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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이 북한 돈줄? 언론이 위기 불러"

'태풍의 눈' 개성, 입주업체 "현장은 이상무"

13.04.02 17:52l최종 업데이트 13.04.02 17:52l

 

 

도라산 출입사무소에서 남측 사람들이 개성공단으로 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자료 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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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엔 아무 일 없다. 조용하게 열심히 일들 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관계자들이 전하는 개성공단의 현재 상황은 '태풍의 눈'과 같았다. 한반도를 뒤덮은 전쟁위기 먹구름의 한 가운데에 있지만 개성공단은 바람 한 점 없는 '평상시'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이에 따른 UN 안보리의 제재결의, 한국과 미국의 키리졸브 연합 군사훈련, 북한의 정전협정 무효 선언 및 핵전쟁 위협, 북한의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직통전화 차단, 북한군 최고사령부 전투태세 돌입 지시, 미국의 B-52, B-2 폭격기의 한반도 훈련, 북한의 미국 본토 겨냥 미사일 사격대응 지시 등 한반도의 남북갈등 국면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그러다 갑자기 불똥이 개성공단으로 튀었다. 지난달 27일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 허가에 사용하던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차단하자 관심은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과연 이전처럼 유지할 것이냐에 쏠렸다. 그러나 민간통신선을 통해 북한의 출입 승인이 이뤄지며 '개성공단은 이상무'였다.

이를 두고 '북한이 개성공단을 건드리지 않는 건 개성공단이 외화벌이 창구이기 때문'이라는 일부 보수 언론의 분석이 뒤를 이었다. 3차 핵실험 이후 도발 위협을 이어가면서도 개성공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던 북한은 이에 즉각 반응, "우리(북한)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공업지구를 가차 없이 차단, 폐쇄해버리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돈 때문에 개성공단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것.

이후에도 개성공단 출입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한국의 일부 언론은 '개성공단 철수까지도 각오하고 북한에 강경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개성공단의 한국 주재원들이 북한의 인질이 될 것', '개성공단 노동인력 5만여 명은 북한의 특수부대'라는 주장들을 내놓으며 개성공단 철수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직접 가 보면 걱정거리 없다는 것 알게 돼"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차량이 입경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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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과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을 닫니 마니 왈가왈부하는 상황인데, 정작 개성공단 안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게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업체들의 전언이다.

2005년부터 입주한 개성공단에서 초창기부터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는 한 업체의 실무자는 1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공장에서 지금 남북한이 어쩌구 개성공단이 어쩌구 하는 걸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며 "오늘 불량 몇 개 났는지, 원자재는 잘 들어오고 있는지, 이런 얘기들을 하지, 밖에서 돌아가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실무자는 "개성공단엔 정치적인 얘길 하지 않는 분위기가 예전부터 정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출입승인을 받아 개성공단을 들락날락하는 직원들에게서도 불안감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는 얘기도 뒤따랐다. 그는 "북한 노동자들과 예전처럼 '애는 잘 크고 있느냐', '이제 젖은 뗐냐'는 등의 상시적인 대화를 변함없이 나누고 있다"며 "개성공단의 이런 상황을 경험하지 못한 가족들이나 언론을 통해서만 개성공단 상황을 접하고 있는 분들은 굉장히 불안해 하지만, 거기 가서 직접 경험해보면 별로 걱정거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기섭 SNG 대표도 "공단 현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남북한 갈등 고조에도 현장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정 대표는 대뜸 '개성공단이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라는 한국 일부 언론의 보도부터 비판했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 노동자 전체에게 지급되는 돈이 1년에 800~900억 원 정도 되는데 이 중에 북한 당국이 가져가는 걸 3분의 2 정도로 많이 잡아도 500~600억 원이다. 북한이 전쟁불사를 내세우면서도 이 돈 때문에 공단을 못 건드린다는 건 그 사람들(북한) 자존심을 굉장히 상하게 하는 얘기"라고 했다.

정 대표는 "유훈통치를 한다고 할 정도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추앙하는 북한으로선 전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결정한 게 이 개성공단이기 때문에 개성공단만은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며 "북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남한에서 '돈 때문에 개성공단 문을 못 닫는다'고 보도하는 건 오히려 우리 언론들이 '개성공단 문을 닫으라'고 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돈 때문에 못 닫는다'? 북한을 조롱하는 보도"

많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개성공단 이상무!"를 확인하면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주식회사 개성의 이임동 대표는 약간의 불안감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현지 상황은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실질적으로 불안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며 "지금까지 북한이 개성공단을 두고 어떻게 하겠다고 직접 얘기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엔 공단을 관할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나서서 '문을 닫겠다'고 했다. 북한이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차단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는 점을 강조해온 북한이 이번만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 이전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라는 얘기다.

이 대표는 "그런데, 우리 정부나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일부 언론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앞서 정 대표도 지적했듯 '개성공단이 북한의 외화 벌이 창구이기 때문에 문을 못 닫는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면 개성공단을 진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

이 대표는 "북한을 아주 조롱거리로 만드는 보도였다, 공단 노동자들 월급에 북한의 생사가 걸렸다는 듯한 내용으로 보도하면 북한 입장에서 비참함과 모독을 느끼지 않겠느냐"며 "상황이 계속 이렇게 가면 북한 쪽에서 순간적으로 감정적인 대응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개성공단은 회생불능에 빠지지 않겠느냐"고 성토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 위협 속에서도 한국 정부의 대응은 잘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가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 같은데, 일부에서 마치 개성공단을 망하게 하려는 것 같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북한이 자극을 받는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화인터뷰를 마치며 이 말을 꼭 실어 달라고 당부했다.

"개성공단에 공장을 차린 기업들과 일하러 가는 근로자들은 진짜 용기 있는 사람들이고 애국하는 사람들이다. 철책선을 지키는 군인들 못지 않은 진정한 애국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개성공단을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개성공단에서 한 달만 살아보라고 하고 싶다. 민족과 통일을 생각한다면 그런 말을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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