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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째 이어진 佛 '노란조끼' 시위, '2018혁명'으로 불릴까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정 탈퇴 결정한 나를 원하는 시위"로 조롱
2018.12.09 18:17:33
 

 

 

 

유류세 인상 정책으로 촉발된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이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 철회 발표에도 불구하고, 8일(현지시간) 4번째 주말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이들이 내건 플래카드에는 "마크롱 퇴진', '자유·평등'을 넘어 '1789(프랑스 혁명)', '1968(68혁명)', '2018(프랑스혁명과 68혁명의 뒤를 잇는 사회혁명)'라는 숫자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노란조끼' 운동이 이제 특정 세금뿐 아니라 서민들을 위하는 방향으로 조세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등 사회개혁적인 운동세력으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반면 마크롱 정부는 정권 차원의 위기에 직면해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달 17일 시작된 노란조끼 운동의 시위가 심상치 않게 지속되자, 마크롱 정부는 지난 2일 유류세 인상 철회는 없다고 했다가 이틀뒤 '6개월 유예', 바로 다음날인 5일에는 '유류세 인상 철회'로 3일새 입장을 180도로 바꾸면서 이미 권위를 상실했다. 

 

▲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대가 유류세 인상 철회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 4주째 주말시위를 이어갔다. ⓒAP=연합


9만명 경찰 투입 불구, 12만 명 시위 
 

 

유류세 인상 철회를 약속했는데도 노란조끼 운동 측은 '지속적인 시위'를 예고하자, 마크롱 정부는 물대포와 최루탄, 장갑차로 무장한 채 무려 9만 명에 육박하는 경찰을 투입해 특히 파리 중심가 샹젤리제 거리로 시위대가 진입하는 것을 원천차단하려고 나섰다. 하지만 이날 파리에만 8000명의 경찰이 투입된 가운데 1만 명이 넘는 시위 참가자들이 운집했고, 프랑스 전역에서 12만5000여명이 노란조끼를 입고 시위에 동참했다.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할 것을 우려해 이날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백화점 등 주요 관광명소 및 공공시설은 임시로 폐쇄됐다. 상점들은 철제 셔터를 내려 파손·약탈에 대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전국적으로 1400여명이 체포되는 등 많은 사람들이 샹젤리제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공권력이 나섰다"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사전에 시위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공권력 운영 방침이 바뀐 것으로 보여줬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을 피하지는 못했다.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할 것을 우려해 이날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백화점 등 주요 관광명소 및 공공시설은 임시로 폐쇄됐고, 상점들은 철제 셔터를 내려 파손·약탈에 대비했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여전히 상점 유리창을 깨고 약탈을 일삼거나 방화를 일으켰다. 또한 시위대가 돌과 불꽃·화염병을 던지고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 총알로 맞서고 양측 간 난투극도 벌어졌다.

외신들은 "그나마 전국적으로 차량 100대와 건물 여러 채를 불태웠던 지난 주와는 달리 전반적인 폭력성은 옅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프랑스 국민들이 나를 원한다", 마크롱에 대한 조롱?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은 이미 국경을 넘어서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다. 벨기에 수도인 브뤼셀에서는 유럽의회 근처에서 500여 명이 노란조끼를 입고 "세금 인하"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30일에 이어 두 번째 노란조끼 시위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만 약 100여 명이 시위를 벌였고,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에서도 시위가 벌어져 최소 2명이 연행되는 등 600여명이 평화시위를 벌였다. 이탈리아에선 프랑스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시위대가 점령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노란조끼 운동이 소득불평등 수준이 높은 미국과 영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이 자신의 노선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변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의 유류세 인상이 탄소 배출 감소를 명분으로 하는 일종의 '환경세'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 국민들은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제3세계 국가들에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트럼프를 원한다'고 외치고 있다"는 글을 올린 뒤 5시간 뒤에 다시 올린 글에서는 "비용만 터무니없이 많이 들어가는 파리기후협정을 끝장내고, 세금 인하로 국민에게 돈을 돌려줄 때"라면서 "미국은 그 점에서 이미 앞서가고 있으며,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한 유일한 주요국"이라고 주장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과 '맞짱 뜨는' 유일한 서유럽 최고지도자의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노란조끼 시위 사태를 맞아 한달째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지지율 23%로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번 주에 대책을 발표한다는 마크롱에게 "모든 시선이 쏠려 있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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