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펌]미생물도 숨쉴수 있는 세제쓰기

  • 등록일
    2005/03/12 14:13
  • 수정일
    2005/03/12 14:13

출처: 녹색연합 http://www.greenkorea.org/ [삶속의 초록] 박경화님의 포스팅

 

기원전 5,000년경 이집트 사람들은 목욕을 할 때 천연 탄산소다로 몸을 문지른 뒤 ‘샤프’라고 하는 점토를 개서 만든 것으로 몸을 씻었다. 그리고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향유를 발랐다. 물의 세정력을 높이는 탄산소다가 바로 ‘탄산나트륨’으로, 최초의 세제였다. 희랍어로 ‘강과 강 사이에 있는 토지’를 뜻하는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그곳 가까이에 있는 슈멜문명 유적지에서 발견된 점토판에는 설형문자로 비누의 제조방법과 용도가 새겨져 있다. 피부병엔 유황비누를 썼고, 기름 1리터와 탄산칼슘 5.5리터로 비누를 만들었다고 한다. 약 3,000년 전 초기 로마시대에는 사포(sapo) 언덕에서 양을 구워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풍습이 있었는데, 양을 구울 때 생긴 기름과 타다 남은 나무재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 다이빠 강으로 흘러갔는데, 이 물에서 빨래를 하던 사람들은 때가 잘 빠지는 사포의 땅에서 놀았다고 한다. 이 ‘sapo’가 지금의 ‘soap’의 어원이라는 설이 있다.

먼지나 땀 같은 때는 물에 잘 녹고, 세탁물을 물에서 비비고 문지르면 먼지가 떨어진다. 그러나 기름처럼 물만으로는 떨어지지 않는 오염물질이 있다. 이 때 물의 세정력을 높이기 위해 넣는 것이 세제다. 기름때가 물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은 기름은 기름끼리 뭉쳐지고 물은 물끼리 뭉쳐지기 때문이다. 물이나 기름 같이 2개가 접하는 경계면을 ‘계면’이라 하는데 이 계면에 작용해서 본래 합쳐질 수 없는 기름과 물을 섞는 활동을 ‘계면활성작용’이라 하고, 그 활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계면활성제’다.

계면활성제의 분자는 물에 잘 섞이는 친수기와 기름에 잘 섞이는 친유기 두 가지 성분인데, 친유기가 더러움에 붙고 친수기가 물과 결합해 때를 물로부터 분리시킨다. 이 활동을 한층 효과있게 하기 위해 손으로 비비거나 세탁기를 돌리는 것이다. 문제는 합성세제에 들어있는 이 계면활성제가 독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 세제에는 세정력을 높이려고 형광표백제와 효소 같은 화학물질을 첨가해서 넣는데, 때를 없앨 뿐 아니라 하얗게 물들이기 위해 넣는 형광표백제가 쌓이면 발암위험이 있다고 한다.

거칠어진 손, 갈라진 손, 습진이 모두 이 합성세제의 왕성한 활동 때문이다. 빨래를 씻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 손으로 흡수되고, 옷에도 미세한 성분이 남아 있다. 샴푸나 린스, 치약에도 들어 있어 두피나 머리카락, 혀와 입 점막에서 우리 몸 세포를 파괴한다. 계면활성제가 든 주방세제로 과일과 그릇을 씻은 뒤 남아있던 잔여물이 입 속까지 들어간다. 비누는 일정 농도보다 낮아지면 계면활성작용을 잃어버리고 하루만에 분해가 된다. 하지만 합성세제는 아무리 약해도 계면활성작용을 잃지 않고 분해도 좀처럼 되지 않는다.

본래 자연에는 물을 정화하는 힘이 있다. 유기물이 물에 들어가면 우선 박테리아가 분해하고 그것을 원생동물이나 동물성 플랑크톤이 먹고, 다시 새우나 물고기가 이것을 먹는 방식으로 연쇄를 통해 분해되고, 맨 나중에 남은 유기물은 물과 탄산가스로 바뀐다. 유기물에 함유된 질소나 인은 무기물로 변하고, 물풀이나 돌에 붙어 있는 부착조류 같은 것을 흡수한다. 그러나 하수구로 흘러든 합성세제는 물 속에 사는 박테리아를 죽인다. 유기물을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죽어버리면 정화능력이 떨어져 유기물 오염이 진행되고, 생물간의 균형이 깨진다. 또, 합성세제는 하수처리 능력을 떨어뜨리고 강물과 바다까지 오염시킨다. 마지막 헹굼물에 넣는 섬유유연제, 청소할 때 쓰는 락스, 변기 안에 넣어두는 변기 세정제 역시 유효미생물을 죽이는 세제들이다.

냄새를 없애고 싶다면 청소 마지막에 식초를 뿌려두면 되고, 폐식용유를 재활용하여 만든 무공해비누나 천연세제가 많이 나와 있다. 집에서 만들기 번거롭다면 생협에 가면 빨리 분해되고 우리 몸에도 해가 없는 천연세제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주방용, 세탁용, 목욕용으로 종류별로 구할 수 있다. 이사한 집을 방문할 때도 합성세제보다 무공해 비누나 식물성 천연세제를 선물하자. 거품이 일어나듯 좋은 일이 많이 생기라는 마음을 전하는 선물이 이왕이면 해가 없고, 우리 땅에도 좋은 것이라면 더 기분 좋지 않은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