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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진주의료원 사태는 의도된 ‘작품‘

 

진주의료원 사태, 홍준 표의 노림수는?
 
[집중분석] 진주의료원 사태는 의도된 ‘작품‘
 
육근성 | 2013-04-14 09:44:0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어떤 정치인이 있다. 자서전에 의하면 그의 유소년 시절은 주린 배를 수돗물로 해결해야 할 만큼 가난과 굶주림의 연속이었다. 가난한 ‘변방’ 출신의 청년이 사회정의와 성공을 동시에 거머쥐기 위해 택한 길이 고시공부였다. 여러 번의 도전 끝에 검사가 된다.

 

 

‘정의의 검사’에서 여의도 정치꾼으로

 

 

검사 시절 ‘주먹 세계’의 비리에 연루돼 있는 선배 검사장과 권력의 실세였던 당시 대통령의 오른팔까지 구속시키자, 국민들로부터 ‘정의의 검사’라는 호칭을 얻는다. 직후 정계에 입문해 4선 의원을 지낸다. 정치인이 되자 ‘정의의 검사’는 제 스스로 추락했다. ‘여의도 정치’의 구태와 폐단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고루한 정치인 중 한사람이 되고 말았다.

 

 

2011년 7월 그는 거대 여당의 당 대표에 선출된다. 대통령과 내각까지 흔들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당시 그는 ‘변방’ 출신인 자신이 ‘여의도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된 소감을 이렇게 피력했다.

 

 

“현대조선소에서 일당 800원을 받던 경비원 아들, 고리채 사채를 못 갚아 머리채를 잡힌 채 길거리를 끌려 다니던 그 어머니의 아들이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여러분이 보여주셨다...이제 변방에서 중심으로 왔지만, 그러나 그 치열했던 (변방의) 정신을 잊지 않겠다.”

 

 

“나는 변방 출신, 변방의 정신 잊지 않겠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왔지만 변방의 정신을 잊지 않겠다”던 그가 지방으로 내려가 다른 지역도 아닌 자신의 고향 경상남도의 살림을 책임지진 도지사가 됐다. ‘변방의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고향의 ‘수령’이 된 것이다. 또 그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진 자가 좀 더 양보하고, 가지지 못한 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며 정의가 실현되는 바른 세상의 중심이 되는 국가를 만들겠다.’ 그의 이름은 홍준표다.

 

 

▲홍준표의 자서전 '변방'

 

 

‘변방의 정신’과 ‘가지지 못 한자에 대한 배려’를 자신의 신념이라고 말하던 그가 고향에 내려가더니 이상한 일을 벌이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하려고 안달이다. 이유는 적자 재정과 강성노조 때문이란다.

 

 

둘 다 폐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지방의료원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지역민들의 의료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설립된 의료시실이다. 그렇다보니 적자 운영을 피하기 어렵다. 적자 그런 이유로 폐쇄해야 한다면 남아 있게 될 지방의료원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또 ‘강성노조의 해방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홍 지사의 주장은 독선과 억지에 불과하다는 게 진주의료원 사태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의 판단이다.

 

 

진주의료원 사태는 의도된 '작품'

 

 

최근 진주의료원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다. 지난 10일 홍 지사가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을 만났고, 그 직후 노조와의 대화가 재개될 거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진 장관은 노조원들에게 “머리를 맞대고 진주의료원의 정상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정부의 중재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실제로 그 다음날인 11일 경남도와 노조간의 대화가 진행됐다. 경남도 측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부대행은 “대화로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고 말하며 협상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경남도의 입장에서 변화가 확인됐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경남도와 노조가 협상을 재가한 바로 다음날 경남도 의회에서 여야 의원간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진다.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이 상임위에서 야당의원들을 힘으로 제압한 채 ‘진주의료원 해산을 위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18일 경남도 본회의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 진주의료원은 자동으로 폐쇄된다.

 

 

얻을 것 얻기 위한 목 조르기...홍준표 스타일

 

 

‘정상화’를 위한 협상테이블에 막 앉자마자 난데없이 도의회 상임위는 ‘폐쇄 조례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왜 그랬을까. 얻을 것을 확실히 얻기 위해 상대의 목을 한 번 더 조른 것이다. ‘홍준표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경남도와 노조간 협상 재개 전날 홍 지사는 진영 장관과의 회담에서 5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진 장관도 ‘농으로 한 얘기’라며 선을 그었지만 ‘300억원 정도면 해보겠다’는 말을 홍장관에게 건넸다고 말했다. 어쨌든 홍 지사가 진 장관에게 진주의료원 폐쇄 문제를 놓고 ‘딜’을 한 건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지역의료원의 운영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지방의료원의 설립, 시설, 장비 확충 및 우수 의료인력 확보 등 공공보건의료사업에 드는 경비의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 지방의료원법 제17조를 근거로 이 같은 입장을 보였다.

 

 

진주의료원 사태 통해 그가 얻으려는 것

 

 

 

이러자 홍 지사가 ‘도의회 상임위 날치기’라는 방법으로 한 번 더 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날치기’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발뺌한다. 정말 그럴까. 당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의원을 지낸 4선 의원 출신이다. 중앙의 ‘큰 물’에서 놀던 고기 아닌가. 그가 한 번 휘저으면 도의원들의 미래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홍 지사의 말을 거역할 도의원이 있을까?

 

 

그가 진주의료원 폐쇄 문제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이슈’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비록 지방에 내려왔지만 아직은 자신이 건재하다는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일 수 있다. ▶결국에는 남는 장사가 될 거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번 일로 노조나 일부 서민층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해도 그 수는 ‘적자해소, 강성노조 퇴출’ 이런 말을 좋아하는 이들 보다 많지는 않을 거라는 득실 계산의 결과일 수도 있다.▶게다가 정부로부터 지원금이라도 받아낸다면 확실히 남는 장사가 된다.

 

노림수는 또 있다. 의료법인 영리화의 물꼬를 트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그를 향해 있다. 진주의료원이 폐쇄되면 지역의료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초유의 사건이 된다. 제2, 제3의 진주의료원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이 틈을 타▶공공의료의 재정적자 문제를 공론화해 공공의료 민영화의 빌미를 만들려는 노림수일 가능성이 높다. 공공의료 민영화는 곧 의료영리법인의 탄생을 의미한다.

 

 

 

 

그가 경남지사에 출마하겠다고 했을 때 ‘새로운 각오로 고향에 내려가 노후에 놓은 일 좀 하려나 보다’라는 기대도 해보았다. 그 기대마저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에게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모래시계 검사’에서 어쩌다가 자신의 신념까지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구태정치인’이 돼 버렸을까.

 

 

홍준표식 ‘모순의 정치’

 

 

‘변방의 정신’을 잊지 않겠다더니 그 정신의 실천이 어디 보다 더 절실한 곳인 지방의료원을 폐쇄하겠고 밀어붙인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가지지 못한 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꿈꾼다던 그가 가지지 못한 서민들이 진료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빼앗으려고 강짜를 부린다

 

 

‘진주의료원 사태’는 홍준표 식 모순의 정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중앙에 있을 때는 ‘변방의 정신’을 얘기하고, 변방인 지방에 내려와서는 ‘중앙의 정신’을 주장하는 아이러니가 홍준표식 ‘모순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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