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대해 이는 시험에 의한 신분제라며 무한경쟁사회의 구조를 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2020.07.31ⓒ김철수 기자
일부 인천국제공항공사 일반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는 8월 1일 인천공항 용역회사 비정규직들을 직고용하는 방안에 반대하며 집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청년들이 이들의 집회를 이같이 비판했다.
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참여연대 등 55개 청년단체와 270여 명의 청년은 31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관련 긴급기자회견 신분제를 그리는 펜은 부러져야 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청년들은 용역회사 소속이었던 보안검색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가짜뉴스로 촉발된 이른바 ‘공정성 논란’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국공 논란 등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상황에 대해 “이는 노동이 계층이동의 수단이 아니라 신분세습의 수단이 되어가는 것을 방기한 결과”라며 “우리가 진짜 부러뜨려야 하는 것은 펜이 아니라 격차”라고 강조했다.
가짜뉴스로 촉발된 ‘인국공 논란’
거리로 나오는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22일 그동안 고용불안에 떨어야만 했던 보안검색요원 등 용역회사 소속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직고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온라인에선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서 190벌다가 이번에 인국공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5000 소리질러’와 같은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실제 보안검색요원의 평균연봉은 용역회사 이익금 등으로 쓰이던 도급비용이 직원 처우개선에 쓰이면서 이전보다 약 300만 원 정도 올라 약 3850만 원 정도가 될 예정이다. ‘연봉 5000만 원을 받게 됐다’는 내용은 공사 일반정규직 초봉으로, 가짜뉴스인 셈이다. 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공사 일반정규직이 된다’는 것 또한, 보안검색요원이 되려면 2개월간의 교육수료 및 엄격한 국토교통부 인증평가 등을 통과해야 하고 단독 근무를 하기까지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가짜뉴스다.
보안검색요원 등의 직고용이 공사 일반정규직들이 입사하기 위해 거쳤던 노력과 기존 일반정규직들의 이익을 해치거나 빼앗는다는 주장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직군 자체도 다르고, 채용과정도 다르며, 임금체계도 기존만큼이나 격차가 심하고, 비정규직을 직고용한다고 특별히 추가 투입되는 예산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선 계속해서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보안검색요원 1902명 직고용 무기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는 날, 300명가량 되는 젊은 공사 정규직들은 공사 기자회견장 입구와 출국장에 나타나 직고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당시 찍힌 영상을 보면, 진정하라는 공항 직원의 말에 “너 같으면 진정하게 생겼냐!”라고 외치는 목소리와 곳곳에서 알아듣기 힘든 욕설·괴성이 튀어나왔다.
오는 8월 1일 일부 인천국제공항공사 일반정규직들은 종각역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잃어버린 공정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비정규직 직고용 정규직 전환 반대 취지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집회 계획을 ‘공취모’ 등 취업준비생 카페에 공유하며, 집회에 오면 공기업 현직자 14명의 합격 수기를 주겠다고 밝혔다.
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대해 이는 시험에 의한 신분제라며 무한경쟁사회의 구조를 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2020.07.31ⓒ김철수 기자
“누굴 위한 공정인가”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청년들은 고용형태인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신분제처럼 여기는 인식을 바꿔야만, 청년들을 무한경쟁으로 떠밀며 사회적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기존 인천공항공사 정규직들이) 자신들의 처우와 직접적으로 무관함에도 이렇게까지 (반대)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규직화 방법에 대한 이견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비정규직을 온전히 회사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이자 몸부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이 누누이 강조하는 공개경쟁을 통한 채용절차는 자신들이 뚫었던 극심한 경쟁을 거치지 않으면,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라고 짚었다.
청년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가 진정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을 위한다면, 좁디좁아진 취업문으로 힘들어진 청년들을 위한다면, 신의 직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수에게만 기회가 보장되는 일자리의 한계를 알고 있다면, 더 이상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정을 논할 것이라면, 부모세대의 학력과 자산격차가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출발선이 다른 것 자체부터 논하라. 불평등한 사회, 연대라고 찾아볼 수 없는 사회에서 채용절차의 공정함만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만들 수 없다”고 촉구했다.
또 청년들은 “첫 직장이 평생 노동시장에서의 지위를 결정하고, 중심부 노동시장에 진입한 10%만이 고용안정성, 임금, 복리후생, 사회적 명망까지 모든 면에서 우월한 지위를 누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누구를 위한 공정한 기회인지, 무한경쟁 그리고 승자독식 취업경쟁시장으로 우리 사회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 되묻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07.31ⓒ김철수 기자
“진짜 부러뜨려야 하는 건 펜이 아니라 격차”
“기성세대, 불합리한 구조 끊어내는 데 일조하라”
노동계와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청년들은 “공사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이런 싸움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완전한 정규직 전환’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목매달아 온 노동운동 일각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심부 노동시장에 있는 노동자의 적극적인 양보와 사회연대 없이는 격차 해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청년들은 모두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진짜 부러뜨려야 하는 것은 펜이 아니라 격차”라며 “인국공 정규직 노조는 취업준비생의 고통을 말하려면, 일자리 나누기와 사회연대를 말해야 한다. 이미 ‘꿈의 직장’에 들어간 이들이 부리는 텃세가 아니라, 파격적인 격차 해소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노동자와 노동자, 을과 을이 대치되는 현 사안을 ‘무한경쟁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하며 “삶을 전쟁터로 만든 건 기성세대들인데 앞서 나와 싸우는 건 청년들이다. 전쟁터에 놓인 청년들은 다른 청년을 겨냥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분노했다. 이어 “그들 중엔 이미 성(공사 혹은 대기업)안에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총알이 없어서 전쟁에 합류하지 못하는 청년도 있다”라며 “이런 혼란 속에서 기성세대들은 성곽 위에 올라가 이 싸움을 그저 관전할 뿐”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부터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공정을 내세워 무한경쟁을 유발하는 것은 청년을 전쟁터로 내모는 것”이라며 “이제는 격차 해소와 불합리한 구조들을 끊어내는 데 일조해야 한다. 기성세대에 사회적 연대를 위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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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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