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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9도 십리길 등교…중 ‘얼음 소년’이 불붙인 빈곤논쟁

등록 :2018-01-15 13:46수정 :2018-01-15 18:30
 
윈난성 8살 초등생, 4.5㎞ 걸어 등교한 사실 알려지며
초기엔 ‘미담’ 보도 위주…기부금도 수백 위안 모여
이후 부모가 집 떠나 돈버는 ‘류수아동’ 이슈 재점화
‘얼음 소년’ 또는 ‘눈꽃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퍼진 왕후만 군의 사진. 사진 웨이보 갈무리.
‘얼음 소년’ 또는 ‘눈꽃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퍼진 왕후만 군의 사진. 사진 웨이보 갈무리.
추운 겨울 긴 등굣길 탓에 눈꽃처럼 머리카락에 성에가 낀 한 초등학생의 사진이 중국을 흔들고 있다.

 

지난주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 웨이보에서는 머리에 성에가 잔뜩 낀 한 소년의 사진이 끊임없이 공유됐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1월9일 중국 윈난성 자오퉁 시에 사는 왕푸만(8·王福满) 군은 영하 9도의 날씨에 4.5㎞의 거리를 걸어 좐산바오(转山包) 초등학교에 등교했다. 학교에 도착해 따뜻한 교실에 들어서자 소년의 볼은 빨갛에 달아올랐다. 아이들이 그의 머리카락에 낀 성에를 보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중국의 뉴스 포털 시나닷컴을 보면, 왕군의 선생님이 이 장면을 찍어 중국의 메신저 서비스 위챗에 공유했다. 이 사진은 이후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왕군에 대한 초기 언론 보도는 미담이 주를 이뤘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왕군이 집에서 학교까지 오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며 왕군은 부모가 타지에서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나면서 남겨진 ‘류수아동’(留守儿童, 남겨진 아이들)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왕군이 누나,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만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잃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민공안대학 웨이보 계정은 왕푸만의 꿈이 경찰이라는 데 주목하며 "초심을 잊지 말고 노력해서 인민의 경찰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인민공안대에서 너를 기다릴게"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의 관영매체인 〈신화통신〉도 1월10일 왕군에게 ‘얼음 꽃 소년’이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이 사진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고 썼다. 추운 날씨에도 공부를 하기 위해 등교한 소년의 마음을 갸륵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소년은 곧 국민적 영웅이 됐다. 웨이보의 일부 블로그에선 “아이가 동상에 걸린 손으로 시험에서 99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번지기도 했다.

 

미담이 퍼지면서 온정의 손길이 모였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기부금을 모아 10만 위안(약 1600만원)을 학교에 전달했다. 윈난 지방의 중국청년공산당연맹과 청소년개발재단 등은 지난 12일 모두 215만9100위안(3억5500원)의 기부금이 모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 소년의 이야기가 단순한 미담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경보〉(新京报)는 11일 “얼음 꽃 소년에게는 얼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사설을 발표했다.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길 원한다면 동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가 학교에 가는 길에 왜 버스가 없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짚었다.

 

‘얼음 꽃 소년’은 미국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왕군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이 사건이 ‘류수아동’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부모가 대도시로 일하러 떠나면서 남겨진 아이들이 혼자 힘으로 자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왕군과 같은 아이들이 허름한 집에서 살며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에서 류수아동은 큰 사회적 문제로 꼽힌다. 2010년 중국 인구조사를 보면, 시골지역에 남겨진 아이는 전체 농촌지역 아동의 37.7%인 6100만명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시진핑 주석이 2020년까지 극심한 빈곤을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도시가 급속도로 번창하는 것과는 달리 전체 인구의 40%에 이르는 5억명 가량은 하루에 5.5달러(약5800원) 미만의 돈으로 살아간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웨이보에 ‘우리는 가난을 해결할 순 없지만, 가난을 찬양할 순 있다’는 풍자적 댓글이 달렸다고도 전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china/827766.html?_fr=mt2#csidxb6b6e4a07c8cdcc91dc7088a4de4f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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