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3일 간 줄창 술을 마셔댄 탓에 어제 하루는 몸살로 꼬박 앓았다.



연휴 마지막 날인 월요일엔 센터에서 함께 활동하는 친구와 함께 북한산에 올랐다.

원래는 소장님도 함께 할 계획이었지만, 중요한 일이 생겨 결국 둘이서 오르게 된 것이다.

사실 산책이나 하자 하고 오르기 시작한 것이었고, 그래서 느지막히 12시 경부터 등산을 시작하였지만,

4 19탑 근처에서부터 대동문을 오르고나니 너무 싱겁다는 생각에 결국 백운대 근처인 위문까지 올랐다. 북한산 험한 것을 왜 또 잊어버렸을까 둘이서 한심해 하며 위문까지가는 아찔한 경사길을 겨우겨우 지나고, 결국 산 아래에 이른 것은 5시가 넘어서였다.

힘들긴 하였지만, 오랜만에 오르는 북한산이 큼지막하게 다가왔고, 또 뽀드득뽀드득 눈밟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더랬다.

산 아래 구파발까지 가는 무료승합차를 제공해주는 식당들이 즐비했다. 무료 차량보다는 막걸리에 더 솔깃하여 손만두국 일인분을 시켜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고, 오늘 약속을 무참히 저버리신 소장님께 염장 문자질도 한다.



원래 이 날 뒷풀이는 네팔 친구가 하는 레스토랑에서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한산 자락에서 먹는 막걸리 맛에, 또 그 운치에, 그냥 여기서 몇 잔 더 할까 하는 찰나였다. 설 연휴 대목에 그곳에 가면 자리도 없고 자칫 잘못하면 뒷풀이는 커녕 일만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도 그 이유였다. 그러던 차에 동대문 쪽에서 연락이 왔다. 아침 댓바람부터 인근 네팔 레스토랑에 단속이 떴고, 그 바람에 동대문 네팔 거리가 텅텅 비었다고 했다. 설 연휴라 다들 친구들도 만나고 연휴를 보내려던 차에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핑계거리를 빼앗기고 동대문으로 향했다.



설 연휴에 단속이라니 왠 일이냐 물었더니, 여러가지 정황 상 표적단속인 것 같다고 한다. 이제는 예전의 네팔 노동자들 거의 남아있지 않다. 물론 단속되어 쫓겨간 이들도 있지만, 그나마 최근까지 있던 이들도 현재의 고용허가제로 다시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귀국을 하기도 하였다. 오랫동안 알아오던 이들이 떠나는 것이 섭섭하긴 해도 귀국을 결심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자 축하할 일이기에 다들 잘 했다고 하는 것이다. 얼마전 갔던 잔치에서도 눈에 익은 이들보다는 처음 보는 낯선 이들이 많아서 조금 서글픈 기분이 들었더랬다. 

 

동대문 네팔 거리...

지난 학기 수업시간에 한국에 형성된 다문화 거리 중 하나로 발표되었던 내용 중 하나 였다. 소규모 봉제공장들이 즐비하던 옛날의 창신동, 그곳에 형성된 네팔 거리... 물론 단속만 하자고 치면 맨날 그곳에 죽치고 않아 있으면 처음에 몇 명은 못 잡아갈까. 단속이 시작되면 군포역이고, 안산역이고, 평소 이주민들이 많이 눈에 띄는 곳에서도 그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아마 그곳 네팔 거리도 그러할 것이다. 더서인 축제 때며 휴가 때며 주말 연휴 때며 친구들을 만나러 찾아가던 장소는 이젠 맘 놓고 가기 힘든 그런 곳이 되었다. 어디 비자가 없는 사람만 그러할까. 비자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단속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외국인 등록증을 받으려고 신청을 하면 여권을 열흘 정도 맡겨야 한다고 한다. 그 사이에 단속이라도 걸리면 나중에 다시 풀려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고초를 누가 겪고 싶어할까.

맨날 말로만 다문화하는 한국 정부는 1년에 한번씩 몇 억씩 들여 하는 다문화 축제 하나보다 이런 거리 하나하나가 더 큰 문화자원이라는 사실을 알까. 그리고 그 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아니라 이주민들이라는 것을 알까.



설 연휴를 당신들 때문에 가슴 졸이며 두려움에 가슴 쓸어 내리며 보냈을 이들에게 당신들은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당신들 때문에 나도 밤새 그곳에서 술을 퍼 먹느라 어제 하루 꼬박 앓았다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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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8 04:11 2010/02/18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