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길상사에 다녀오다

2007/12/19 17:41

그 동안 벼르던 길상사에 다녀왔다

성북구로 이사 온 뒤로 어디 산책할 만한 곳이 없을까 했는데 길상사라는 절이 있다 하여 약도를 그린 지도까지 인터넷으로 뽑아 항상 마음에 두고 있다가 오늘 기어히 다녀 왔지요

 

다른 이야기 이긴 하지만, 난 주4일 근무가 되어야 인간이 좀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이 연속적으로 쉬지 않고 5일간 근무하거나 일을 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일을 하다보면 수요일 정도는 쉬어가면 좋겠다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하루 8시간을 안 쉬고 일을 한다는 발상도 너무 고된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다

기계가 아닌 다음에야 다들 불가능한 일인데, 현대 인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들 일하고 산다

다행히 점심시간이 있으니 어떻게 버텨볼만 하다

그러나 이틀정도 일하고 하루는 쉬어야 최소한의 '인간적 행복'이 가능할 것 같다

최소한의 '인간적 행복'은 일을 하는 사람이 노동이나 그에 따른 임금에 얽매이지 않고 조금 더 자신을 살피고 삶의 가치를 생각할 수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며, 이로 인해 인간이외의 것들과 같이 생존하거나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쉬는 문제와 이틀이나 하루를 일하고 하루를 쉬었다가 다시 일하는 문제는 다른 문제의식이다

일주일이나 한달 단위의 삶의 사이클에 복종하여 사는 것보다는 자신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삶의 양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발상이다. 사실 임금을 위한 노동을 멈춘다고 삶의 가치가 멈추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노동자가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을 멈춘다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튼 '남의 집에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노력하여 수요일 정도는 쉬어야 한다는 공감을 확대하고, 실제로 법률로 이틀이상의  연속적 노동은 문제가 있으니 금지하여야 한다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대통령선거일을 핑계로 수요일인 오늘 하루 쉬니 참 좋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실컷 늦잠을 자고  길상사를 갔다는 이야기이다

 

걸어서 갔는데 딱히 몇 시까지 가야한다거나 같이 동행하는 사람이 없어서 느긋하게 걸어갔다

주변 서울지리도 익힐겸 거리의 간판들도 꾸준히 살피고 두리번 거리면서 걸어갔으니 서울 토종들은 나를 어디 촌놈같은 모양새로 보였을 것이다

 

길상사는 조용한 곳에 있었다.

주위에 대사관들이 있었고, 시골에나 있을 법한 고급 전원주택들-그럼에도 도시냄새에 풍겨나는 거대 집들을 지나서 올라가는 길목에 있었다

부처님은 보질 못하였으나, 누구나 명상을 하는 공간이 있어서 용기를 내서 그방에 들어갔다

다행히 아무도 없어 향을 피우고 삼배를 하고 직사각형의 두툼한 방석을 깔고 앉았다

길상사에 들어설때부터 불만이었는데 길상사 한쪽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것.

눈을 감고 앉아 있는데 온갖 잡념들이 몰려온다. 집세가 너무 비싸서 방을 옮겨야 하나, 보고서를 써야 하고 조사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나, 집을 옮긴다면 얼마짜리로 옮겨야 하나, 옥탑방은 그래도 싸고 살기에도 괜찮지 않을까, 침대를 하나 살까, 그래도 에이스 침대를 장만하면 방이 누추해도 우와하지 않을까......이런 잡념들을 그대로 지켜 보다가 몸의 흔들림을 느낀다 가만히 앉아서 정지하고 호흡만 하고 있으면 가끔 몸이 흔들릴때가 있다. 이런 느낌은 대학시절 국선도를 접할때 느낀 것인데, 나중에 명상공부를 하다가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괜찮다고 했다. 몸의 느낌을 알아차릴 정도가 되니 내 몸이 참 가볍고 호흡도 스르르 잠이 올 정도로 안정되어 갔다. 근데 공사장의 드드득 땅 파는 소리가 들려 다시 현실의 잡념이 몰려왔다. 계속 밀고 나갈까 하다가 주변 여건을 핑계로 명상을 중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어놓은 향불이 거의 다 타들어 갔는데, 신기하게 내가 앉아 있는 쪽으로 향 연기로 몰리우고 있었다. 음...기분 좋군.

다시 삼배를 하고 명상방을 나온다

 

길상사를 한 바퀴 산책하고 나온 김에 북악산 쪽으로 올라가 본다

장작불 설렁탕 집이 있고, 역시 고급 주택과 빌라들이 공기 좋은 쪽과 산 가까운 쪽은 내 차지라는 심보를 드러내듯 계속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나도 이런 곳에서 살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지나가다 부동산 유리에 붙여진 시세를 보니 전세도 1억이 넘고 매매는 22억짜리도 있으니 나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이렇게 길상사를 다녀왔다

올때는 마을버스를 탈까 하다가 역시 딱히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을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뚜벅뚜벅 걸어왔다

 

집에가서 따뜻한 커피한잔 타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오자 마자 커피를 타서 먹었다. 좋다~

 

가스 검침하는 아줌마인지 아가씨인지 핸드폰 너머의 목소리가 나를 계속 괴롭히고 있어 집에 오는 길에 오후에 들러달라고 전화도 했다

 

대통령 선거 결과가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대통령은 분위기이지 않은가

실제로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구체적인 김대중, 노무현, 박정희, 전두환이라는 인간이 존재할 뿐이며,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대통령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허구로 존재하는 대통령이 항상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실제보다도 허구가 더 무섭게 촘촘하게 나를 움직이는 세상이다

사실 대통령과 왕이 사회적으로 똑같이 작동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아직도 봉건시대를 사는 듯 하다

 

그래도 대통령이 누가 될까

그 인간은 무슨 생각으로 대통령이 됐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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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는 외롭지 않다

2007/12/18 22:48

참으로 오랜만에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났다

언제나 보고 싶고 얼마나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 처지가 딱하여 그러지 못한 내가 못났다

아무튼 망설임 반, 설레임 반으로 약간의 용기를 곁들여 만났다

......

밥 먹고, 차 마시면서 한참을 이야기 한 후 헤어졌다

......

헤어진후 돌아보니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어색했다

......

그녀들과 헤어진 후 사무실에서 직원 송별회 하는 자리가 있어 잠깐 들러 맥주를 두어잔 마셨다

......

모든 사람들과 헤어진 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생각했다

 

'난 이제 외롭지 않다!'

 

 

(그런데, 집에 와서 한시간쯤 경과하여...)

다시 고개가 푹~ 숙여진다

역시 내 마음 속에서 허전함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힘내자 아자 아자 !!! (유치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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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는 나를 사랑한다

2007/12/07 21:56

사무실에서 야근하고 담배 피우러 나갔다가 계단 올라오면서 생각했다

타인의 향기가 부담스럽거나 불쾌하거나 귀찮거나 짜증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

 

그러다가...

 

'나는 나를 사랑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마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처럼 은근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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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내면이 바뀌어야 한다

2007/12/07 00:53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자신의 내면을 바꾸는 문제이다

자기반성과 성찰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잘 살펴서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것.

 

모처럼 기분좋게 집에 들어왔다

하늘에서 눈이 온다

나도 가끔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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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독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 무지막지한 상황에서도 쭉 뚫고 나가는 그 독기가 다시 올라오기 시작한다

 

난 운동에 있어서 '독하게 마음을 품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깨달은지 5년이 되어간다

지난 5년 동안

조건없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줄 알았으며

미련없이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법을 알았다

모든 잘못은 근원은 나에게 있으며,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것을 받아들일 줄 알았다

 

다시 겨울이 오는 찬바람 검은 하늘밤에

문득 샤워하다가 내 얼굴을 보니 5년의 세월이 무심할 정도로 서서히 독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내 눈을 내가 보니 그렇다

 

난 어쩔수 없는 지구의 생명체인가보다

살려고 보니 그렇다

서울 생활이 그렇다

 

참 무심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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