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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자' 전두환, 이번엔 1672억 꿀꺽?

현장] 28개 단체, 5.18 앞두고 전두환 집 앞에서 추징금 체납 규탄

박세열 기자,최형락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5-16 오후 4:19:16

 

 

5.18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의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1672억 원의 추징금 공소 시효가 오는 10월 만료된다. 5.18민중항쟁서울기념사업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28개 시민단체는 5.18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모였다.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체납을 규탄하고 국회에 계류돼 있는 '전두환 추징금 징수법' 처리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전두환·노태우는 불법적으로 조성한 일가의 부패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정부는 부당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를 포기하라"며 "이런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부패 재산을 환수하고 부당한 경호를 중지시키기 위한 입법적 조치를 강제하는 활동 등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심판을 전 국민적 행동으로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전두환 씨 일가의 재산 규모가 2000억 원대라는 보도가 나올 만큼 불법 재산 은닉 이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3년 전 시효 연장 이후 스스로 추징을 포기하고 있는 검찰은 즉각 추징에 나서야 하고, 박근혜 정부는 불법 은폐 재산 환수를 위해 책임 있게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전두환 씨를 경호하기 위해서만 1년에 7억 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평생의 보상비 평균인 5200만 원의 13배에 이르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까지 불법적으로 조성된 부패 재산을 추징할 방안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를 중지시킬 방안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두 전직 대통령의 행태와 이를 해결할 수 없는 현 상황이 바로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민변,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추징금 징수'와 '부당 경호 중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서소문철거민대책위 김종덕 위원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판사가 '아들에게 대납 시키면 안 되느냐'고 했을 때 전 전 대통령이 '내 아들들, 근근이 먹고사는데 대신 납부할 돈이 없다'고 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작년 말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전재용 사장이 우리 상가 건물 다섯 채를 매입하면서 우리에게 '10원 한 장 못 준다'며 나가라고 명도소송을 걸었다. 건물 다섯 채는 시가로 120억 원 정도 되더라. 근근이 먹고사는 아들이 그런 돈이 어디에서 났겠나. 우리는 거리로 내몰리게 생겼다. 아들이면 아버지에게 효도했으면 좋겠다. 전재용 사장은 없다는 재산을 밝히고 아버지를 위해 추징금을 내고 남은 인생 살고 가라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인권 유린하고 비리 저지른 자들이 부를 누리는 한국…부끄러운 일"

반란죄로 처벌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약 533억 원을 냈을 뿐, 76%에 해당하는 1672억 원을 미납하고 있다. 추징금 납부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거세지자 전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고 말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더해, 얼마 전에 전 전 대통령은 1000만 원 이상의 육사발전기금을 내고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사열을 받아 구설에 올랐다. 국가보훈처 산하 88골프장에서 '호화 골프'를 쳐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쿠데타를 통해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하면서 온갖 비리를 저질렀던 자들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고, 불법 재산 은닉의 의혹을 받고 있는 그 가족들 역시 엄청난 부를 누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국민의 정의감에 비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희생된 수많은 영령들에게도 심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5.18민중항쟁서울기념사업회 김용필 회장은 "기만적인 방법으로 돈을 외부에 숨겼는지 모르겠지만, 골프장 다니고 육사 사열이나 하고 해외 여행이나 하는 전두환이 이 땅에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 영원히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저는 전두환은 지구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풍자 그림을 그려 길거리에 붙였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작가 이하 씨는 "예술가가 볼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굉장히 예술가들이 선호하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지독한 독재자가 여생을 편하게 보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다. 남성적인 분이라고 하는데, 광주 예전 도청에 가서 크게 사과하고, 금남로에 가서 사과하고, '삥 뜯은 것' 뱉으시면 우리 사회에 대단한 예술적인 퍼포먼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5.18특별법이 제정된 해) 당시 전두환·노태우 체포 결사대 단장을 맡았던 정태홍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광주항쟁이 일어났을 때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당시 공수부대에 의해 주민들이 죽고 병원에 실려가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30년 지난 지금도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전두환이 추징금도 안 내고 버티는 것은 아직도 비호 세력이 사회 곳곳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며 "역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우리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두환·노태우 미납 추징금 징수법, 국회에서 1년째 '낮잠'

국회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징수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특정 고위 공직자에 대한 추징 특례법안'이 지난해 6월 발의됐다. 이 법안은 '특정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대통령 및 국무위원 재임 중 범죄'로 한정했다. 즉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이에 해당한다. 법안은 이들의 가족에게 재산 형성과 관련된 소명을 요청할 수 있게 했고, 만약 소명이 부족할 경우 불법 재산으로 간주해 미납 추징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고, 아직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고액 세금 체납자이기도 하다. 3017만 원에 달하는 지방세도 체납해 서울시로부터 '체납자 명단 공개 예정 통보'를 받기도 했다. 향후 '고액 체납자'로 서울시 관보 및 홈페이지에 이름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 전 대통령의 지방세 체납액에는 가산금이 붙어 4000여만 원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에서 약 30미터 떨어진 골목에서 진행됐다. 자택으로 가려는 시민단체 회원들을 경찰이 막아서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경찰이 카메라를 이용해 채증을 시작했고, 시민단체 회원들이 '찍지 말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몸싸움도 일어났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회견이 끝나고 '국민 압류 딱지'를 붙이기 위해 전 전 대통령의 집 앞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역시 경찰에 의해 저지당했다. 일부 시민들은 압류 딱지를 전경 방패에 붙이기도 했다. 방패에 붙인 압류 딱지 일부는 경찰에 의해 찢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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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집 앞으로 가는 것을 막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추징금 체납에 따른 국민 압류'라고 적힌 딱지를 경찰 방패에 붙였다. ⓒ프레시안(최형락)

 

▲ '국민압류' 딱지 일부는 경찰에 의해 찢기기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전두환 전 대통령을 피노키오에 빗대 '전노키오'로 묘사한 팝아트 작가 이하 씨의 패러디 작품이 이날 집회에 등장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경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골목을 봉쇄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시민단체 회원들은 '전두환·노태우 추징 특례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국회에 촉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날 집회에서는 팝아트 작가 이하 씨의 작품 여러 점이 '전시'되기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전두환 전 대통령 규탄 기자회견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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