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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편집국 폐쇄... 노조 "사상 초유 사태"

장재구 회장, 15일 '충성 서약' 요구하며 기자들 쫓아내... 기사 시스템 접속도 차단

13.06.16 09:10l최종 업데이트 13.06.16 09:12l
김시연(sta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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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쪽 임직원과 용역들이 15일 밤 기자들에게 '근로제공 확약서' 서명을 요구하며 편집국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 한국일보 노조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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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언론사주가 편집국을 폐쇄하고 기자들을 몰아내는 바람에 월요일자 신문 발행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 쪽은 15일 오후 6시쯤 기자들을 쫓아내고 편집국을 폐쇄했다. 한국일보 노조는 "대한민국 언론 역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일보 편집국 기자들과 노조에 따르면, 장 회장은 이날 오후 6시 20분쯤 간부와 직원 10여 명과 함께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진빌딩 신관 15층 편집국을 점거한 뒤 당직기자 등 기자 2명을 내보냈다.

'근로제공 확약서' 서명 요구하며 편집국 출입 차단... 용역도 동원

이 과정에서 사쪽은 편집국에 들어가려는 기자들에게 사규를 준수하고 회사에서 임명한 편집국장과 부서장 지휘에 따르겠다는 내용의 '근로제공 확약서' 서명을 요구했다. 기자들이 서명을 거부하자 사쪽은 용역 10여 명을 동원, 편집국 출입문을 폐쇄하고 15층으로 통하는 승강기와 비상계단도 통제했다.

또한 사측은 노조원을 비롯한 편집국 기자들의 아이디를 삭제해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하는 데 필요한 기사집배신 시스템 접속을 차단했다. 아울러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근로제공 확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한편, 5월 1일 인사조치를 거부하고 신문 제작을 해온 편집국 간부 4명에게 6월 16일자로 자택대기발령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당장 17일(월요일)자 신문 제작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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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쪽은 15일 오후 기자들의 아이디를 삭제해 기사 전송 시스템 접속을 막고 있다.
ⓒ 한국일보 노조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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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장재구 회장의 배임 혐의 고발과 보복성 인사 조치로 그동안 노사 갈등을 빚어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가 지난 4월 29일 장재구 회장이 '회사에 2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며 검찰에 고발하자 장 회장은 지난 5월 1일 이영성 편집국장 등 편집국 간부를 모두 교체한 데 이어 지난 6월 11일 이 국장을 해고했다.

한국일보 편집국 기자들과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밤 10시 30분경 발표한 성명에서 "일하던 기자를 편집국 밖으로 몰아내면서 근거 없는 문서 작성을 강요한 회사 측의 이같은 조치는 대한민국 언론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유의 일"이라면서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 권리를 방해한 불법 조치"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16일 오전 9시 남대문로 한진빌딩 임시사옥 앞에서 총회를 열고 회사의 편집국 폐쇄 조치 등에 항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자 아이디 삭제 조치에 대해서도 '사원 지위 확인 가처분신청'으로 법적 대응할 계획이다.

다음은 한국일보 편집국 기자들과 한국일보 노조 비상대책위원회가 15일 밤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성명]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 편집국 폐쇄하고 기자들 강제로 몰아내
용역 동원해 편집국 출입 막고 엘리베이터 폐쇄… 한국언론 사상 초유
기자들 아이디까지 전면 삭제하며 정상적인 신문제작 방해해

저희는 한국일보 편집국 기자들입니다. 언론자유와 공정한 보도를 위해서 힘쓰시는 동료 기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한국일보 회사 측이 6월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2가 한진빌딩 신관 15층 편집국을 폐쇄하고 편집국 안에서 일하던 당직기자를 편집국 밖으로 강제로 몰아냈습니다.

이날 오후 6시 20분경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은 박진열 사장, 이진희 부사장, 회장의 지시를 따르는 일부 편집국 간부, 비편집국 사원 등 15명 정도를 대동하고 한국일보 편집국으로 몰려와 편집국을 점거했습니다. 당시 편집국에는 토요일 사진부 당직을 서던 기자 1명과 개인적 용무 때문에 편집국을 들른 경제부장이 있었는데, 회사 측은 이 두 명의 기자들을 강제로 편집국 밖으로 몰아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은 15명 정도의 외부 용역깡패를 동원했습니다.

사측은 편집국에 있던 기자들에게 '근로제공 확약서'라는 문서를 들이밀면서 "이 문서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 편집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근로확약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본인은 회사의 사규를 준수하고 회사에서 임명한 편집국장(직무대행 포함) 및 부서장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합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퇴거요구 등 회사의 지시에 즉시 따르겠습니다."

이후 이 기자들이 확약서 서명을 거부하자 회사 측은 용역을 동원해 15층 편집국 출입문을 봉쇄했고, 15층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수동 조작해 엘리베이터 4대 중 1대만 가동했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함께 쓰는 공용 공간인15층 비상계단, 신관과 구관 사이를 연결하는 연결통로도 폐쇄했습니다. 이와 함께 사측은 5월 1일 인사파동 이후 기자들과 논설위원 등이 편집국 내부에 게재한 성명서 등을 일방적으로 모두 뜯어냈습니다. 잠시 후 일부 기자들이 개인적인 용무를 보거나 개인물품을 가져가려고 편집국을 찾았으나, 사측 인사와 용역들은 "허가받은 출입자가 아니다"라며 이 기자들의 출입도 막았습니다.

이에 더해 회사측은 신문 지면 제작을 위해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하는 전산시스템인 한국일보 기사집배신 또한 전면 폐쇄해 기자들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기사집배신에 접속할 수 있는 기자들의 아이디가 전면 삭제됐습니다. 노조원 및 비노조원을 막론하고 전체 기자들의 아이디를 모두 삭제했습니다. 현재 기자들이 개별적으로 기사집배신에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로그인 계정 OOOOOO은 퇴사한 사람입니다, 로그인 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고, 접속이 되지 않습니다.

회사 측은 기자들 개개인의 이메일로 인사관리부 명의의 서신을 보내 근로제공 확약서 작성을 종용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회사 측은 5월 1일 실시된 불법부당 인사를 거부하고 정상적으로 신문 제작을 해 온 편집국 간부 4명에게 6월 16일자로 자택대기발령 명령을 내렸습니다.

6월 15일 밤 10시 현재 한국일보 편집국은 사측 인사와 용역들에 의해 장악된 상태이며, 사측에서 이 같은 폐쇄를 계속한다면 6월 17일(월요일)자 신문의 정상적인 제작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일하던 기자를 편집국 밖으로 몰아내면서 근거 없는 문서 작성을 강요한 회사 측의 이같은 조치는 대한민국 언론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유의 일로서,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 권리를 방해한 불법 조치에 해당합니다.

앞서 장재구 회장은 기자들의 정상적 신문 제작을 방해하기 위해 한국일보 편집국 밖에 '짝퉁 편집실'을 설치하고 비정상적인 경로로 신문을 제작하려 했고, 지난 주 한국일보 노조 비상대책위원회가 짝퉁 편집실 증거를 확보해 이에 항의하자 "회사 밖에서 신문을 만들 생각은 없다"며 한 발 물러선 바 있습니다. 장재구 회장의 6월 15일 조치는 이 같은 짝퉁 편집실 설치 시도가 무산돼 자신의 입맛에 따라 신문을 제작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자, 한국일보를 사유화하기 위해서 신문의 심장인 편집국을 불법 점거한 폭거입니다.

한국일보 편집국 기자 일동은 6월 16일 오전 9시 한국일보가 입주한 한진빌딩 사옥 1층에서 회사의 불법 조치에 대해 항의할 것이며 이와 더불어 한국일보가 정상적으로 제작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또한 한국일보 편집국 기자 및 한국일보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한국일보 사측의 편집국 폐쇄 및 기자 아이디 삭제 조치에 '사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 등 강력한 법적 대응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언론사주들의 노골적인 횡포 때문에 언론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한국일보의 현 상황에 대해 동료 기자 여러분들의 비상한 관심과 공정한 보도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일보 편집국 기자 일동 및 한국일보 노조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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