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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05
    소선구제가 일으키는 착시효과(4)
    김강
  2. 2010/01/21
    어느 창당식과 종교의 탄생(4)
    김강

소선구제가 일으키는 착시효과

이번 선거를 압승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과는 분명히 그렇다. 거의 전 지역에서 여소야대를 만들었고, 진보정당들도 역량에 비해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진보신당 분당 이후 민노당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두뇌들은 잃었을 지언정, 손발은 튼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선거이기도 했다.(다만 향후 민노당이 과연 어떤 식으로 민주당과 차별된 진보적 행보를 보일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게 되었다.) 진보신당의 성적도 패배라고 보기는 어렵다. 노-심 두사람이 유명해서 그렇지, 분당 이후의 진보신당이 가진 선거역량을 생각해보자면(당장 공보물 질을 봐라.ㅡㅡ;)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봐도 될 것이다.

 
  
현재 가장 웃고 있을만한 정당은 역시 민주당일 것이다.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끝까지 곤조를 부려서 거의 빼앗기는 것 없이 전지역에 후보를 내었고, 대부분 당선의 기쁨을 맛 보았다. 의회의 성적은 더 고무적이어서, 광역자치단체의 장 자리를 넘겨준 지역에서도, 그들을 거의 식물로 만들 수 있을만큼의 의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과연 이 선거를 가지고 "민주/진보 세력이 수구/보수 세력에 압승을 거두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소선구제'가 일으키는 착시효과일 뿐이다. 다 알다시피 소선구제 하에서는 오직 1등한 사람만이, 즉 그가 20% 지지를 받았든, 80% 지지를 받았든 1등을 한 사람만이 당선된다. 때문에 소선구제는 지속적으로 대의민주주의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기초의회의 경우 그나마 2, 3인 선거구로 중선거구제 선거가 치뤄졌기 때문에 여타의 선거보다 진보정당의 당선 폭이 넓었던 것이다) 의회 선거의 경우 진보정당들이 꾸준히 제안하고 있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사실상 득표율과 의석비율이 차이나는 일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전체 의석이 지지를 얻은 만큼 배분되기 때문에 유권자들 역시 복잡한 선거공학을 의식하지 않고 충실히 자신의 이익과 신념에 따라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오직 한 사람만을 뽑는 '장' 선거 역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상당부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뭐, 이런 것들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될 것이고, 이 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냐면, 결과적으로 '참패'한 한나라당은 여전히 전국에서 40% 안팎의 표를 얻은 정당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선거에 이겼다는 것만으로 자유주의 진영이나 진보진영의 정치 관심자층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지금껏 민주당 계열의 자유주의 정당들은 선거 때만 되면 진보진영의 유권자들에게 표를 구걸하다가도, 막상 당선이 되면 철저히 그들을 무시하는 작태를 보여왔다.(대표적인 정치인이 유시민이다. 유시민은 경기도에서 무더기로 나온 무효표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할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3%~10%의 진보 유권자들보다 40%의 한나라당 유권자들이 훨씬 더 무섭기 때문이다. 선거 때야 어차피 그들이 자유주의 세력을 지지할 일이 없으니 진보 유권자들의 표를 갉아먹지만, 선거가 끝나고 일상적인 정치일정에서는 진보적 유권자들의 요구보다, 40%의 한나라당 유권자들의 요구가 자유주의 진영의 이해관계와 더 맞아떨어지며, 또한 그들이 보수 언론 등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기 때문에 - 즉 선거 없이 여론을 확인할 길이라곤 주로 언론밖에 없는 환경이기에 - 보수적 유권자들의 눈치를 더 보는 것이다.

 
  
따라서 득표율로 따지만 45:40(그리고 기타) 정도의 승리를 거둔 것은 결코 '압승'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번 선거는 사실 아주 힘겨운 작은 승리일 뿐이며, 따라서 언제든지 '선거 없는' 기간 속에서 민주당 등 자유주의 진영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선거 직전에 민주당의 가열찬 협조로 이뤄진 "경찰 맘대로 불심검문법"과 "G20 서울한복판 군대동원법"은 그 전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자신들 역시 대부분 토건세력이나 지역 유지들로 이루어진 민주당 지방정치인들이 과연 4대강 사업 등을 제대로 막아설 수 있을지 우리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참고로 인천시장 송영길은 이명박보다 먼저 '경인운하'를 추진한 정치인이었고, 유시민은 각료시절 새만금에 골프장 100개를 지어서 경기부양하자 했었고, 한명숙은 대추리 주민을 쫓아내는데 '성공'한 총리였다.) 

 
  
결국 이번 선거를 진정한 '압승'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딱 한 가지, "조낸 패는" 수밖에 없다. 보통 전쟁에서 승패는 그다지 양 진영이 큰 차이가 나지 않을 때 갈린다. 승리한 진영이 그대로 안심해버리면 패배한 진영은 질서있게 후퇴하여 훗날을 도모하게 된다. 돌이킬 수없는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승패가 분명히 갈렸을 때, 후퇴하는 적군을 끝까지 맹렬하게 추격하여 완전히 재기불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마도 - 지난 정권들이 보여주었듯이 - 자유주의 진영의 '장수'들은 적당한 선 이상을 추격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그들을 선택한 유권자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장교와 졸들이 나서서 장수들을 협박해서 적어도 등떠밀려서라도 적군을 끝까지 추격하게 만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촛불시위는 커다란 역량을 축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끝났고, 2010 지방선거도 압승처럼 보이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제 '조직화'가 필요하다. 물론 그 조직화는 하나의 단일한 형태의 조직이 아니라 개혁진형이든, 시민사회단체든, 진보진영이든, 혁명적 좌파든 혹은 심지어 학술단체든 간에 촛불집회와 이번 선거를 통해 급속도로 정치화되고 있는 대중을 어떻게든 자신들의 방식으로 조직화하는 것을 통해 정치행위가 일상에서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진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선거'가 갖는 관성에 따라 모든 정치행위가 4, 5년에 한 번 치뤄지는 소선구제 선거로 귀속되어 버리고, 그 결과는 보수양당의 독점정치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선거를 통해 나타난 정치열기가 꺼지기 전에 진보든 개혁이든 간에 회원, 당원, 활동가, 세미나 멤버 배가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2007년 대추리 풍경. 올 가을이 되면 강남 한복판이 이 모양 날 판이다.


 
특히 이런 이유에서 이번 선거에서 독자노선을 가지고 완주한 진보신당은 여전히 유의미한 지점을 획득했다 할 수 있다. 부산 등의 조기 단일화와 심상정 사퇴로 인한 당내 갈등이 당분간 지속되긴 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바깥의 급진적 정치이슈들에 더욱 달려드는 과정을 통해 내부 갈등도 해소하고 더 많은 당원들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어야 한다. 일상에서 '복지'와 '환경'을 중심으로 한 정책 이슈들을 제기하는 것과 더불어, G20이라는 자유주의자들과 진보진영의 대응이 확연히 갈리는 이슈가 지척에 놓여 있다. 이 이슈를 어떤 방식으로 통과하느냐가 진보신당은 물론이고, 범좌파의 숙제가 될 것이다. 좌파가 선거 이후 공간을 얼마나 급진으로 끌고 가느냐가 현재 승리를 거두었다고 자축하는 자유주의자들을 서늘하게 하면서 그들을 더 왼쪽으로 끌고 올 수 있느냐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야 좌파는 유의미한 정치공간을 갖게 될 것이다. 결국 문제는, '급진'이다. 또다시.
 

 
p.s. 그건 그렇고, 이번에 '억울하게' 패한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정당명부제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에 나서지 그러냐._김강기명(비평루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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