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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해지고 있는 남북관계 발전의 전환적 국면

확실해지고 있는 남북관계 발전의 전환적 국면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2/15 [07:1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평창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     © 청와대

 

 

♦ 지지부진 북미대화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북한과)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지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아마도 그 논의가 어떻게 될지에 관한 예비대화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화 의제는 아마 비핵화가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간 미국은 비핵화 의제가 아니라면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여전히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예비대화'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인 것이다. 예비대화가 애매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기존 비핵화 의제 대화 고집에서 물러선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그러면서 헤더 노오트 대변인은 "펜스 부통령은 최대 압박과 (외교적) 관여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최대 압박은 우리의 대북 정책에서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언젠가 우리는 마주 앉아 대화를 할지 모른다. 그것은 우리가 비핵화의 지점에 도달하려 한다는 의지에 관한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그 지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못 박았다.

 

노오트 대변인은 이렇게 귀국길 펜스 부통령의 말을 풀어서 설명한 것인데 듣는 이들에게 더 헛갈리게만 하고 있다. 분명한 점은 그간 고집해온 압박만이 아니라 관여 즉, 대화도 병행하겠다는 마음을 내비친 것은 분명하다. 물론 당장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입장을 종잡을 수가 없다. 예비대화도 알고 보면 그간 북미 막후접촉에서 해오던 일이다. 그리고 그간에도 압박만이 아니라 2-3개의 비공개 경로를 통해 북과 꾸준히 대화를 해오고 있다고 틸러슨 국무장관이 직접 밝힌 바 있다. 관여정책을 안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2018년 2월 13일 라트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석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의 북미대화 희망 사실을 공개하였다.     © 청와대

 

그런데 미국은 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말을 이렇게까지 비비꼬아가며 부통령과 같은 비중있는 인물의 입을 통해 전하는 것일까. 

답은 13일 라트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석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 놓았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과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라트비아 대통령에게 전한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겨우 한 달 전인 지난 1월 10일 한미정상 전화통화 직후 똑 같은 말이 모든 언론사를 도배했었다.

 

▲ 트럼프의 북과 대화 희망 보도들 

 

결국 미국은 북과 거의 미치도록 대화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대화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굳이 비핵화를 의제로 올려 북의 반발을 사서 대화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궁색한 입장을 덮기 위한 연막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핵을 완전히 보유한 나라에게 비핵화를 약속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대화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또 그런 방식으로 대화를 하다보니 결국 북이 국가핵무력완성을 선포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트럼프는 전임대통령들의 그런 실수를 한두 번만 지적하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다 떠나서 대화를 통해 달성한 목표를 대화 시작의 전제로 삼는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핑퐁이야기, 날씨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점점 궁극적 목표로 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대화의 순리이다. 미국의 두뇌들이 그것을 정말 모를까!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북과 미국 어느 한 쪽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 한반도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한 대화가 아니라면 아예 관심이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버리는 쪽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이 미국의 대화제의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 것은 미국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막후접촉에서 상호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는 북이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거의 매달 한 두 차례씩 어마무시한 수소탄과 각종 전략미사일 시험발사를 연발로 쏘아댄 걸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물리력을 과시하면서 대화하자고 했겠는가. 

 

지난해 북이 한 발만 더 나아갔더라면 괌 포위타격 나아가 미국 본토 포위타격도 단행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었다. 만약 그것이 단행되었다면 미국의 지배세력들은 악몽이 현실로 되는 장면을 목격했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하기에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 북 김정은 위원장은 12일 제23차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 개막식에 참가하기 위하여 남측지역을 방문하였던 고위급대표단 성원들을 만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보고를 받고 당장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실무대책을 추진하하고 지시했다. 

 

 

♦ 심상치 않은 남북관계 발전

 

그런데 올 신년사에서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전향적 조치를 예고했다. 그리고 실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북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다 취해주었고 김정은 위원장을 제외한 북의 가장 높은 두 고위 간부를 남측에 특사로 보내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다.

돌아간 김여정 특사의 보고를 받고 당장 실무적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를 구체적으로 주었다고 한다.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진행하는 동안 북이 핵과 위력적인 미사일 공개발사와 같은 일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미국이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으로 북을 위협하고 압박한다면 북은 주저없이 물리적 압박을 단행할 것이다. 특히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하고 가로막는다면 한반도 정세는 볼장 다 본 셈이다. 

하지만 미국이 그런 물리적 압박만 가하지 않는다면 북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군사적 조치를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에게 절실한 일이다.

 

그렇다고  공개적인 북미대화가 진행될 것인가. 

회의적이라고 본다.

비공개 대화는 진행되겠지만 공개적 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무급이나 간부급 차원에서 공개적인 북미직접대화가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온 세계 언론들이 난리가 날 것이며 세계 정치지형지세는 심각한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된다. 미국은 사전 정지작업을 통해 그런 충격을 최대한 완화시킬 수 있게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기에 미국의 입장에서 급격하게 추진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미국은 내심 북과 대화를 진척시켜 북이 더 이상의 핵무장력 공개라도 안 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헤커, 디트라니, 클래퍼 등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그런 바람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오고 있다. 어떻게든지 북의 군사적, 물리적 조치를 쉬어가게 하는 것만은 절박한 상황이다.

그래서 미국의 방송사에서 가장 많은 돈을 내 운영되고 있는 IOC에서 그렇게 여자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에 목을 맸는지도 모른다. 바흐 IOC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그 누구보다 애를 쓰고 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미국은 남북관계라도 발전시켜서라도 어떻게든지 북의 무시무시한 핵무장력공개를 막고 싶은 것이다.

 

한편, 미국은 그 틈을 이용하여 어떻게든지 북의 핵과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으려 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성패를 떠나 군산복합체의 생존을 위해서도 일단 방어기술 개발에 총력을 집중할 것은 자명하다. 실제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서 2019년 관련 예산을 결정하였다.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두 배나 되는 거대한 액수를 승인한 것이다. 

 

북의 입장에서도 급할 것은 없을 것이다. 

북미대결전이 치열해질수록,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도를 더해갈수록 북의 과학자 기술자들의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가속도가 붙고 북 주민들의 건설의지도 더욱 뜨거워져가고 있다. 미국이 그렇게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음에도 북의 경제는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코트라의 발표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북에서 보도된 사진을 보면 이건 하루아침 상전벽해, 천지개벽이 따로 없다.

그러니 미국의 경제제재를 북의 기술 국산화 등 저력을 더욱 높여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 2018년 2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김여정 제1부부장 

 

대신 북은 남북관계 개선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남북관계 개선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만들기 위해 북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 문재인 정부의 길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로 북의 물리적 조치를 막고 한숨 쉬어가려 할 것이며 북의 미사일을 막기 위한 방어기술 개발에 목숨걸고 매달릴 것이다.

북은 북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여내는 경제발전 추진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어갈 것이다. 

북미 사이의 획기적인 대타결과 같은 일은 아직은 시기상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세를 너무 조급하게 보면 지칠 수 있으며 치명적으로 오판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남북관계를 개선할 유리한 국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그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발전이 실질적으로 남측 경제발전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경제에 치명상을 줄 수도 있다.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르자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 너무 많다. 1년 전 2.5%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지금은 거의 4%를 넘어서고 있다. 5%를 넘어선 은행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100만원 이자를 내던 사람들이 200만원을 내야 한다. 두배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만큼 소비를 줄일 것이고 내수 위축이 찾아온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게 되는데 하강국면에서 누가 집을 사려고 하겠는가. 서로 팔려는 급매물이 속출하게 되고 결국 집값이 폭락하면서 깡통아파트로 전락, 그 깡통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 맹위를 떨친 서브프라이모기지 사태가 한국에서도 발생할 우려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 수출로 버텨온 한국경제인데 미국의 보호무역정책과 전세계적 생산과잉으로 수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핸드폰, 자동차 수출은 벌써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게 단순히 사드보복 때문일까.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쏟아내는 저가품도 문제인데 베트남, 인도 등에서도 엄청난 저가의 그럭저럭 쓸만한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차별화된 고급기술 개발, 가격경쟁력있는 수출품 개발을 한 방에 해결할 길이 북과의 경협이다. 북의 소프트웨어실력은 추종불허이다. 미국을 압도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중국 대기업 전자제품 설계에 북 두뇌들이 많이 진출해있다는 것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미국은 자기들도 먹고 살기 힘들어 한 푼이라도 한국에서 뜯어가기 위해 온갖 덤핑판정을 내리고 FTA까지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의존하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죽으나 사나 자력갱생해야 한다. 답은 남북경협이다. 

남북경협, 시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실있게 빨리 추진하여 당장 성과를 내와야 한다. 그것만이 청년실업도 구제하고 우리나라 경제를 다시한 번 세계적으로 도약시키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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