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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하는 일은 노동자인데 노동자가 아니라고...

분명 하는 일은 노동자인데 노동자가 아니라고...


경기도 화성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지방도로를 가다보면 레미콘 차량들의 무덤인가 생각될 정도로 이상한 광경이 펼쳐진다.
인간답게 살고싶다. 더 이상 피를 빨지마라. 우리는 일하고 싶다 등등의 구호가 10여대의 레미콘 차량 드럼통에 적힌채 길거리에 나열해 있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각종 현수막과 벽보가 붙어있고 그 뒤로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이는 색바란 천막농성장이 보인다.




















“ 레미콘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고싶다. 원직복직 쟁취하자 ”

“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서러워서 못살겠다 ”



현장에서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인간답게 살고 싶은 마음에 노동조합 가입을 결의하였고 노동조합 현판식을 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단한 태형레미콘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거리로 내몰린 이들이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어느새 200일을 훌쩍 넘어섰다.


이른바 ‘특수고용직’이라 불리는 레미콘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도 매우 힘든 노동조건 아래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실제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법률상으로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반쪽짜리 노동자 ‘특수’한 직업군으로 분류되어 노동법에 규정된 모든 권리들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레미콘 노동자들도 예전에는 엄연히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노동자)’로 인정되는 피고용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레미콘 노동자뿐만 아니라 택배기사, 화물차량기사, 덤프트럭기사 등등 수많은 직업군이 비슷한 처지이다.
언제일지 모를 정도로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노동조합이 뭔지도 모르고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하던 레미콘 노동자의 퇴직금 문제와 체불임금에 대한 상담을 한 적도 있었고 아주 간단한 몇가지 절차를 거쳐 퇴직금 및 체불된 임금은 당연히 받아낼 수 있었다. 또한 대다수의 레미콘 노동자들은 90년대 초반까지는 회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 신분이기도 했다.


레미콘 회사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각종 의무를 벗어내고 각종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궁리한 끝에 레미콘 노동자들을 허울 좋은 사장님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회사에 고용되어 회사의 레미콘 차량을 몰던 이들에게 회사는 차량불하를 제안했고, 차량불하를 거부하면 해고해버리면 끝이라는 식으로 협박을 했다. 노동자로 사는 것보다 독립하여 어엿한 사장님 소리를 듣는게 좋지 않겠냐며 차량불하를 시작했고, 회사는 지속적으로 계약을 유지하며 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달콤한 유혹을 곁들였다.
이것은 레미콘 노동자를 비롯한 대다수 지입차주들이 겪은 비슷한 경험이며 불행의 시작이었다.


곧바로 레미콘 노동자들은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우리에게 알려진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은 대부분 장기간 투쟁으로 내몰렸고 레미콘 노동자의 삶은 흔한 말로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라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삶의 밑바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계약 내용이 부당하다고 운반비 현실화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고, 기사 휴게시설을 만들어 달라는 이유로 계약은 해지되곤 하였다. 또한 노예계약이 강요되어 새벽이든 밤늦은 시간이던 간에 회사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야하는 삶을 강요받아왔다.


‘인간답게 살고싶다’는 생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가 된 사람들.
하지만 노동부, 검찰, 법원, 노동위원회의 한결같은 대답은 “ 레미콘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다 ”라는 것이다.
지금도 화성시 정남면 한 지방도로에 위치한 태형레미콘 노동자들은 길바닥에서 200일이 넘게 농성을 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과 처지가 비슷한 투쟁이 벌어지는 현장에는 어김없이 태형레미콘 노동자들이 연대투쟁을 하며 동참하고 있다.


이제 이들의 투쟁이 막바지에 다달았고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2008.10.8

전국건설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 김병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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