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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이 꼬리를 물고...

  • 등록일
    2005/05/10 09:57
  • 수정일
    2005/05/10 09:57

윤구병의 "잡초는 없다"라는 책을 퇴근하고 밤마다 짬짬히 읽는다.

평소 변산공동체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막연한 생각과 동경들이

그의 글을 읽으면서, 어떤 것들은 탈색되고, 또 어떤 것들은 더 선명해진다.

녹색평론 등에서도 간간히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관한

좋은 글을 접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사람 사이의 관계가 가장 어렵고

가장 두려운 부분이다. 공동체가 아닌 작은 모임 하나 꾸리는 데도

조심스레 이 사람 저 사람의 마음자리를 살펴 일을 만들고 나누어야 하는데,

매일 매일 아침에서 밤까지 부대끼며 살아야 공동체에서의 삶이란 

얼마나 버겁고 때론 고역스러울까. 사랑이 아닌 증오가 더 크게 자랄 수도 있겠다 싶다.

 

저 멀리 변산으로 갈 필요도 없이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내 파트너와의 관계만 봐도

공동체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알 수 있다.

나는 아침 7시 반쯤 일어나 늘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

반면 내 파트너는 나에 비해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방 하나를 함께 써야 하는 우리는 밤마다 작은 전쟁을 치룬다.

12시에 불끄고 자자는 나와, 잠이 안와서 컴퓨터를 하거나 TV를 보고 싶어 하는 그.

게다가 나에겐 오래전부터 불면증이 있어서 잠에 드는 것이 어렵고

조그만 소리나 빛에도 곧잘 깨곤한다.

이렇게 전쟁을 여러번 치르다 보면 마음에 그를 없애고 싶은 미워하는 맘이 생겨나게 된다.

물론 그가 전적으로 나를 배려해주는 편이긴 하지만

 

약 7년 남짓을 혼자 살아오면서

남과의 거리 만들기, 적당한 무관심만이 평화라고 믿어왔던 내게

사람과 부대끼며 만드는 적극적 평화란 이토록 힘겹다.

요즘들어, 내 파트너를 거울 삼아 나를 들여다 보게 된다.

뼛속 깊이 느긋한 내 파트너와 달리,

개발주의의 강령이 휩쓸어버린 이 사회의 학교 독, 강박, 소외된 교육, 외로움, 경쟁심, 열등감과 짝패를 이르는 우월감, 자만, 독선이 내 몸과 마음에 얼마나 큰 병을 키웠는지,

그가 11명의 형제들과 부모님과 함께 살아오면서 터득한 공동체의 지혜에 비해

나는 3형제 막내로 태어나서 남의 마음이야 어떻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지금도 한참 마마걸 수준이라는 걸...

 

부끄럽게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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