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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떠나는 김연철 "권한에 비해 짐은 너무 무거웠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06/20 11:30
  • 수정일
    2020/06/20 11: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임식 현장] "남북, 증오로 증오 이길 수 없어...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 계기 되길"

20.06.19 16:53l최종 업데이트 20.06.19 17:14l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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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통일부가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다"며 통일부의 위상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통일부장관의 자리를 내려놓고 여러분 곁을 떠난다"면서 "그동안 저를 믿고 험난한 여정을 묵묵히 함께해 준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동시에 무거운 짐만 남겨둔 채 떠나게 돼 정말 미안하다"는 말로 이임사를 시작했다.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계기가 되길"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걸어가고 있다.
▲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이임사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걸어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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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최근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실망과 증오의 감정을 주고받는 현재 상황에서 분명하게 말하겠다"며 "결코 증오로는 증오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관계에는 치유할 상처가 많고 관계 악화의 시기가 오면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다시 등장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상처를 덧붙이면 치유는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장관은 "장관으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고생하는 통일부 직원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였고,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다"는 소회를 밝혔다.

김 장관은 중국 영화 <인생>의 "살아있으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대사를 인용하면서 "넘어지지 않고 고비를 견디면 기회가 올 것"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동안의 비판과 질책은 모두 제가 안고 떠나겠다"면서 "저의 사임이 지금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쇄신하고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장관은 지난 17일 오후 통일부 기자실을 찾아와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두번째 통일부 장관이었던 김 장관은 취임 1년 2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과 함께 '통일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기 전 직원들과 함께 "통일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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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 장관의 이임사 전문.

사랑하는 통일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제40대 통일부장관의 자리를 내려놓고 여러분 곁을 떠납니다.

그동안 저를 믿고 험난한 여정을 묵묵히 함께해 준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동시에 무거운 짐만 남겨둔 채 떠나게 되어 정말 미안합니다.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습니다.

실망과 증오의 감정을 주고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습니다.

남북관계에는 치유할 상처가 많습니다.

관계 악화의 시기가 오면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상처를 덧붙이면 치유는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여기서 멈추어야 합니다.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통일가족 여러분에게는 미안함 투성이입니다.

저와 함께하는 동안 신나는 일도 웃을 일도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신명나게 일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장관으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고생하는 여러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였습니다.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앞으로도 한동안 비바람이 세차게 불 것입니다. 중국 영화 '인생'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살아있으면 좋은 날이 오겠지" 넘어지지 않고 고비를 견디면 기회가 올 것입니다.

그동안의 비판과 질책은 모두 제가 안고 떠나겠습니다. 저의 사임이 지금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쇄신하고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과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어느 자리에 있건 늘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통일가족 여러분,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며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이임식을 마치고 승용차편으로 청사를 떠나며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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