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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호남정치인,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하여…

 
[토요칼럼] 국민의당 내분과 분당 사태, 그리고 ‘호남당’이란 굴레
 
임두만 | 2018-01-08 09:10:2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국민의당 분당은 절대 안 되는가? 호남당을 만들면 안 되는가? 이 명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호남 정치인이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호남당을 만들면 지지 안 한다는 유권자들이 많아서? 난 아니라고 본다. 현재의 정치판이나 언론, 그리고 학계나 정치 평론가 그룹이라는 영남 주류들이 잘 짜 놓은 ‘호남 프레임’이 무서운 것이다.

직설적으로 들어간다.

우리 언론에, 우리 평론가들의 입에, 우리 학자들의 펜에, 심지어 현실정치에 몸 담고 있는 호남 외 지역 출신 정치인들에게 ‘호남중진’은 있어도, ‘영남중진’ ‘충청중진’ ‘수도권 중진’ ‘강원중진’은 없다. 호남출신은 호남에서 국회의원 3선만 하면 그가 누구라도 ‘호남중진’이란 프레임이 씌워진다.

다시… 우리 언론에, 우리 평론가들의 입에 우리 학자들의 펜에, 심지어 현실정치에 몸 담고 있는 호남 외 지역 출신 정치인들에게 ‘호남토호’는 있어도 그 외 지역을 앞에 명사로 붙이고 ‘토호’로 부르는 정치인은 없다. 그 외 지역은 그냥 ‘지역토호’ 정도로 뭉뚱거려서 부른다.

 

 

박지원은 4선 의원이다. 4선 중 3선이 전남 목포에서 지역구로 당선되었고, 한번은 비례대표다. 진도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치고 일찍이 도미, 재미 사업가로 활동하면서 뉴욕한인회, 재미한인회 회장을 하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 망명 시 만나 귀국, 1987년 대선 당시 평민당 진도총책으로 일한 것이 정치 입문이다. 그는 지금 대표적 ‘호남중진’에 ‘호남토호’의 프레임을 쓰고 있다.

김무성은 6선 의원이다. 6선 모조리 부산 지역구 당선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정치에 발을 디뎠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 비서실에서 출발, 1992년 총선에서 민자당으로 공천을 받았으나 낙선한 뒤 이후 1996년 15대 총선 이후 내리 6선을 부산에서만 했다. 그래도 ‘영남토호’ 프레임이 씌워진 ‘영남중진’소리는 듣지 않는다.

지역을 붙여 중진으로 부르려면 김무성이 훨씬 ‘영남색’이 강하다. 그의 말은 영남사투리가 강하게 묻어있다. 그렇다면 더욱 ‘영남중진’ ‘영남토호’여야 맞다. 그러나 그 누구도 김무성에게 ‘영남중진’ ‘영남토호’란 명찰을 달아주진 않는다. 김무성이 훨씬 더 영남을 위해 일했음에도 그렇다.

전북 순창 출신 정동영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mbc 기자와 앵커를 하다가 1996년 총선을 통해 정치에 입문, 현재 4선이다. 4선을 전주에서만 했다.

전남 신안 출신 천정배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변호사를 하다 1996년 총선을 통해 정치에 입문 현재 6선이다. 4선은 경기 안산 2선을 광주 서구에서 했다.

대구출신 유승민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미국 유학을 끝내고 귀국, 2000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정치에 입문, 현재 5선 의원이다. 이중 4선을 대구 지역구에서 했으며 한 번은 비례대표다.

경북 경산 출신 최경환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 고급공무원으로 일하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제특별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 2004년 총선에서 경산청도로 출마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지난 총선에서는 지역구 개편으로 경산시로 출마 당선되어 4선 의원이다.

이 외에도 주호영(대구 4선), 유기준(부산 4선), 정갑윤(울산 5선), 이주영(창원 5선), 다 열거하긴 어렵지만 대표적 영남 다선의원들이다. 언론은 이들에게 현 자유한국당 공천경쟁 당시를 제외하고 다른 정치적 행보 때문에 ‘영남중진’ ‘영남토호’란 명찰을 붙이지 않는다.

그런데 정동영 천정배는 아예 호칭이 ‘호남중진’이다. 그 말 속에는 ‘호남토호’라는 비아냥이 가득 차 있다. 지금… 더욱… 맹렬하게… 국민의 당 반 안철수 파로서 자신들 고장 사람들 뜻을 따른다고…

김대중 노선을 ‘좌파나 빨갱이 노선’으로 생각하고 김 전 대통령의 필생의 역작인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어 낸 6.15 정상회담과 화해협력정책(햇볕정책)을 매국정책 쯤으로 비판하는 유승민과 합당하는데 반대한다고 ‘호남중진’ 또는 ‘호남토호’의 몽니 쯤으로 매도한다.

누군가는 항상 자신들이 불리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말한다. 문재인이 약자일 때는 문재인파 당시 야당이 그랬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그나마 싸워보려면 자신들을 밀어줘야 한다고…

지금은 홍준표가 그런다. 세상이 온통 좌파로 물들어 있어서 우파는 소수가 되었으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다. 우파가 소수가 된 것을 우파 자신들의 잘못이라기보다 그냥 국민들의 이념정서가 갑자기 좌파로 바뀐듯한 하소연 같다. 참… 그리고도 입만 열면 우파 좌파 타령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현직 대통령인 문재인은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영남출신 대통령이다. 그럼 대통령만인가? 얼마나 기울어진 운동장인지 그 실체를 보자.

더불어민주당 대표ㅡ추미애(대구)
자유한국당 대표ㅡ홍준표(경남 창녕)
국민의당 대표ㅡ안철수(경남 밀양… 또는 부산)
바른정당 대표ㅡ유승민(대구)
정의당 대표ㅡ이정미(부산)
민중당 대표ㅡ김종훈(경북 경주)
대한애국당 대표--조원진(대구)

대통령부터 현역의원 1명 이상인 현존 정당의 대표가 모조리 경상도 출신이다. 우리 정치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 이게 우연히 이뤄진 일로 보인다고? 천만에다. 자연스럽게 오래 퇴적된 영남 패권이 이제 이런 상황까지 와도 그저 그렇구나 정도로 인식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호남출신 정치인이 당 대표가 되거나 정치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면 그것이 이상한 일로 치부된다. 당장 대선후보 경선에라도 나설라치면 “호남은 표가 없으니, 호남출신은 대선후보를 하면 안 돼”라는 논리들이 음으로 양으로 판을 친다.

지금 국민의당 호남출신 의원들이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라도 경쟁을 해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데, 돌아오는 답은 “호남당은 안 돼”라거나 “그래 호남자민련 한번 해 봐” 등의 비아냥이다.

그래서 묻는다. 호남당은 왜 안 되는데?

영남인들이 호남을 작은 지역으로 가두어 묶은 것은 그들의 정치적 이용수단이었다. 그들은 호남을 이렇게 가둬놓고 마음껏 영남을 이용했다. 그런데 호남 정치인은 다르다. 일단 다수의 정치인이 지역보다는 진보적 가치를 우선한다. 그 밑바탕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이 담겨 있다.

남북의 화해협력, 우리 사회의 빈부, 남녀, 장애, 아동 등이 어떤 차별도 없이 공존할 수 있는 복지와 인권을 말하고, 이런 정책들이 추진되어 국제사회에서의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자고 함이 자연스럽게 체득되어 있다. 이에 이 이념에 반하는 세력들과 대립하는 정치를 해왔다. 호남지역 주민들은 그렇지 않으면 표를 주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정치를 했다.

따라서 태생이 보수 이념을 갖고 있더라도 호남을 지역구로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진보적 정책으로 정치노선을 바꿔야 했다. 그것이 오늘, 지금 호남의 자존심이다.

호남이 한때 노무현(문재인) 세력을 비토한 것은 그들이 호남을 이용만 하는 것으로 보였으며, 호남을 미끼로 자신들의 본토인 영남이익에 우선, 호남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철수를 대안으로 새로운 개혁세력을 희망했다. 그것이 지난 총선의 국민의당 전폭지지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후의 안철수도 이전 노무현(문재인) 세력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즉 호남을 이용하기만 하려는 것으로 호남인들에게 보인 것이다. 지난 대선의 안철수 행보, 선명한 개혁과 진보가 아니라 김대중은 이용 대상이지 햇볕정책은 공과 과가 있어서 평가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태도,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모호함… 이런 것들이 지지철회의 이유가 되었다.

그래서 호남 유권자들은 다시 문재인 후보에게 결정적 지지를 보냈다. 안철수의 TV토론을 보면서 불확실성을 인식, 안철수 지지를 거두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호남 여론은? “봐라, 문재인 잘 뽑았지 않는가”이다. 또 “안철수 정치하는 걸 봐라. 안 되길 잘했지 않느냐. 리더쉽도 없는데 고집만 있고, 명분도 없는 정치를 하면서 40명 의원들도 아우르지 못해 당을 분열시키고는 외연확장으로 통합을 말하는 저 어불성설, 공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하는 꼴을 보면 스스로 망가져 가는 모습이 참 안 됐다”로 모아진다.

그래서다. 국민의당 통합반대 모임이 진정성을 보인다면 국민의당지키기 운동본부의 원심력은 커질 것이다. 그리고 곧 그 원심력은 진보적 가치를 지닌 인재들이 모이게 할 것이다. 정치적 기반은 물론 호남이다. ‘호남당’이란 용어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두려워하든 않든 이미 앞서 지적한 대로 ‘호남중진’ ‘호남토호’ 안에 ‘호남당’이란 프레임은 씌워져 있다.

정치적 기반을 호남으로 했으니 ‘호남당’으로 불러주면 좋다는 더 당당한 자세로 나가면 된다. 그렇게 세력이 모이면 수도권 호남세가 강한 지역은 자연스럽게 ‘호남당’의 장악지역이 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 힘을 가지고 '호남당 평민당'으로 ‘전국당 통일민주당’을 압도했다.

이 힘을 충족하면 자연스럽게 민주당은 ‘호남당’을 인정하거나 두려워할 것이다. 그 힘을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잘한 것은 성공하도록 적극 돕고, 잘못한 것은 가차없이 비판함과 동시에 대안을 제시, 견인한다면 지금의 국민의당보다 확실하게 힘에 센 정당, 말 그대로 리딩파티로서 정국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호남당? 차라리 호남당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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