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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 성사’ 장담했던 정부, 트럼프 ‘냉온탕 행보’에 당혹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5/26 08:59
  • 수정일
    2018/05/26 08:5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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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북·미]‘99.9% 성사’ 장담했던 정부, 트럼프 ‘냉온탕 행보’에 당혹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입력 : 2018.05.25 22:12:00 수정 : 2018.05.25 23:38:24

 

ㆍ한·미 정상회담 공들였지만 트럼프 ‘일방 발표’로 한계 드러내
ㆍ한반도 평화구상·대북 공조 차질 불가피…‘새 방식’ 찾기 고민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자정에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외교안보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주재하며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자정에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외교안보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주재하며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이 당혹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지 하루 만인 25일(현지시간) “북한과 대화 진행 중” “12일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말을 바꾸는 등 ‘냉온탕 행보’를 보이면서다. 청와대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잇달아 바꾸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도 위기를 맞았다. 

청와대는 이날 “미국의 싱가포르 회담 취소 사실을 조윤제 주미대사를 통해 발표 몇분 전에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소 결정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인 한국에도 의도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불과 21시간 전 미국 방문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은 취소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미길에 “99.9% 성사될 것”이라고 했고,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회담 성사를 확신한다”고 말한 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 취소를 권한 것은 정 실장의 협의 상대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배경에 북한이 미국의 정상회담 실무협의 요청에 며칠째 응하지 않았던 점이 있었다는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그동안 한·미 국가안보실 간 긴밀한 소통채널로 통했던 정 실장은 이런 분위기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25일 새벽 정 실장을 비롯한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들을 관저로 소집해 긴급 회의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6월12일에 열리지 않게 된 데 대해 당혹스럽고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NSC 회의에서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에 비견되는 불편한 감정의 표출이었다.

정상회담 취소는 국가 간 관계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트럼프 시대에 미국과 동맹을 맺은 나라들이 미국으로부터 뺨을 맞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노력하기로 공감한 직후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동맹국에 대한 고려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태도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하는 한 인사는 “우여곡절 끝에 향후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되더라도 문 대통령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NSC에서 “지금 소통 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북·미 정상 간 간접 소통의 한계를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소통하기를 촉구한 것이다. 청와대가 “12일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도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도 미·중 사이에서 어려움을 느낀 문 대통령 심경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남북 정상의 핫라인 통화도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이라는 과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위한 여정은 계속되어야 한다”며 “실낱같은 희망이 있는 한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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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252212005&code=970100#csidxdbaba1397bccc33977a742838534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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