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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침공? ^^

몇년만에 수원 화성에 다시 가 보았다.

 

일요일 오후

아버지도 안좋으신데 어머니까지 허리병이 나서 심난했다.

서울에 갈까말까 망설이느라 아무 약속도 잡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용산에 가서 불법 DVD라도 몇장 사올까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러다 우리동네까지 뚫린 전철도 타볼겸,

오랫만에 사진도 찍어볼겸 해서 비교적 가까운 수원 화성에 갔다.

그런데 초입부터 짜증이 좀 나기 시작했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은 것이야 그러려니 했다.

입구에 있는 설명을 보니

70년대 국방유적 복원 사업의 하나로 복원이 시작됐다는 설명이었다.

그냥 '유적 복원'이 아니라 '국방'유적 복원이라니

역시 위대한 박통 깍까 시절다운 발상이다.

그래, 그것도 괜찮았다.

온 나라를 병영화 하고, 온 국민의 생활 깊숙히까지 군사문화를 찬연하게 꽃피우게 했던

박정희 덕에 복원이라도 시작했으니 까짓거 넘어가 주자.

 

나를 짜증나게 만든 것은 이런 것들이었다.



"공사중"

복원을 위한 공사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이건 그게 아니다.

흙길을 없애고 시멘트를 쳐바르면서 야경을 위해서 바닥에 조명을 까는 공사다.

밤에 보면 열라 멋지겠지? 기다렸다 그 멋진 야경사진을?

시멘트 깔아 놓으면 비가와도 질퍽거리지 않고 되게 좋겠다. 그지?

빌어먹을.

몇년 전 왔을 때는 없었던 기념품 판매점.

그 옆에 만들어 놓은 "효원의 종"

일반 시민도 칠 수 있다.

단--!!!!! 타종권이란 걸 돈주고 사란다. (자본주의 만세다)

"타종 안내"는 더 웃긴다.

돈내면 3번 칠 수 있는데 무식한 중생들이 아무 생각없이 칠까봐 걱정이 됐나?

친절하게도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는지까지 지정해 주셨다.

- 1타: 부모의 건강 기원 (고아는 치지 말라?)

- 2타: 가족의 건강 기원 (부모는 가족 아닌가? 뭘 따로 쳐?)

- 3타: 자신의 발전 기원(차라리 부적을 사라!)

'사적 제 몇호'라고 되어 있는데 올라가 보면 수원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면서

수많은 낙서도 한 눈에 들어온다.

근데 복원이라는게 시멘트 바르는 방법밖에 없나?


사진을 몇 장 찍기는 하는데 도무지 흥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오우삼인양 비둘기나 찍고

화성 바로 옆에 있는 50년 역사와 전통의 이발관이나 찍고.

유치찬란함의 백미는 역시 '화성열차'

서울대공원에 있는 코끼리 열차에서 영감을 얻었나?

지난 번에는 성 안쪽으로만 돌았는데 이번에 성 바깥쪽으로 나가봤다.

이 사진을 왜 올렸을까?

다음 사진을 보고 알아 맞출 것.

나중에 복원 된 벽이다.

두 개가 합쳐지면 이렇게 된다.

성벽 아래에는 조명시설이 줄줄이 박혀있다.

이번에 처음 가 본 것이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도 같다.

그런데 몇년 전의 모습과 비교가 되면서 정말 '꽝'인 일요일 오후가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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