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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건설노조가 못마땅하거나 가입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아직까지 건설노조가 못마땅하거나 가입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거저먹는 것은 없습니다.
건설현장을 바꿔내는 일!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집니다.

이글은 건설노동조합이 뭘 하는 곳인지 아직 모르는 분을 위해 쓴글이지만 읽는 이의 생각과 글을 쓴 저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관점으로 읽어주셨음 좋겠습니다.

 


건설노조가 뭐지?
건설노동조합은 말 그대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가 자기의 권리를 찾기 위하여 모인 건설노동자를 위한 조직이고 단체입니다.


즉, 건설노동조합은 집을 짓는 목수, 철근공, 미장공뿐만 아니라 다리를 만들고 공장을 만드는 용접공, 배관공, 제관공들이 모여있고, 전봇대를 세우고 고압선을 다루는 활선전공, 전봇대는 비할바 없이 그 누구보다 높은 하늘로 출근하는 타워크레인 노동자, 탕뛰기 노동과 비인간적인 계약관계를 끝장내고 노동자로 우뚝서고 있는 레미콘 노동자, 덤프 노동자, 굴삭기 노동자가 함께 모여 건설노동자의 꿈과 희망을 키워내는 곳입니다.

 

2007년 3월 2일을 아시나요?
3.1절도 아니고 광복절도 아닌데 어찌 알겠습니까? 하지만 이 날은 우리 건설노동조합에 가입된 건설노동자에게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담긴 날입니다.


이 날은 전국건설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이 적용되는 현장에서는 유급휴일로 적용되어 일하지 않아도 일당을 받을 수 있는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창립기념일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일부지역과 직종, 일부 현장에서만 적용되는 한정된 휴일입니다. 이 말은 건설노조의 역량이 아직까지는 부족함을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 서울지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건설노동조합, 전국운송노동조합(레미콘/덤프연대), 강원전기원노동조합,..등등....그동안 건설노동조합은 각기 다른 이름으로 지역별로 혹은 전국적으로 분포하여왔습니다. 또한 이름이 다른 만큼 성격도 다르고 중점적으로 해오던 사업도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건설노동자도 인간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건설현장을 바꿔내야 한다는 의지는 높았지만 지역별로 직종별로 흩어져서 싸우다보니 힘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전국에 흩어져 있던 건설노동자를 모아내고 고군분투하는 각 지역의 건설노동조합을 결속하여 오늘의 전국건설노동조합으로 통합을 하였습니다.


그게 2007년 3월2일의 일입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창립일인 3월 2일이 되면 전체 건설노동자가 유급휴일로 쉴 수 있는 날도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건설노조가 통합된지 이제 2년차... 하루 하루가 투쟁입니다.
건설노조! 정확히 말하면 1년 6개월에 접어든 햇병아리입니다. 얼핏보면 짧은 기간이지만이 기간은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기도 합니다. 2007년 3월 건설노조로 통합한지 채2달도 되지 않아 우리는 큰 싸움 한판을 해냈습니다. 타워크레인 동지들이 죽지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하여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바꿔내는 투쟁을 진행하였습니다. 타워크레인의 건설기계등록과 8시간 노동쟁취를 위해 60여일에 걸친 투쟁을 한 것이지요. 그러나 그 결과물은 아직도 우리의 손아귀로 힘껏 잡아채진 못한 실정입니다.


또한 2008년 올해는 치솟는 기름값에 더 이상 나자빠져 있을 수는 없다는 각오로 건설기계노동자이 8시간 노동과 현장에서의 기름제공을 골자로 하는 건설기계임대차계약서 작성 투쟁을 두달이 넘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요구사항이 8시간이다보니 건설현장에서 무슨 8시간이냐라는 불만과 시장경제논리가 있는데 기름을 제공해달라니 건설노조가 정신나간거 아니냐 우리도 화물처럼 유가보조라도 지원 받게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불만도 섞여나오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지부의 편차와 현장 여건에 따라 조금씩 내용과 결과는 달리하지만 대체적으로 표준임대차계약서 작성은 전국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투쟁을 준비하고 참여했던 모두가 수긍하고 납득할 만한 온전한 성과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긴병에 효자 없다고 하루 하루 지쳐가는 조합원들의 현장복귀 시점을 묻는 항의 전화도 무시할 형편은 아닙니다.

 

건설노조 통합의 성과는 있나?
우선 눈에 띄는 큰 성과로는 다단계하도급을 합법화 시킨 주범으로 악용되었던 시공참여자제도를 폐지시킨 점입니다. 내가 누구에게 고용되었는지 누가 나의 일당을 줘야하는지도 모른체 죽을 힘을 다해 일을 했지만 중간 알선업자가 부도로 무너지거나 도망가버리면 피땀흘려 일한 노동의 댓가는 눈앞에서 사라지는게 허다했습니다.


또한 건설노동자를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았던 사용자들과 정부 관료들에게 건설노조와 대립각을 세우면 큰일 터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각인시키고 대화의 장으로 나서게 했다는 점입니다. 업종과 직종이 달라도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어느 누구나 이 놈의 건설현장 바꿔내야한다는 생각을 해온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건설노조의 통합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나아가 건설노조 통합의 성과를 보여달라 한다면 보는이에 따라 여러 가지 시각차가 존재할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 보이지 않는 성과에 대한 구분도 필요하고요. 여기서는 하나의 본질만 얘기하겠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지역과 현장에서 벌어진 산업재해추방투쟁, 체불투쟁, 어음근절투쟁, 과적거부투쟁, 임금인상투쟁등...노동조합 활동경험의 축적으로 이룬 성과로 건설노조와 사용자들과의 힘겨루기에서 어느 정도 합의점과 대치선을 만든게 성과라 생각됩니다. 그동안 노동조합이 없어서 혹은 노동조합으로 뭉치지 못해서 찾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내는 투쟁이었고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본질적인 건설노조의 투쟁과 통합의 성과는 건설 현장의 뿌리깊은 관행을 바꿔내고 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08년 덤프노동자, 굴삭기 노동자의 총파업투쟁을 통해 우리는 건설현장에 희망의 싹을 틔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투쟁이지만 민주노조의 길을 걷고 있다는 조합원들의 자긍심과 보다 당당하게 우리의 주장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어오면서 우리는 건설노동자의 긍지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현재 건설노조 투쟁의 본질은 바로 다단계하도급 근절과 직접고용투쟁과 맞닿아 있으며 건설현장의 혁명에 버금가는 투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건설노조는 끈질기게 투쟁하고 사용자들은 완강하게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네 무슨 일을 하나??
자네 무슨 일을 하나 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 있나요?

그 때 솔직하게 대답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머리를 긁적이거나 건축업 또는 건설업자라고 속여 보신 경험 많으시지요?  거짓말도 필요에 따라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왜 그렇게 된 걸까요? 건설노동자라고 말하는게 속상하고 싫었을터인데..그 이유는 건설현장에 널려진 모든 조건이 인간적이지 못하다는거 아닙니까?


현장에서 무시당하고 인간대접 받지 못하는 건설노동자임을 혹여 가족이 알까봐 이웃이 알까봐 우리는 자신의 직업을 속이게 되었습니다.
항상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체불임금에 대한 두려움과 장시간 노동으로 잃어가는 건강, 옆의 동료가 매일 2명 이상 죽거나 불구가 되는 가혹한 노동조건, 평생 남의 집만 지었지 내 집 한칸 마련도 못한 서러움도 있지만 내 가족과 이웃이 바라보는 노가다 일당쟁이라는 시선이 무엇보다 두렵지 않았나요?


자신을 속이고 가족에게 당당히 말하지도 못하면서 한번쯤 내 자식 내 후손들에게는 이런 고통을 남겨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시지 않았나요?

 

내 자식만큼은 이런 일 시키고 싶지 않아~!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부모된 입장으로 자식 잘키워 성공하길 바라겠지요.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면 대학을 나온다 한들 넘쳐나는게 청년실업자들이고 이른바 88만원 세대라 불리우며 고통을 겪고 있는게 우리 자식들의 현실입니다.

내 자식만큼은 공기업에 들어가고 떳떳한(?) 직장인이 되길 바라지만 그건 낙타가 바늘허리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뭐 있겠습니까?

열심히 일하면 잘살겠지라는 꿈과 희망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우리는 살아오면서 몸소 겪지 않았나요?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 일당보다 무서운 속도로 오르는 공공요금과 사교육비 그리고 절망에 가까울 정도로 무서운 아파트가격!

삶이 순탄치 못한 만큼 행복을 생각할 겨를이 우리에겐 없었습니다. 술잔 기울이며 신세 한탄한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건설노조는 과격하다던데...
때로는 현장입구를 때려 막고 체불임금 해결하라고 농성하는 모습. 현장 사무실 점거하고 책상 들어엎고 투쟁하는 모습이 보기에 불편하고 짜증났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내가 일한 정당한 임금을 떼먹고 안주는데.... 온갖 불법 도급이 판을 치고 덤핑을 강요하며 피를 빨아먹고 사는 놈들이 있는데... 눈 안돌아가고 꼭지가 안돌면 어찌해야 할까요?


우리 건설노동자를 무시하고 건설노동자의 권리를 막아서는 자들에게 건설노조가 얌전한 강아지처럼 꼬리치고 있어야 합니까?

사용자들. 특히 불법 도급과 덤핑치며 우리의 피땀을 가로채는 놈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방법으로 우리의 요구를 쟁취할 뿐입니다.


거저먹는 것은 없습니다. 건설현장을 바꿔내는 일! 건설노동자의 피와 땀이 자양분입니다.

그래도 건설노조가 과격하다고 생각합니까?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건설노조만의 생각일까요?

 

건설노동조합과 함께 가족과 이웃에게 당당한 삶을 시작합시다.
그 누구보다 땀흘리며 열심히 일하는게 건설노동자라는 점을 내 가족과 이웃..그리고 사회를 향해 소리쳐 보는게 어색한가요? 나도 당당한 노동자이고 사회의 구성원이자 세상을 건설해내는 위대한 노동자라는 대접을 받는다는게 꿈같은 소리로 들리시나요?

현장일에 지쳐 혹은 쓰디 쓴 소주를 이겨내지 못해 쓰러져 자는 모습이 아니라 내 속에 꿈틀거리는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을 내 가족에게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건설노동조합이 그 꿈과 희망을 이울 수 있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
아직도 건설노조에 가입하길 주저하고 계시다면 지금 전화기를 들어보세요. 건설노동조합은 바로 옆에 있으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08. 8. 25

전국건설노동조합 사무차장 김병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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