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판결을 하느냐는 판사 고유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판사님께서 주신 양형 사유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저는 판사님께서 듣지 못하신 제 어머니의 이야기를 꼭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여쭙겠습니다. 판사님의 아내였어도 징역 2년을 선고하셨을까요?
한 가정 행복 앗아간 음주운전
▲ 사고의 영향으로 운전 좌석에 튕겨나온 닭갈비 재료 | |
ⓒ 유지은 |
제 어머니는 지난 20여 년간 해외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대신해 가정의 기둥 역할을 하셨습니다. 사춘기 자식 둘이 장성하기까지 홀로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직장과 집에서 쉴 틈 없이 일하셨습니다.
단 하루도 자신을 위해 써본 적 없던 어머니는 평생을 사회적 약자, 차별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 왔습니다. 회사의 팀장으로 수십 명 팀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길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들의 좌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사고를 당한 그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인이 하는 닭갈비 사업이 어려워지자 팀원들에게 나눠주고, 자신도 가족과 함께 먹을 요량으로 잔뜩 사 늦은 퇴근길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오붓한 저녁 식사를 할 생각으로 돌아오던 어머니는 혈중알코올농도 0.093%, 면허 정지 수준으로 음주운전을 한 가해자 차량에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소중한 내 인생"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 피해자의 마지막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 | |
ⓒ 유지은 |
사고가 있던 날 오전, 어머니는 저에게 "소중한 내 인생이 영어로 뭐야?"라고 물은 후 자신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My precious life'로 바꾸었습니다. 어머니 생의 마지막 하루가 될 줄은, 이 대화가 가족의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한 가해자의 무책임한 음주운전으로 어머니는 자신의 소중했던 삶과 작별할 기회, 최소한의 정리 시간조차 가지지 못하고 떠나야 했습니다. 하다못해 흉악범, 사형수들에게도 주어지는 여유도 가지지 못하고 스러지고 만 것입니다.
대한민국 사법부에 말씀드립니다. 제가 어머니의 삶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법 뒤에 사람이 있고 사연이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함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피해자 김씨가 아니라 55년간 고군분투하며 세상을 밝힌 훌륭한 어머니 김주은씨입니다.
고 윤창호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국을 울렸고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 제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왜 이런 일이 계속돼야 할까요. 앞으로도 수많은 얼굴 없는 피해자들이 있을 것이고 판사님들은 가해자에게 벌을 내리시겠죠. 부디 무거운 형벌로 음주운전 방지와 가해자 교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제 편지가 판사님들의 마음에 닿아 다른 잠재적인 피해자 혹은 유가족이 저희가 겪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국민청원] 어머니를 살해한 음주운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습니다. 도와주세요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4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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