다가 이혼을 하면, 남편의 주택은 재산이 되고 아내의 살림살이는 대형폐기물이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바꾸기 위해서는 주택을 신청할 때 “무주택 세대주”가 아닌 “무주택 세대부부”로 확장시키고, 부부가 함께 등기할 때에는 취득세를 50%감면할 것을 제안한다. 물론, 신혼부부는 주택마련비를 공동으로 분담하고, 신혼살림도 공동으로 분담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이름으로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남편과 사별한 아내는 자녀들과 상속을 나누어서 받는다는 것도 부당하다. 남편이 먼저 죽은 것도 서러운데, 재산까지 지킬 수 없어서 가난뱅이가 되기 때문이다. 부부가 형성한 재산의 반이상은 배우자가 상속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정치분야에서 여성의 사회참여

  3.1. 왜, 국회의원은 거의 남성인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거의 대부분 남성이다. 17대 국회의원 299명 중에서 여성은 40명으로 전체의 13.0%에 불과하다. 더구나 3선의원은 3명으로 1%에 불과하고, 2선의원이 4명이며, 나머지는 모두 초선의원이다. 지역구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서 당선된 사람은 소수이고, 대부분은 비례대표이다.

  한편, 광주광역시 시의원 19명 중에서 여성의원은 4명이고, 지역구 의원은 16명중에서 2명(12.5%)에 불과하다. 시의원은 국회의원에 비교할 때, 여성의 비율이 높지만 전체 유권자의 과반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볼 때 매우 낮은 수치이다.

  기초자치단체 의회의 여성의원은 더욱 적다. 광주광역시 남구의회의 경우 16명의 구의원 중에서 여성은 1명이고, 북구의회는 25명중에서 여성은 1명에 불과하다. 구의원은 비례대표가 없기 때문에 여성의원수가 더욱 적다.

  왜 이처럼 여성은 정치참여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가? 유권자의 절반은 여성인데, 왜 여성은 정치참여에서 배제되고 있는가?


  3.2. 그런데, 선거운동원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의 절대 다수는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선거현장에서 뛰는 운동원과 자원봉사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여성이 선거운동을 하지만, 남성이 그 결과를 독식한다. 후보자로 나서고 운동원을 조직하는 사람은 남성이고 선거운동을 돕는 사람이 여성이라는 것은 거칠게 비유하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떼놈이 챙기는 꼴”이다.

  여성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정치보다는 일당에 대한 관심때문일까? 꼭 그렇게만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많은 여성들은 꾸준히 선거운동에 참여하고, 이러한 여성들은 아파트 부녀회, 학교 자모회, 교회 여선교회 등 상당한 자체 조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3.3. 주민자치에서 지역자치로 바꾸어야

  이제 여성들은 스스로 여성대표를 만들어서 자신의 정치력을 구현해야 한다. 여성들이 구축한 풀뿌리 조직을 선거국면에서 값싸게 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연대하면 주민자치를 지역자치로 충분히 연결시킬 수 있다.

  한 예로 경기도 일산시의회에는 32명의 시의원(기초의원) 중 여성이 4명으로 12.5%를 차지한다. 그중 2명은 한 여성단체의 회원이고, 나머지도 다른 여성단체 회원, 환경단체 회원이다.

  여성의원이 당선된 지역은 모두 아파트단지인데, 현재 광주에도 전체 주거의 절반가량이 아파트이기에 주민자치를 경험한 여성들이 지역자치까지 넓히면 충분히 당선 가능성이 있다. 아파트단지에는 주민대표기구로 부녀회와 입주자대표자회의가 있는데, 부녀회의 임원은 모두 여성이고, 입주자대표자회의도 여성의 참여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반장과 통장도 점차 여성화되고 있다. 따라서 여성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구현한 주민자치를 지역자치로 발전시킬 수 있는 지도력을 키운다면 여성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은 쉽게 될 수 있다.


  3.4. 행정과 의정을 모니터하고 의제를 만들어야

  여성이 지역자치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행정과 의정을 모니터하고 대안 의제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주된 의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점사업과 지방의회의 활동을 모니터하면 된다.

  현재 광주에서 의정감시단과 시정감시단이 활동하는데, 활동가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이제는 여성이 스스로 여성인재를 키우고, 여성 지도력에 신뢰를 줄 때이다. 여성 스스로 안살림이나 하고 바깥살림은 남성이 해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한 여성의 정치참여는 확장되기 어렵다.

  과거에 여성의 정치참여를 막는 것은 여성에게 공직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지 않는 외부적 요인이 컸지만, 현재 여성의 정치참여를 막는 것은 여성들의 자기 규제이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여성인 상황에서 스스로 대표를 만들지 못하고, 끊임없이 남성 대표에게 대의권을 주는 한 여성의 정치참여는 요원하다.

  본디 여성은 살림전문가이었고, 현대 정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살림’전문가이다. 전쟁과 죽임의 공포에서 벗어나서 생명이 숨쉬는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살림전문가들이 바깥 살림에도 참여해야 한다.


  3.5. 여성의 법적 지위를 바로 잡아야

  여성의 정치참여는 단순히 의정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여성의 정치참여는 여성을 억압하는 질서를 바꾸어가는 모든 상황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난 수백년간 가부장제로 이루어졌기에, 여성의 법적 지위는 매우 취약하다. 남편이 사망한 후에는 어린 자녀를 호주로 삼고 자신이 호주의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우스꽝스런 제도이다.

  최근 이혼율이 급격히 늘어나지만, 이혼한 여성은 자녀양육권을 행사할 때 많은 제약이 있다. 이혼시에 자녀 양육권을 확보하기 어렵고, 확보한다 하더라도 이혼한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안정적으로 받기는 더욱 어렵다. 협의 이혼시에는 양육비에 대한 법적 조치가 명확하지 않고, 재판 이혼시에도 자녀 1인당 양육비는 대개 월 30만원 미만으로 정해진다. 이혼한 남편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에 이를 징수할 수 있는 체계가 불합리하다.

  따라서, 여성의 정치참여는 모든 상황에서 여성이 자신의 관심과 이해관계를 관철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특히, 가부장제도를 중심으로 짜여진 민법을 호주제의 폐지를 계기로 양성평등제도로 바꾸어가야 할 것이다.



4. 사회문화분야에서 여성의 사회참여


  4.1. 육성회 임원은 남성의 전유물인가?

  여성의 참여는 상당히 이루어졌지만 그 참여가 왜곡된 경우가 많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어머니(여성)의 의사는 곧 학부모의 의사로 인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자모회를 구성하고, 육성회는 남성만으로 구성된다. 그 역할을 보면, 자모회는 학교의 환경정비 도움이, 급식지원, 체육대회 음식물 준비 등을 맡고, 육성회는 후원금의 모금 등을 맡는다.

  여성 학부모는 자모회로 남성 학부모는 육성회로 양분된 것도 문제이지만, 대부분의 육성회 임원은 이름만 남성이고 사실상 남편을 대신하여 아내가 활동한다는 점이다. 육성회의 임원을 남성으로 하고 실제적인 활동을 여성이 한다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고 위임권의 오남용이다. 두 조직 모두 의무만 있고 권리가 없다는 점에서 폐지하거나 꼭 필요하다면 통합하여 자녀들 둔 부모가 동등하게 임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4.2. 여성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해야

  자녀를 가진 학부모의 관심과 이해관계를 제도적으로 수렴하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에 여성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 현재 학교운영위원회의 학부모 대표는 누구나 후보로 나설 수 있기에 학교운영에 관심있는 사람은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학교운영위원회 대표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하다면, 학부모조직을 만들어서 지역대표로도 참여할 수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을 차별하고 소외시키는 생활양식을 가르치는 곳이 바로 학교이기에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여 교육과정과 학교문화를 바꾸어가는 것은 내 자녀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4.3. 종교기관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야

  일상생활 속에서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곳이 바로 교회, 성당, 사찰, 교당 등 종교기관이다. 그런데, 원불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교기관은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 가톨릭은 여성에게 수도자만 인정하고 성직자를 인정하지 않고, 개신교와 사찰에도 여성 성직자가 별로 없다.

  신도의 대부분이 여성이고, 각종 봉사활동을 여신도회가 주도하지만, 주요 의사결정을 남자로 구성된 장로와 남자 목회자가 한다. 비록 경제와 정치분야에서 여성의 사회참여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신앙공동체에서 성차별이 온존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여성의 사회참여는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성차별을 제도화한 각종 규정과 관행을 철폐하고 신앙속에서 남녀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4.4. 여성상위 시대라구요?

  일상생활 속에서 양성의 평등은 과거에 비해서 많이 나아졌고 이제는 ‘여성상위 시대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여성 상위시대를 여성이 밥상위에서 밥을 먹게 된 시대라고 해석하면 맞다. 수십년 전에만 해도 이 땅의 어머니는 밥상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지 못했다.

  이제 여성들은 밥상위에서 밥을 먹는 시대를 넘어서서 침상(침대)위에서 여성상위를 즐기고 있다. 여성의 성의식은 자유로워지고 있지만, 여성의 성생활을 억압하는 관습은 도처에 있다. 남성의 혼외성생활은 ‘바람’라고 미화되지만, 여성의 그것은 ‘서방질’이라 질타된다. 성에 대한 이중기준을 극복하지 않은 한 여성의 성을 사고 파는 성매매와 같은 범죄는 계속 될 것이다. 


  4.5. 암탉이 울면 알을 낳는다

  여성이 사회에 적극 참여하는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제도나 관행을 바꿀 뿐만 아니라 속담까지 바꾸어야 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가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여자와 그릇은 내돌리면 깨진다 등 여성이 목소리를 억압하고, 여성의 바깥활동을 금기시하는 속담은 너무나도 많다. 그럼, 수탉이 울면 집안이 흥하고, 남자가 셋이 모이면 깨진 접시가 붙어지는가?

  한국인의 잠재의식 속에 깊이 내재된 여성의 사회참여를 억압하는 속담을 이제 바꾸어야 한다. “암탉이 울면 알을 낳는다”, “여자가 셋이 모이면 여론을 형성한다”, “여자와 그릇을 돌리면 잔치가 열린다” 등과 같이 새로운 속담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암탉이 울면 알을 낳고, 수탉이 울면 새벽을 깨운다”와 같은 대안의 속담을 만들자.



5. 여성의 사회참여, 이렇게 하자!


  5.1. 여성의 관점을 시정에 반영해야

  여성의 사회참여를 획기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의 관점을 모든 시정과 구정에 반영해야 한다. 광주광역시는 2015년 비전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1등광주’ 건설”을 주창하지만, 현실은 전국 최저 수준의 지역내총생산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계획은 ‘기존산업과 첨단산업이 어우러진 잘사는 경제도시 건설’ 등 5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의 도약, 매력있는 도시 창출, 따뜻한 복지공동체 구현, 미래지향 도시공간 조성 등 광주시민의 소망을 담고 있다.

  이 계획이 여성 친화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모든 계획에 여성의 관점이 반영되어야 한다. ‘따뜻한 복지공동체 구현’에 한 사업으로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채택하는 수준이 아닌, 모든 부문의 계획에 여성의 시각이 반영되어야 한다.

  예컨대, 시내 공원, 기차역, 지하철 등에 공중화장실을 건립할 경우에, 대개 여자와 남자 화장실의 넓이가 같다. 같은 공간에 남자 화장실은 여러 개의 소변기와 대변기를 설치할 수 있고, 여자 화장실은 대변기만 설치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늘 줄을 서게 된다. 여성의 관점을 반영하여 공중화장실을 설계한다면, 적어도 남성용 소변기와 대변기의 수만큼 여성용 대변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같은 논리로 광주광역시가 ‘3대 주력산업’으로 자동차, 전자, 광산업에 투자할 때, 이러한 산업이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문화수도를 이끌 대형 문화인프라 확충’을 할 때 이것이 여성의 취업과 문화향수능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모든 시정과 구정에 여성의 관점을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광주여성포럼’과 같은 토론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이 매분기에 1회 이상 포럼을 정례화하여 사회 각 영역에 대한 주제를 토론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5.2. 여성사업을 네트워킹하고 평가해야

  최근 몇 년동안 여성사업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여성사업은 일부 여성단체의 관심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수많은 여성 관련 사업이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 피해받는 여성들에게 혜택을 주지만, 상당수의 사업이 사업간에 네트웍이 별로 없기에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

  예컨대, 광주광역시가 발표한 2005년 주요 업무계획에 따르면, 여성 전문기능 및 창업교육에 14과목(726명)을 실시하고, 성/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및 시설운영에 9개소 4억원, 저소득 한부모가정 지원에 11억원이 투자되지만, 각 여성단체와 시설간의 단편적인 사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관들간의 네트워킹을 해야 하고,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서 사업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

  광주에 있는 많은 여성단체들이 매년 수십차례의 여성교육을 실시하지만, 광주시 여성의 생활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연구조차 없고, 광주여성학의 입문서조차 없다. 부산광역시만 하더라도 부산의 여성사, 여성인물, 여성생활, 여성문제, 여성복지, 여성단체 등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데, 광주에는 광주여성사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자료가 없다. 광주의 여성정보를 집대성하기 위하여 대학교, 행정기관, 여성단체연합, 여성단체협의회 등이 협력하여 ‘광주여성연구소’ 혹은 ‘광주여성재단’을 조직할 것을 제안한다.

   

  5.3. 단순 봉사활동을 직업으로 발전시켜야

  여성의 사회참여를 혁신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을 봉사자 혹은 보조자로 인식하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여성이 자원봉사를 통해서 사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이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한 예로 재가복지센터에서 가정봉사원으로 일하는 여성은 장차 가정봉사원파견센터나 주간보호/단기보호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인력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이제 여성 자원봉사자가 전문인력으로 바뀔 수 있는 교육훈련의 기회를 크게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청, 구청, 혹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대학교, 여성단체, 엔지오 등의 교육훈련과정이 등급화 되어야 한다. 거의 모든 상담소에서 상담원을 양성하지만, 초급과정만을 개설하고, 중급과정, 상급과정, 지도자과정을 개설하지 않기에 수강생의 전문성이 향상되지 않았다.

  케어인력만 하더라도 케어복지사, 노인복지사, 노인교육전문가, 간병인 등 다양한 민간자격이 있는데, 거의 모든 자격과정이 수박겉햟기식이다. 각 교육과정에 체계와 수준을 정비하여 적어도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하거나 지원하는 사업은 반드시 초급, 중급, 상급, 지도자과정을 연계시켜서 하고, 해당분야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기술지도를 해야 한다. 우선 광주시청이 직영하는 광주여성발전센터의 프로그램부터 여성의 취미생활보다는 취업/창업에 초점을 맞추어서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이를 재정지원 단체로 확산시킨다.


  5.4. 여성멘터로 지도력을 키워야

  여성의 사회참여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여성 지도력을 키워야 한다. 현재 지도력을 양성하는 과정은 대학교, 학원, 여성단체, 엔지오 등 다양하게 있지만, 지도력 프로그램이 단편적이고 지속성이 담보되어 있지 않다.

  한 분야에서 인재가 양성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볼 때, ‘광주여성멘터’를 도입하여 각 분야의 전문인력이 해당 분야의 초보자와 중간관리자에게 지속적인 지도를 하도록 한다. 예컨대, 소규모로 전자출판사업을 하려는 사람은 전자출판으로 성공한 사람을 멘터로 삼아서 지속적으로 기술지도와 영업지도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여성신문사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여성전문인력 1만명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보와 연계할 뿐만 아니라, 광주시나 시의 지원을 받은 여성단체(혹은 광주여성재단)가 전문인력을 구축하여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멘터를 개발한다. 즉, 전문직 종사자, 여성단체의 지도자 등에 한정하지 않고, 여성들이 취업하고 창업하고자 할 때 실질적으로 꼭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지도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사람들을 멘터로 위촉하고, 이들에게 적절한 역할과 보상을 제공한다.


  5.5. 가상공간에 여성공동체의 구축

  광주여성이 타성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 여성단체와 여성시설간의 네트워킹 뿐만 아니라, 관-학-산-엔지오간 협력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상공간에 광주여성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광주시에서 여성관련 자료를 검색하려면 광주광역시청, 광주여성발전센터,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광역시여성단체협의회 등 어디에 가도 만족할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이 밖에도 수많은 단체가 각기 자신들이 하는 일을 약간씩 소개하지만, 광주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일상 생활정보, 공식적인 통계자료, 각종 법령과 지침, 사업안내서 등을 찾을 수 없다.

  꼭 필요한 정보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광주광역시, 5개 구청, 대학교, 연구소, 주요 여성단체 등이 생산한 정보를 공유할 곳이 없기 때문에 자료가 분산되어 있고, 이용자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인터넷에 탑재되지 않고 방치되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듯이 정보가 넘치더라도 집적하고 유통시키지 않으면 아무 가치가 없다. 

  이제는 광주 여성에 대한 모든 자료를 한 곳에서 수집하고 분류하며 제공하는 ‘광주여성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 우선 광주여성발전센터가 ‘광주여성정보센터’를 개설하여 전체 광주여성을 위한 여성공동체를 만들고, 장차는 광주여성연구소 혹은 ‘광주여성재단’이 이 일을 전담할 것을 제안한다. 이 공간은 어느 일방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여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중 신뢰할 만한 정보를 탑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현재 오마이뉴스가 하는 방식으로 관심있는 시민들이 기자가 되고, 유관 기관들도 적극 참여하여 진정한 의미에서 여성공동체를 구축하길 희망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1등 광주’는 여성이 살기 편한 세상이고, 여성이 평생동안 평등하고 평화롭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바로 ‘따뜻한 복지공동체’이다.


  이용교는 한국복지정책연구소와 한국청소년개발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였고, 현재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로 일한다. 한국복지교육원을 창설하였고, 시민과 함께 꿈꾸는 복지공동체 http://cafe.daum.net/ewelfare 를 운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디지털 사회복지개론, 디지털 청소년복지, 디지털 복지시대, 복지는 생활이다, 재미있는 자원봉사 길라잡이 등 20여권이 있고,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참여자치21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광주광역시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한다. 연락처는 062) 670-2458, ewelfa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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