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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이 가져온 통합당의 ‘오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열 차례나 요청했지만 거부, 누구 책임? 도대체 누가 결정권자일까?
 
임병도 | 2020-06-30 08:44:3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6월 29일 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에서 정보위를 제외한 상임위원장 선출이 완료됐습니다.

정보위는 국회법상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로부터 소속 의원 중에서 후보를 추천받아 국회부의장 및 각 교섭단체 대표가 협의해 선임할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법제사법·기획재정·외교통일·국방·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의원으로 선출됐고, 어제 국회운영위원장을 포함해 예결위원장까지 11개이니 총 17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차지했습니다.

기자 주: 16개 상임위와 1개 상설특별위원회(예결위)

민주당이 정보위를 제외한 모든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되자 일부 언론은 ‘독식’, ‘불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민주당이 아니라 통합당이 들어야 합니다.

열 차례나 요청했지만 거부, 누구 책임?

 

 

박병석 의장은 상임위원장 표결이 끝난 뒤 모두 발언에서 자신이 정상적으로 원 구성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상세히 밝혔습니다.

이번 21대 국회의 경우 지난 6월 8일까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위원 선임을 요청하고, 국회는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했으나 한 달이 지나 오늘에야 선출하게 됐습니다. 이에 의장은 위원 선임을 요청하지 않은 교섭단체에 대해 지난 6월 11일, 15일, 26일 그리고 오늘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서면으로 위원 선임을 요청하거나 교섭단체에서 조사한 소속의원의 상임위 수요 조사 결과를 제출해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습니다.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회동 과정에서도 구두로 열 차례 이상 요구하며 국회법을 지키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왔습니다.

박병석 의장은 본회의를 다섯 차례나 연기하면서 끈질기게 협상을 통해 원 구성을 하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장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박 의장이 열 차례나 넘게 통합당에게 국회법을 지키면서 원 구성을 하자고 했지만, 통합당은 거부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면 의장 입장에서는 할 만큼 했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국정 농단 사태 국정감사와 같은 나라를 뒤흔들 사안도 아니고 법사위를 누가 맡느냐 정도로는 마냥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상임위를 민주당이 모두 차지했으니 무조건 민주당이 나쁘다가 아니라, 그토록 협상을 위해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거부한 통합당에 더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결정권자일까?

 

 

어제 본회의가 열리기 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제 늦게까지 회동 협상이 이어졌다. 그동안 한 5차례를 본회의를 연기하면서 어떻게든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어제 일요일이었는데 꽤 장시간 협상을 했고, 어제 언론을 통해 보셨겠지만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 사실상 원내대표 간에는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 우리도 상당 부분 마음 아프지만 양보했던 내용이 있지 않았겠나. 어제 합의문까지 작성하려고 했는데, 미래통합당의 원내지도부가 오늘 오전까지 합의문 작성을 미뤄달라고 요청을 해서 오전에 기다렸지만 결국은 최종적으로 거부 의사를 전해 왔다. 어떤 의사결정 구조로 결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아쉽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로써 합의에 의한 미래통합당과의 협상은 완전히 결렬된 거다. 말씀드렸지만 정말로 최선을 다했다. 상임위도 우리가 법사위를 가져오기 때문에 협상을 끝내기 위해서 한꺼번에 양보를 했었고, 또 기다리고 참고 기다리고 하면서 상당한 시간 보내왔는데 끝내 거부한 게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사실상 원내대표는 합의에 이르렀지만 어떤 의사결정 구조로 결정했는지 모르지만 무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해찬 대표도 “저쪽은 창구가 일원화가 안 된 것 같다. 그래서 협상자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견해가 달라서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통합당은 협상하는 사람 따로 이를 결정하는 결정권자가 따로 있었다는 말입니다. 협상자는 당연히 주호영 원내대표였고, 결정권자는 누구였을까요? 현재로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개입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누가 됐든 통합당에 결정권자가 있었기에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협상은 의미가 없었고, 오롯이 시간만 잡아먹었다고 봐야 합니다.

통합당의 오판, 민주당이 실패해도 통합당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

▲29일 오후 주호영 원내대표와 통합당 국회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국회의장의 강제 상임위 위원 배정과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에 항의 하는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정보위를 제외한 상임위 구성이 이루어진 본회의가 끝난 뒤 통합당은 국회 본청 계단에서 규탄 성명을 하고, 소속 의원 103명 전원이 국회사무처 의사과에 사임계를 제출했습니다.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셈입니다. 하지만, 통합당의 이런 모습은 ‘쇼’로 끝날 듯합니다.

어제 본회의가 끝난 뒤 17개 상임위 대부분은 저녁 늦게까지 회의를 하면서 추경안 예산안 심사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 될 것은 없었습니다. 이미 법사위나 국방위 등 기존에 열렸던 상임위도 성원이 성립돼 회의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통합당은 ’17개 상임위 다 가져가고 잘못되면 모두 민주당 탓이다’라는 전략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런다고 민주당이 패배하고 통합당이 승리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법사위를 주고 알자배기 상임위를 가져온 다음 ‘정의연’이나 ‘인국공’ 처럼 민주당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사안을 물고 늘어지는 편이 훨씬 유리했습니다.

통합당은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저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하거나 의사일정 보이콧뿐인데 국민들은 그리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원래 국회는 매번 싸우는 곳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상임위에 들어가 큰소리를 내고 싶은데 뻘쭘합니다. 국정조사로 꼬투리를 잡고 싶어도 추경안이 통과되면 민주당에 내밀 카드도 없습니다.

이래저래 통합당은 출구가 없어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은 통합당의 ‘오판’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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