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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발하는 한반도 관련 속보, 추락하는 시청률

 

CNN, “한반도 전쟁 직전” 보도… 그 속내는?
 
[분석] 빈발하는 한반도 관련 속보, 추락하는 시청률
 
김원식 | 2013-04-06 09:47:2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연일 한바도 위기를 보도하는 CNN 4월 5일자 누리집

 

미국에서 보도 전문 채널의 대명사인 CNN, 요즘 CNN만 보고 있으면 한반도에는 이미 전쟁이 발발했다는 판단을 할 정도로 CNN의 한반도 정세 관련 보도가 '전쟁 일보 직전'을 주제로 극에 달하고 있다.

CNN은 5일(이하 한국시각)에도 누리집은 물론이고 해당 뉴스를 진행하면서 전문가를 동원해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어떠한 공격이 진행될 것인지를 그래픽을 동원해 보도하는 등 한반도 상황이 전쟁을 앞두고 있다고 연일 속보나 특집으로 보도하고 있다.

거의 보름을 넘게 이어오는 한반도 관련 특집 보도이다. 일례로 5일 저녁 10시 40분경에도 갑자기 CNN의 누리집에는 속보(Breaking News)가 떴다. 내용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대(launcher)에 장착(load)했다”는 기사였다.

이 기사는 한국의 <연합뉴스>가 한국군 관계자의 정보를 인용해 이러한 사실을 보도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연합뉴스>의 보도 내용 뉘앙스는 달랐다.


익명 전제 먼저 속보 보도… 이후 재탕, 재인용을 통한 위기 가중 보도

오히려 CNN이 5일 오전에 먼저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북한이 동해안으로 탄도미사일과 발사대 등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속보로 전했다. 그리고 CNN이 이러한 내용을 보도했다는 것을 <연합뉴스>가 다시 중요 기사로 보도했다.

이후 <연합뉴스>가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번 주 초 사거리 3천∼4천㎞의 무수단 중거리미사일(IRBM) 2기를 동해안 지역으로 옮기고 난 뒤 발사대가 장착된 차량 2대에 각각 탑재한 사실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이들 차량은 이후 갑자기 정보 당국의 감시망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북한의 이러한 정보 노출이 기만전술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를 CNN은 다시 ‘북한 미사일 발사대에 장착 보도(Report: North Korea loads missiles onto launchers)’이라는 제목으로 속보로 보도하며 “한국의 준관영 통신인 <연합뉴스>는 군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서 중거리 미사일 두 기가 이동식 발사대에 장착되었다고 보도했다”고 속보로 전했다.

보도 내용의 순서만 놓고 본다면 CNN이 미군 관계자의 정보를 이용해 북한 미사일의 동해 쪽으로 이동을 특종 보도하고 이를 다시 <연합뉴스>가 인용 보도하고 <연합뉴스>가 한국 측 정보를 이용해 이를 다시 보도하면서 기만전술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으나, CNN은 마치 이제는 한국 언론에서도 (한국군 관계자도) 북한 미사일의 이동과 장착을 확인했다는 것으로 재탕과 확대 재생산을 거듭하고 있다.


다른 언론과는 달리 유독 CNN만 ‘한반도 위기 상황 조성’…이유는?

CNN은 5일에도 간판 앵커인 앤드슨 쿠퍼가 진행하는 메인 시간대 방송에서 은퇴한 미군 전문가를 초빙하여 남북한의 전쟁이 어떻게 벌어질 것인지를 관련 그래픽을 동원하며 실감 나게(?) 보도했다.

 

북한이 어떻게 한반도를 공격할 것인지를 전문가를 초빙해 보도하는 CNN

 

한반도 상황의 긴장이 급격히 조성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왜 유독 CNN은 이렇게 연일 한반도가 전쟁 일보 직전의 상황이라고 보도하고 있을까?

한반도 상황에 관해서는 다른 주요 외신들도 전쟁 위험성에 관한 보도도 하고 있지만, CNN처럼 이렇게 과도하게 확대하고는 있지 않다. 5일 비슷한 시간대에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긴장이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한반도 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칠 가능성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도하였다.

<워싱턴포스트>도 “평양의 긴장 추구에도 남한은 차분”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한국 사람들은 북한이 예전에도 늘 그렇게 해왔다며 의외로 차분히 대응하는 모습이다”라는 주제의 기사를 내 보냈다.

AP통신도 “북한이 긴장을 강화하자 남한 불안(jitter)의 첫 신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일상에 별다른 변화가 없으나 북한이 1990년대 이후 최고의 강도 높은 위협적 발언들을 연이어 하고 있어 한국인들이 불안해하는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라는 주제의 기사를 전 세계로 타전했다.

하지만 CNN은 5일만 하더라도 누리집에 “북한은 미국이 순하다(soft)고 생각할까?” “왜 북한은 자살과는 거리가 멀까?” “김정은이 미치지 않은 이유” 등 무려 10여 개의 북한 관련 기사들이 누리집 최상단을 자치하고 있다.


추락하는 CNN의 시청률… 또 다른 전쟁이 필요?

보도 전문 채널인 CNN이 1990년 발생한 ‘걸프전’을 생중계하면서 일약 최고의 보도 채널로 자리매김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종료되면서 CNN의 시청률 추락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다른 보도 전문 채널인 ‘팍스 뉴스(Fox News)’에 1위 자리를 내어준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이며 이제는 2위 자리도 'MSNBC'에 내어주고 끝없이 시청률이 추락하고 있다.

CNN이 고전하는 이유가 보수-진보의 대립 구도가 심화되고 있는 미국 정치환경에서 사실 중심의 보도에 치중하며 중립적 논조를 고수한 것이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만큼 해당 보도에 대한 분석과 기획력이 떨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한반도의 위기 상황은 어쩌면 CNN에게는 다시 시청률은 만회할 수 있는 호기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쟁 위기 상황의 조성과 이러한 전쟁 발발의 보도가 시청자들을 영원히 잡고 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오히려 지난 CNN의 역사가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더구나 연일 관계자의 익명 보도를 기반으로 한반도 관련 위기 상황을 확대하고 있는 CNN의 보도 태도가 과연 CNN이 바라고 있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한반도 전쟁 억제와 평화 조성을 위한 여러 관련 보도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가중하는 한반도 위기 상황에 관한 여러 분석이나 체계적인 기획 보도 없이 그저 위기 상황 발발에 일희일비하는 CNN의 최근 보도 태도를 보면서 CNN의 시청률이 끝없이 추락하는 또 다른 이유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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