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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제는 중2 때와 고1 때 나온다. 그리고 대개 이때까지는 아직 수학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내용을 대부분 이해한다. 명제 부분은 ‘논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교육이 그렇듯 그저 ‘수학’일 뿐 ‘논리’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
대체 복무제 때문에 보수적인 사람들은 큰 걱정을 하고 있나 보다. 병역 기피자들이 늘어나서 나라의 근간이라도 흔들리지 않을까 말이다. 내가 보기엔 군대가기 싫어서 종교나 양심의 문제도 없는데 국방부를 속이고 현역복무의 두배를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혹은 있기나 할까) 싶은데, 그리고 당장 군대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대학1학년 내 조카도 “미쳤어요? 아무리 군대가기 싫다고 두배나 근무하게!”라고 말하고 있고 그런 내 조카가 대한민국 젊은이들 중 특별한 경우가 아닐 것 같은데 말이다.
오늘 하려는 얘기는 사실 대체복무제는 아니다. 제목에 썼듯이 명제에 관련된 것이다.
성우 양지운은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 아들 둘이 병역을 거부해서 실형을 살았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달라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를 가장 가슴 아프게 했던 인터넷 댓글이 이거라고 한다.
“군대에 안가는 게 양심이면 군대에 간 나는 비양심인 거냐?”
사실 이 정도의 유치하고 스스로가 멍청함을 선포하는 말에 대해 뭔가 대꾸해줘야 하는 현실이 슬프긴 하지만 의외로 이런 식의 반박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이런 식의 말들이 나름 ‘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예전에 배운 것을 다 까먹은 사람을 위해서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명제’라는 것은 참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문장이나 식을 말한다.
원래 명제를 “p이면 q이다”라고 하면
역: q이면 p이다
이: p가 아니면 q가 아니다
대우: q가 아니면 p가 아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원래 명제가 참이라고 해서 역이나 이가 참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때 그때 다르니 따져봐야한다고 배웠다. 다만 대우는 원래 명제와 참 거짓이 항상 같다.
‘사람은 죽는다’라는 명제가 있다면
역: 죽으면 사람이다
이: 사람이 아니면 죽지 않는다.
대우: 죽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위에서 보듯
“군대에 안가는 게 양심이다"와 "군대에 가는 것은 비양심이다”는 <이>관계이다.
예전 '누가 아줌마인가?'에서 썻듯이 사람들은 원래 명제가 참이면 역도 참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따져보면 아주 어이없는데도 말이다.
물론 <이>가 항상 원래 명제와 참거짓을 같이 하는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법률이다. 즉 "p라는 죄를 지으면 q란 벌을 받는다'라는 법조항이 있으면 당연히 'p라는 죄를 안지으면 q라는 벌을 안받는다'도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데나 “군대에 안가는 게 양심이면 군대에 간 나는 비양심인 거냐?” 라는 식으로 논리를 펼친다면 아주 이상해 진다. 이런 대화를 상상해 보자.
갑: 사람이면 모두 죽게 마련이지
을: 뭐야? 말도 안돼. 사람이면 모두 죽는다고? 그럼 사람이 아니면 안죽는다는 말이냐? 개나 고양이는 사람이 아니니까 안죽니? '사람이면 죽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야.
을처럼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없다.
'군대를 안가는 게 양심에 따른 것'이라는 말은 '군대 가는 게 비양심'이라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사람이면 죽는다는 말과 사람이 아니면 죽지 않는다는 말이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듯이 말이다.
즉 하지도 않은 말 갖고 억지를 부리는 것에 불과한데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는 거다.
이런 예를 제법 자주 본다. 예전에 어떤 잡지에서우리나라의 '나이주의'를 문제 삼으면서 '이놈의 나라는 처음 만나서 나이를 물어 위아래를 따지지 않으면 대화가 제대로 되질않는다'라고 좀 냉소적인 말을 했는데 그에 대해 다음 호에서 누가 이렇게 반박했다. "그럼 나이를 안따지면 대화가 제대로 된다는말인가?"
누가 그렇다고 했나? 이 사람도 전혀 하지도 않은 말을 가지고 생트집을 잡는 것인데 아마 본인도 깨닫지 못할 것이다.
전에 강준만이 인터뷰할 때 인터뷰어가 '어떻게그렇게 인물들에 대한 광대한 자료를 수집, 분석할 수 있었는가?'라고 묻자 "한 십년쯤 고3 수험생처럼 열심히 살면 작은것이라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라고 대답했다. 이 얘기를 누구에게 했더니
"그럼 고3 수험생처럼 열심히 살지 않으면 뭔가 이룰 수 없다는 말이야?"
난 잠시 멈칫했다가 차근차근 따져봤다. 그리고
"네가 착각했구나. 그건 <이>잖아!"
자신의 실수를 곧장 인정했고 그게 끝이었다. 깔끔하지 않나?^^
민노당 우리 지역위에서 '북한 바로알기'라는 강연을 마련했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그쪽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난 무슨 내용일지 대략 뻔해서 가볼 생각도 당연히 안했다.
타 지역에서 오신 당원분은 생각이 그쪽은 아니지만 워낙 당 일에 열심이셔서 강연회에 가셨다고 한다.
질의 응답하는 시간이 있어 그 분이 북한 정권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나보다.
그러자 강연을 했던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단다.
"남한 사람들하고 북한 사람 들중 누가 더 행복하다고 느낄까요?"
질문의도는 너무 명확하다.
북한 인민들은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체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이 더 좋은 사회라는 것일 게다.
이렇게 단순한 논리에는 같이 단순하게 대답해 줘야한다.
스스로의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을 따져보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가 방글라데시사람들이라고 한다. 인도가 2위인가 그렇다.
그렇다면 진보정당인 우리 민노당이 꿈꾸고 만들고 싶어하는 사회가 방글라데시인가?
내게 남한 사회가 살기좋은 사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 사람들처럼 북한사회가 이상향이겠는가?
내 주위에는 가부장적인 기성 질서와 매일 싸우며 피곤하게 사는 여성들이 제법 있다.
현모양처를 미덕으로 알고 순종하며 사는 여성들에 비해 이들의 삶은 그닥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비록 덜 행복하더라도 난 이렇게 잘못된 기성 질서와 싸우는 사람들이 좋다.
카스트 제도하에서 자신이 천한 계급으로 태어난 것을 운명이라 생각하고 당연히 받아들이며 살면 행복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 운명에 반항하며 싸워온 사람들은 불행을 자초하며 사는 사람들인가?
민노당 하는 사람들이 한나라당 지지자들에 비해 행복지수가 높을까?
우린 맨날 뭔가 불만에 싸여서 쌈박질 하는 사람들이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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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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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만에 보는 역-이-대우 로군요.학교에서 배웠어도 생활에서 써먹는 일이 없으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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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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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똑똑하다.... 어른이니까 이렇게 말하면 안되는건가요?하하하어렸을때도 그랬지만 선생님 이런말씀 하시는거 보면 막 무슨 종교처럼 빨려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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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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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말장난처럼 보이는 명제이지만...아주 기본적이고 중요한 논리이지요... 새삼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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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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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를 손오공 여의봉 휘두르듯 쓰는 사람들이 있죠. ㅎㅎㅎ당 안에서도 이런 몰골들 많이 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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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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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 저야 학원이나 과외에서 수학을 계속했기에 익숙하기도 하지만 고등학교 때 이걸 배우면서 실생활에 쓰이는 말들에 응용해보고 재밌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글씨 못쓰는 친구녀석이 "나 천재인가봐. 천재는 악필이라잖아"라고 말하면 난 "천재가 악필이다가 참인 명제라는 보장도 없지만 그게 참이라 해도 넌 <역>을 말하는 거잖아"라는 식이었죠. 물론 얘기한 녀석도 농담으로 말한 거지만 오히려 어른이 되고 나니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리...도영: IQ는 네가 나보다 훨씬 높잖아. 난 평균이거든^^
유이: 반갑습이다. 방금 블로그에 가보고 기동경찰 페트레이버 봐야겠다는 생각했습니다^^
행인: 맞아요. 손오공 여의봉 휘두르듯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맞고 당안에 그런 사람들 많다는 것도 맞고 말이죠. 그런식의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펴놓고 상대방을 논리로 제압했다고 착각하며 으쓱하는 사람들 말이죠. 상대해주자니 너무 허접하고, 안해주면 지가 이겼다고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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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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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끌어갑니다...^^부가 정보
김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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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오빠가흑백논리에 맞서서 오빤 회색주의로 나간다
맞나?? 비슷하게 말한거 생각나염... ^0^
심심해~~~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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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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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좌파: 에고, 민망하네요^^자영: 난 여전히 회색인데 ㅋㅋ 아직 남자 친구 생길 기미는 안보이남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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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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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니 약간?! 흠짓하네요~분명 저런식의 우를 범했을듯한 생각이드는지라~ 제가 수학에 약했잖아요-_ ㅠ(명제까지 포기하진 않았지만!!을 강조!!)부가 정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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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좀 헷갈려서요. 명제를 현실의 논리에 비추어 생각하는 건, 경우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예로, 윗글에서 "군대를 안가는 게 양심이다", 이의 대우는 "비양심이면 군대를 간다"일 것이고, 그렇다면 이 경우에는, 대우와 이"군대에 가는 것은 비양심이다"가 차이없지 않습니까?부가 정보
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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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질문: 그렇군요. 사실 그닥 고민해보면서 쓴 글이 아니라 미처 거기까지 생각은 못해봤네요. 지금 대충 생각나는데로 말해보자면 '군대를 안가는 게 양심이다'가 제대로 된 명제로 볼 수 있는지부터 문제인 것 같네요. 일단 'p이면 q이다'처럼 가정과 결론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 적합한지도 좀 의문이고요, 위처럼 말한 사람이 병역거부자의 의견을 제대로 인용했는지도 좀 의심스럽네요.
사실 병역거부자의 의견은 "군대를 안가려고 하는 이유는 양심의 자유 문제 때문이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그걸 비판하는 사람이 축약해서 '군대를 안가는 게 양심이다' 정도로 바꾼 거고요. 그러다 보니 내용이 '군대를 안가야지 양심이다'처럼 되버린 것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면 '이'로 반박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원래 한 얘기부터 잘못 인용을 한 게 되겠네요.
즉 '군대를 안가는 이유가 양심의 문제 때문이다'란 말을 '군대 안가는 게 양심이다'로 왜곡됐고, 왜곡된 명제를 바탕으로 또한번 '이'를 들이대며 다시 이상한 논리를 편 것 같네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군대를 안가야 양심있는 거다'라고 주장한 건 분명 아니니까요. 그러니 대우도 이상한 말이 되버린 거겠죠.
제 설명이 맞는지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좋은 지적 고맙습니다.^^ 역시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여럿이 생각하는 게 낫네요. 감사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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