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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복권이란 걸 한 번도 사 본 적이 없다. 대학교 때 친구 녀석이 선물이라며 주택복권을 한 장 사준 적은 있지만 귀찮아서 맞춰보지 않았다. 경품 준다고 뭘 적어내 본 적도 없다. 확률상 낮은 일은 재미로조차 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게으르고 말이다.

 

그런 내가 뻐꾸기님 삼만번째 방문자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곰상스런 면이 있는 나의 쓸데없는 치밀함으로 그 때 화면도 캡쳐해 놨다.  증거로 쓸 일이 있을까 해서^^)

 

 

 

뻐꾸기님이 평택까지 올 일이 있다고 해서 한 번 만나볼까 생각도 했었다. 예전엔 낯을 무척 가리는 편이었지만 나이들면서 그런 것은 많이 없어졌고 온라인상에서 알게된 사람을 오프에서 보는 것은 어느 정도의 궁금함으로 인해 기대되기 마련이다. 나야 나비와 찍은 사진 등 내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고,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내 글의 느낌과 만나서 얘기할 때의 느낌이 거의 같다고 한다. 너무 신비감이 없는 것 같아 앞으로는 내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라도 해야겠다.

 

뻐꾸기님이 너무 바쁘게 사는 것 같아서 신경도 쓰였고, 나도 아버지께서 악화되는 바람에 만나는 것은 포기하고 DVD를 선택.

 

내가 갖고 있는 DVD는 2천원짜리부터 2만 몇천원짜리까지 있다. 물론 DVD 가격이 영화의 질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2~3천원짜리에도 걸작이 수두룩(정말 많다. 부록이 좀 부실하긴 하지만)한 반면, 거져 줘도 안가질 '태극기 휘날리며'같은 것은 3만원이 넘는다.

둘 중 하나를 보내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사실 가격이 신경쓰여서, 왠만큼 값이 나가는 것 하나와 비교적 저렴한 것 하나를 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잘못 알았다. 내가 가격을 알아본 알라딘에서만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싸게 팔고 있었던 거였다. 뻐꾸기님은 다른 곳에서 구매했고 말이다.) 뻐꾸기님은 둘 다 보내는 만행을 저질렀고, 본의 아니게 난 잔머리를 굴린 것처럼 되 버렸지만 뻔뻔하게 즐거워하기로 했다. ㅎㅎ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

영화는 좋아하지만 편식이 심한 편이다. 그런 편식에 문제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고칠 생각은 전혀 없다. 코메디는 잘 안보는 편이다. 특히 '로멘틱 코메디'는 거의 안본다. 차라리 아예 말이 안되는 '총알탄 사나이'류는 그나마 보겠는데(주성치는 아주 좋아한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메디들은 너무 재미가 없다.  (르네젤위거가 좋아서 봤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엄청 짜증나는 수준)

 

물론 우디알렌의 코미디는 감탄을 하면서 본 기억이 있다. <스티브...>가 나의 흥미를 끈 것은 일단 미국에서는 대박이 났다는데 우리나라에선 개봉조차 못해보고 곧장 dvd로 출시됐다는 것. (이런 DVD는 우리동네 대여점에서 갖다놓을 리가 없다. 용산에서도 이런 걸 팔리는 없고)  내가 볼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에서 다운받거나 DVD를 사는 것인데 모니터로 영화보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나로서는 뻐꾸기님의 이벤트가 정말 '딱'이었던 것이다.

 

 

감탄까지는 안나왔지만 아주 재미있게 봤다. 말이 안되는 것을 말되는 것처럼 하는 영화들 정말 짜증나는데, 말이되고 안되고를 아예 무시하는 영화들은 괜찮다. 그런 영화갖고 '말이 안된다'라고 따지는 사람도 없거니와 행여 그런 사람이 있으면 "누가 뭐래? "라고 해주면 된다.

 

 나름대로 유명했지만 이젠 투자자조차 확보하기 힘들게된 해양 다큐멘타리 감독 스티브 지소의 이야기다. 난 이 영화의 줄거리를 재미있게 설명할 능력이 없다. 스티브지소의 냉소적 유머감각과 엉뚱한 캐릭터들이 재미를 주는 것인데 줄거리 장황하게 설명해봐야 더 재미없게만 느껴질 것 같다. 꽤나 호화 캐스팅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인기있는 인물은 별로 없다. 내가 좋아하는 윌리암 대포(사진 제일 오른쪽)는 이 영화에서 정말 재미있는 양념 역할을 한다. 꽤나 성격있는 배역들을 주로 맡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좀 깨는 역이다.

 

 아들일지도 모르는 네드와 지소간의 관계가 줄거리의 큰 축을 차지하고 그로인해 가족주의 강박의 혐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슬리지는 않았다. 다르게 생각할 여지도 있고 말이다. 별 이변이 없는한 나도 스티브지소처럼 자식없이 늙어갈텐데 허헛!

 

 

어이없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예전에 이 영화를 비디오로 빌려서 봤다. 그런데 본지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닌데 영화내용이 극히 일부만 생각나고 거의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그렇게 기억에도 안남는 영화가 왜 그렇게 호평을 받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떤 영화였는지 다시 보고 싶었고, 요즘 영화를 모으는 취미아닌 취미를 갖게되었는데 기왕이면 다큐영화를 모으기로 한 것도 한 몫해서 뻐꾸기님에게 요청한 <브에나...>

 

영화를 보면서 너무 어이가 없었다. 이 영화는 놀랍게도 "내가 안 본 영화"였던 것이다. 아마 타큐라고 하기에 그리 당기지도 않으면서 일단 비디오를 빌려온 것 같다. 정혜랑 같이 살면서 약간 피곤하게 살던 때였고 (가사노동과 경제적인 문제를 100% 내가 해결했기에) 그때는 피곤해서 주로 액션 영화를 봤다. 아마도 조금 보다가 잠이 들었고 반납일 때문에 그냥 반납했을 것 같다. 그래놓고도 그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고 말이다. 정말 어이없어.

 

 

그래, 피곤하고 컨디션 안좋을 때 볼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어쨌든 참 좋았다. 무엇보다도 음악 자체가 좋았고 그런 음악을 늙수구레한 노친네들께서 한다는 것도 감동적이다. 극영화에서 인정받은 감독답게 다큐면서도 극영화같은 분위기가 있다. 다큐에 스태디캠을 이렇게 쓸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나라 독립다큐에서 그럴 일이 있을까? 그 비싼 장비를?) 인터뷰할 때도 카메라는 다른 다큐처럼 고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음악을 따라 춤을 추듯.

미국이 그렇게 없애고 싶어했던 카스트로가 대통령으로 있는 나라. 속옷 광고에도 그의 사진이 쓰일만큼 자본주의 이미지에 이용당하고 있는 체게바라를 혁명과 연결해서 기억하는 나라 쿠바. 그렇게 노래를 잘하던 가수가 먹고살기위해 구두닦이를 했지만 그걸 떳떳하게 말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어쩜 그렇게들 낙천적일 수가 있을까?

 

Special Feature도 마저 봐야겠다.

어, 내가 뻐꾸기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나? 5공쯤에 유행했던 표현을 빌자면 "이 왠수를 어떻게 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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