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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양대정당 독식 구조로 가나

지방선거 앞두고 “기초의회 ‘2인’ 선거구 줄이고 ‘4인’ 선거구 늘리자” 요구 확산

신종훈 기자 sjh@vop.co.kr
발행 2018-01-14 23:17:50
수정 2018-01-14 23: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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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표소(자료사진)
기표소(자료사진)ⓒ윤재현 인턴기자
 

오는 6월 지방선거를 계기로 기초의원 선거에서 거대정당 독점구조를 깨고 수평적 권력분점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다. 현재의 2인 위주의 선거구를 4인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대 정당의 비협조로 인해 기초의원 선거구 개혁이 좌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법은 '중선거구제'이지만 현실은 '소선거구제'
전국 시·군·구 지역구 1,034곳 중 '4인' 선거구는 29곳 뿐

2006년부터 시·군·자치구의회 선거는 1개 지역구에서 2~4인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로 치러지고 있다. 특정 거대 정당의 지방선거 싹쓸이로 지역구도가 고착화되고 상호 견제·비판 기능이 상실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또 다양한 정치세력의 지방의회 진출을 통해 주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여 지방자치 본래의 기능을 되살린다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와 달리 거대 정당의 정치 독점이 더욱 공고화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기초의회 당선자 2천519명 중 당시 새누리당(1천206명)과 새정치민주연합(989명)이 전체 지역구 의석의 87%를 가져갔다. 서울시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419명의 당선자 중 415명(99.04%)이 거대 양당에서 나왔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참조)

 

이는 중선거구제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2인 선거구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지역구 1천34곳 중 2인 선거구가 612곳 (59.2%), 3인 선거구가 393곳(38.0%)이었고, 4인 선거구는 29곳(2.8%)에 불과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 15개 시·도별 '4인 선거구'(지역구) 현황

▶ 서울:159곳 중 0곳
▶ 부산:70곳 중 0곳
▶ 대구:44곳 중 0곳
▶ 인천:38곳 중 3곳
▶ 광주:25곳 중 0곳
▶ 대전:21곳 중 0곳
▶ 울산:19곳 중 0곳
▶ 경기:155곳 중 2곳
▶ 강원:51곳 중 4곳
▶ 충북:47곳 중 1곳
▶ 충남:55곳 중 7곳
▶ 전북:71곳 중 0곳
▶ 전남:82곳 중 9곳
▶ 경북:102곳 중 1곳
▶ 경남:95곳 중 2곳

**전국 15개 시·도 중 4인 선거구가 '0'인 지역, 서울 포함 7곳

2인 선거구가 전체 선거구의 절반 이하인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 15개 시·도별 '2인 선거구'(지역구) 현황

▶ 서울:159곳 중 111곳(70%)
▶ 부산:70곳 중 52곳(74%)
▶ 대구:44곳 중 30곳(68%)
▶ 인천:38곳 중 16곳(42%)
▶ 광주:25곳 중 16곳(64%)
▶ 대전:21곳 중 9곳(43%)
▶ 울산:19곳 중 14곳(74%)
▶ 경기:155곳 중 91곳(59%)
▶ 강원:51곳 중 11곳(22%)
▶ 충북:47곳 중 28곳(60%)
▶ 충남:55곳 중 28곳(51%)
▶ 전북:71곳 중 40곳(56%)
▶ 전남:82곳 중 44곳(54%)
▶ 경북:102곳 중 60곳(59%)
▶ 경남:95곳 중 62곳(65%)

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뉴시스

'4인 선거구' 늘리는 서울시 획정안, 빛을 볼 수 있을까?
기득권 틀어쥔 거대 정당...홍준표 "실력으로 저지하라"

이에 따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대선구제 취지에 맞게 선거구 획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정 정당의 특정지역 독식 구조가 이어지면 기초의회가 단체장을 제대로 견제하기는커녕 유착관계가 심화돼 지방자치가 황폐화될 수 있고, 특정 토호세력이 지역에서 군림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울시가 기존의 2인 선거구를 통합해 4인 선거구를 대폭 늘리는 자치구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는 111개였던 2인 선거구를 36개로 대폭 줄이고, 3인 선거구를 48개에서 51개, 4인 선거구를 35개로 새로 만드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두 거대 정당이 협조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거세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 22일 서울시의원 일동 명의의 성명을 내고 ▲절차적 공정성 결여 ▲원칙·기준 없는 획정 ▲주민 대표성 약화 등을 거론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자유한국당은 중앙당 지도부 차원에서 노골적인 실력 저지를 주문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해 12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의회는 선진화법이 없으니 실력으로 막으라"고 지시한 바 있다.

서울시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106석 중 71석)마저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획정안 통과 여부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정의철 기자

지역구 가장 넓은 경기도는 공청회도 안 해...'깜깜이 획정위'
이재명 성남시장 "1·2당 공천 받으면 살인자도 당선"

지역구가 가장 넓은 경기도는 상황이 더욱 안 좋다. 경기도 획정위는 지난해 12월 한 차례 회의를 한 뒤 감감무소식이다. 공청회도 열지 않고 있다. 의견 수렴 절차조차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기 지역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 연대체인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경기운동본부'(경기운동본부)는 지난해 11월 '획정안 마련 전 공청회를 최소한 2회 이상 열 것', '시민단체 및 각 정당간 간담회를 진행할 것' 등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경기도 획정위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획정위는 상견례를 겸한 회의 자리를 한 차례 가졌을 뿐이다.

이정희 경기운동본부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은 "경기도 획정위는 밀실논의로만 일관하고 있다. 그 어떤 정보도 알 수가 없다. 그나마 시민단체 몫 위원도 관변단체 출신으로 구성됐다는 얘기만 들었다. 아무 액션이 없다"며 "정당들도 국회 개헌특위 논의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는 반응만 보인다.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는 전체 155개 기초의원 선거구 중 91개의 2인 선거구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나눠가졌다. 단 2곳을 제외한 모든 2인 선거구에서 거대 양당이 독점한 것이다. 경기도의 3인 선거구는 62곳, 4인 선거구는 단 2곳에 불과하다.

이에 경기도 지방자치단체장 중 이재명 성남시장이 4인 선거구 확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1·2당(민주당·자유한국당) 공천 받으면 살인자도 당선이고, 공천 못받으면 공자님도 낙선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며 "거대 양당 기득권 담합의 산물이자 동반당선을 보장하는 2인 선거구는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서울시 획정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지켜본 뒤에 안을 내놓겠다는 분위기다. 울산과 충남도는 획정안을 만들었지만 4인 선거구를 늘리는 내용은 아니다.

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성남시장ⓒ뉴시스

기득권 정당에 종속된 기초의회
"궁극적으로 기초선거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해야"

이를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시·도의회 등 광역의회에 의해 기초의원 선거구가 결정되는 구조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 제도에서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기반인 기초의원 선거도 결국 중앙정당 권력과 외부의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획정위라는 독립기구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해관계가 있는 기득권 정당의 영향력을 차단하려고 한 것인데, 실제로는 기득권 정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의견 진술권도 정당과 기존 의회가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획정위의 의견이 관철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면서 지방자치의 본질이 훼손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러 대안이 제시된다. 그중 대표적으로 중선거구제(선거구별 기초의원 2~4인 선출)를 규정한 선거법 26조 2항에서 선출인을 5명까지 확대하도록 개정하는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관련 법안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기' 할 수 있도록 허용해놓고 있는 동법 26조 4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하 공동대표는 "이러한 조치들이 궁극적으로는 기초의원까지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당의 비례성을 강화함으로써 지방의회 권력독점을 깨고 선거의 대표성·민주성, 표의 등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 요구하는 진보정당들
선거제도 개혁 요구하는 진보정당들ⓒ녹색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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