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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상근자가 조합원에게 보내는 편지

건설노조 자유게시판에 실린 인천건설지부의 투쟁소식과 그에 달린 댓글을 보다 반성도 해야겠고 마음이 어지러워 몇마디 적어봅니다.


오늘은 이런 다분히 하기 싫은 얘기 몇마디 하고 싶어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혹여 객기일수도 있단 생각은 듭니다. 그리고 이런류의 글이 저에게 그닥 도움도 안될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한마디 해야겠기에... 저놈은 저런 생각을 하는 놈이겠거니 생각하며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술자리에서 조합원을 만나든 친구를 만나든간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노동조합에서 상근을 하고 있다 얘기를 하면 처음엔 동정어린 시선으로 고생이 많겠다라며 운을 뗍니다.  그러다 술이 몇잔 넘어가고 얼굴이 불콰해지기 시작하면 귀족노조가 어떻느니 정규직 편안한 생활을 하는 놈들이 현장노동자의 정서를 알리가 있겠어...상근자들은 철밥통인데...조합원을 대상으로 무한의 권력을 가진 자들인데...니들이 조합원의 마음을 알어... 조합비나 축내지 말고 관둬라...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나 다를게 뭐냐.... 등등 자존심 상하는 얘기와 속 긁는 얘기를 하곤 합니다.


해서 철밥통 상근자의 속내를 좀 비춰야 할까 봅니다. 그래야 오늘도 잠을 청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시작부터 상당히 도발적인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철밥통이라.... 무한 권력이라....조합비나 축내는 인간...언제부턴가 노동조합 상근자들이 갖는 특성으로 여겨졌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모처럼 친구들 혹은 동창들 만나서 술 한잔 하다가 깽판부리기 딱 좋은 소재이도 하네요.


사실 노동조합 상근자라는 직업은 비인기직업입니다.
대부분의 조합원이 상근자가 되기를 꺼려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거기에는 쥐꼬리만한 상근비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경제적인 문제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노동조합의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비민주적이거나 복잡하고 왜곡될 때가 많다는 이유가 상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란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조합원 동지들에게 불편한 마음이 전달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은 들지만 이런 예를 하나 들어볼께요.


아침에 출근하며 노동조합에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도 받지 않거나, 점심시간에 문득 생각나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거나 늦은 밤 노조 사무실에 찾아왔는데 노동조합에 불이 켜져 있지 않으면 앞뒤 사정 가리지 않고 화부터 내는게 사람들 마음인가 봅니다. 우리 건설노조에서는 아주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그 마음 왜 그런지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출근 시간 전에 오는 전화, 남들 다 쉬는 점심시간, 일반적인 개념으로 퇴근시간 이후에 오는 전화 사실 받고 싶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대체로 쌩까버립니다. 저거 싸가지라곤...욕하기 전에 생각 한번 해보지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사실 지쳐버립니다.


그리고 엊그제 중앙위원회에서 4시간 이상의 토론을 하며 서로 다퉜던 태형투쟁의 결과가 그렇습니다. 누가 잘했네 잘못했네 시비를 가리는 말은 삼가하겠지만 제 기억으로는 문제가 많은 토론이었고 해결방법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합니다.


어디서부턴가 어긋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지부든 본조든간에 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게 되는 어긋남...잔뜩 삐틀어지고 오해가 오해를 낳게되는 상황들이 조직사회, 단체사회에서는 꼭 찾아오는거지요. 물론 잘못을 따지고 비판을 변혁의 밑거름으로 맞바꿀 수 있다면 몇날 며칠이고 토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뭐가 남을까요?
서로 상처주고 서로 쥐뜯고 서로 등돌리게되는 결과가 눈에 보이는데 상처를 치유할 사람이 상처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도리가 없습니다. 묻어두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지요. 때론 우리의 현 모습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피하자는 말은 아니니 이 말로 또 오해 하진 마십시오.^^


요즘은 솔직히 과거 우리사회에서 노동문제, 사회문제가 회자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모두가 공감하던 시절이 분명 있었으니까요.
약자의 문제, 억압받는 자들의 문제, 차별받는 자들의 문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자들의 문제, 내 가까운 이웃의 문제가 내 자신의 문제라 여겨졌었는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이런 고민과 문제는 별 관심 안가는 인기없는 소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조합원내에서는 노조 상근자가 조합내에서 강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퍼져 있는 듯도 합니다.
이게 과연 온당하고 합당한가요?
서로 격려하고 감싸는 일에 몰두해도 될까말까한 이 시기에...저는 이런게 너무 두렵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연유가 뭔지 노동조합 상근만 10년 이상을 했지만 사실 전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서로 바라보는 기대치가 다른 것인지 상근하는 자들이 조합원의 수준을 과대평가를 해서 기초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흘러간 문제인지...
우리 건설노조는 특성이 아주 다른 분과위원회의 결합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통합된 단일노조를 만들고 단일한 문제로 싸워보자고 주구장창 외치긴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점과 조금만 달라도 눈 빛이 달라지는게 현재의 모습입니다.
다단계하도급 철폐라는 말 한마디에 이건 토건의 문제로만 여겨지고 기계, 전기, 타워와는 상관이 없는 얘기로 인식을 하는게 우리의 현실이니까요.


직접고용은 또 어떻구요?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라, 총가공사, 단가공사의 하도급은 불법이다, 이런 단어를 꼭 써넣어야만....그래 이건 내 문제니까라며 관심을 갖는건 대체 뭡니까? 운송 구조속에서 똥쟁이를 꼭 언급해야 본조가 기계에 관심을 갖는구나 생각을 하나요? 02, 03, 06 등 현장이 좀 다르다고 내 문제를 안다뤄준다 생각하시나요? 마게 스라게 스윙을 얘기해야 관심이 가는게 건설노조의 유인물이 되버렸습니다. 당장에 이따위밖에 못만드냐고 시선은 따갑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의 이야기가 왜곡되거나 와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악의적인 글로 특정인물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있는 사실보다는 살을 덧붙여 상상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됩니다.
이럴 경우 지목받은 대다수의 사람은 좌절뿐만 아니라 그간의 삶을 비관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저 또한 통합된 건설노조에 들어와서 잘 한 일보다는 잘못한 일이 더욱 많고 후회가 되는 일 또한 적지 않습니다.매번 잘해보자 우격다짐을 하긴 하지만 맘 먹은대로 쉽사리 되지도 않구요.


사실 며칠전 저는 술을 과하게 먹고 새벽에 실수를 제대로 한방 날린적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필림이 끊긴것이지요. 날이 지나고 대체 뭔일이 있었을까 머리를 쥐뜯는다해도 생각이 안나면 변명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책임질 일만 주어지게 되는거지요.


그런 저의 모습을 본 조합원들은 눈살을 찌뿌렸고 노동조합의 중앙간부라는 자가 저래도 되는 거냐고 심하게 질책도 받았습니다.  몇날 며칠을 내가 왜 그랬을까...술이 웬수야...등등 머리카락 붙잡고 고민을  했지만 정작 문제제기한 그 조합원에게는 사과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힘겹게 합니다.


사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보니 애써 기억을 하지 않겠다는 자기 방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부러 사과를 안한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자기반성도 하지 못하는 뻔뻔한 놈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튼..이 문제는 빠른 시일내 정리할 문제인건 분명합니다.


제가 실수한 일들을 기억하고 계신 조합원 동지들에게 면목은 없지만 잘해보고 싶은 마음,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로 인해 술 몇잔 먹다보니 사리분별 흐트러진.... 눈이 뒤짚힌 한심한 놈이기도 합니다. 그 기억을 갖고 계신 조합원 동지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드립니다. 노동조합 상근 10년한들 뭐하겠어요.  눈 앞에서 사과조차 못하고 이렇게 글로 속내를 터보이는 속좁은 사람인걸요.


노동조합 간부의 본분이 뭘까요? 유별난 사람도 아닐터인데 가끔은 실수로 인한 비난을 감내해야 하고 몰상식한 사람 취급 받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사람사는 세상에서 다 생기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대체 무슨 얘기가 하고 싶어 이렇게 설을 푸는건지 의문을 갖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모르는 일이면 굳이 알고자 할 필요는 없구요 ^^


요점은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상황이 파악된다거나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는 문제로 인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기란 점입니다.


술 한잔 먹고 용기를 내어 몇자 적었습니다.
속내를 다 털지는 못했지만 주절주절 얘기하는 것보다 변화를 꿈꾸며 마음다짐하는게 좋을 듯합니다.


그간 삐딱한 시선으로 못마땅하게 행동했던 일들...용서바랍니다.


2008.11.25


전국건설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 김병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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