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점거의 시작

[메모] 두리반에서 명동 3구역 카페 마리로 이어지는 흐름과  그 곁의 서울대 점거농성등을 보면 지난 몇년간 가시화되고 있는 87-97체제 이후 청년운동이 '점거'라는 형태로 본격화될 가능성을 고민하게 된다.

 

두리반도 그렇고, 명동도 그렇고 이전의 가난하고 못 배운 빈민철거민들에게 연대하는 중산층 대학생이라는, 전통적인 연대활동의  이미지와는 매우 다른 풍경이다. 상인들이 있는 기반을 잃어버리게 생겨서 시작한 싸움에 아무런 기반조차 갖지 못한 청년, 잉여들이 그 공간을  빌려 일단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명동의  경우, 아직 상인대책위가 확고하 조직상이나 지도력을 갖추지 못해서 그런것도 있지만, 마리로 모여드는 엄청난 인원의 사람들 중 상인들과  관계맺지  않고 이공간에서 점거를 '즐기며' 새로운  공통의 감각을 만들기 위해 참여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이다. 

 

여기서 그 '비정규 점거꾼'들은 노래하고, 술 마시고, 춤추고, 토론하고, 예배하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통해 관계를 구축한다. 

 

어쩌면 지금 상가세입자들의 기반을 빌려서 벌어지고 있는 이 싸움이 이제  곧 청년, 잉여들 스스로가 판을 벌리는 점거 싸움으로 확대될 소지도 다분하다. 교육비 문제와 더불어 주거권 역시 청년세대의 삶을 압박하는 주요 요인인 데다가 함께 하는 것의 재미를 맛들린 사람들이 퇴각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어쩌면 이  점거 싸움은 우리의 가시적 세계를 완전히 허무는 시발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