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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회화를 보는 눈

그림을 배우러 다닌 지 두 달째다. 소묘를 일 주일에 두 번씩, 두 시간씩 하고 있다. 마음을 잃고 어찌하지 못 하다가 시작한 그림에 제법 재미를 느끼고 있다. 중학교 시절 미술 선생님과 사생대회를 나갔었던 기억, 대학 시절 자유선택으로 미술사를 수강했던 기억들이 나름 미술에 대한 나의 끊이지 않는 애착이었다고 난 믿고 있다.



그림은 역시 보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그런데 어떻게 보는 것이 잘 보는 것이냐는 즐거움에 앞선 다른 문제이다. 즐겁기야 춘화가 즐거울 수 있지만, 그것은 잘 봐야 할 이유는 별로 없다. 시를 읽으면서 시의 즐거움과 달리, 시를 쓴 작가의 마음을 떠올려보고, 당대를 생각하여보고, 낱낱의 시어와 시의 구조를 탐구하여 봄으로써 시를 더 잘 읽을 수 있는 것처럼, 그림도 그렇다. 그림의 무엇을 보는 것이 잘 보는 것인가에 대해 이 책은 조근조근 얘기해준다. 같은 대상도 작가의 의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으며, 심지어는 추상화의 의도에 대해서까지 말해준다. 형식미에 대한 얘기에서는 '선 중심'의 그림과 '채색 중심'의 그림의 비교를 통해 그림의 형식미를 정말 쉽게 얘기해준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 동안 나는 일체의 잡다함을 잊을 수 있어 좋다. 그림을 보는 것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에 앞서 그림이 주는 감동을 나는 때때로 경험하곤 한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미술책에서 봤을 때의 충격과 그런 피카소가 '청색시대'라고 불리는 규비즘 이전의 또다른 그림들이 주는 차가우면서도 비극적인 그림들, 종교화들이 주는 상징과 그림의 구석구석에 장치된 화가의 의도를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그 즐거움, 신화를 재해석해는 화가의 인문학적 지식들, 이 모두를 '감동'이라는 말 외에 뭐라 달리 표현할 수 있을까?



전시회를 가고 가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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