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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지켜보자’는 말뿐” ‘세월호 생존자’가 한 달 넘게 단식농성하는 이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1/18 10:34
  • 수정일
    2020/11/18 10:3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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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성묵 씨 “세월호 진상규명한다던 대통령이 이젠 행동으로 보여야”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11-18 03:01:48
수정 2020-11-18 03: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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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성묵 씨
17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성묵 씨ⓒ민중의소리  
 
세월호 참사 조사를 맡아온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활동이 12월에 종료되고, 4개월 뒤엔 공소시효도 만료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국민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할 때마다 청와대는 “사참위와 특별수사단에서 조사와 수사가 진행 중이니 이를 지켜보자”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성묵(44) 씨는 급기야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사참위 활동 종료 시한을 한 달 앞두고 시작한 단식농성은 17일로 39일째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무척 야윈 모습이었다. 6년 전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46일간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였을 때 모습도 그랬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요구사항도 같았다.

하지만 그가 한 달 넘게 단식농성을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는 듯했다. 전날 저녁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처음으로 그를 찾아왔지만, 같은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고 한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야윈 그를 바라보고 있던 김 수석은 가까스로 말문을 열더니 “걱정이 돼서 왔다”는 한마디를 건넸다. 이에 김 씨는 “대화를 하려고 온 게 아니라 걱정이 돼서 왔다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김 수석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김 씨는 “걱정은 안 해도 되니 돌아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김 수석은 돌아가지 않았다. 김 수석은 지난 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 공개와 사참위 활동 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는 국민동의 청원 참여자가 10만 명을 넘어 국회 심사를 받게 됐다는 사실을 언급한 뒤, “이를 통해 진상규명을 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김 씨에게는 또 ‘기다려달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김 씨는 이날 단식농성장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김 수석을 만났던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하면서 “(저와) 대화를 하려고 나온 게 아니더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참위 활동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이대로라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결국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수석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기다려보자’는 식의 똑같은 말만 계속 되풀이했다고 한다. 아직 국회에서조차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데도 말이다.

김 수석은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해 달라”는 그의 요청도 들어주지 않은 채 청와대로 돌아갔다. 빈손으로 왔다 간 셈이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대통령에게 전달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시민사회수석이라면 국민들의 요구를 정부에 전달해주고, 국민들과 소통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 김성묵 씨가 지난 2017년 4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 김성묵 씨가 지난 2017년 4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양지웅 기자

더이상 기다릴 수 없는 이유

김 씨는 더이상 청와대로부터 어떤 답변도 기대하지 않는다. 이제는 문 대통령이 직접 답변해주길 기다릴 뿐이다.

김 씨는 “대통령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후보 시절부터 약속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려는 행동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직접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하는 모습이 보고 싶지, 단순히 말로 하는 건 이제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구체적으로 ‘대통령 직속 특별수사단’ 구성이다. ‘대통령 직속 특별수사단’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올라와 20만명의 동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검사의 대통령비서실 파견 또는 겸임을 금지하고 있는 검찰청법(제44조의2) 규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고려하면, 대통령 직속으로 수사단을 설치하는 것은 수사의 중립성, 객관성 차원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소극적인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김 씨의 생각은 청와대와 달랐다. 그는 “과거에도 대통령이 지시해서 특별수사팀을 만든 선례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불법이라느니, 법이 개정돼야 한다느니, 기관을 새로 또 만들어야 된다느니, 그런 거짓말을 계속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직속 특별수사단’이 필요한 이유로는 사참위 조사의 한계를 거론했다. 그는 “사참위 활동 기간을 연장해서 조사가 더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각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던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압수수색을 해서 빼앗아야 한다. 그게 수사의 일반적인 방법 아닌가”라며 “그런데 그런 건 전혀 하려고 하지 않고 사참위 활동 기간만 연장하려고 한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증거인멸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한 “사참위에 ‘수사권’을 주겠다고 하는데, 그건 수사권이 아니라 사법경찰권이다. 그걸로는 국가정보원과 기무사 등의 기관들을 수사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권’이라면서 국민들을 속이고 호도하면서 사참위 기간 연장에 그렇게 애쓰고 있더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참위 법안이라는 게 통과되면 세월호 사건을 은폐시키고 과거사로 만드는 법안이 되는 것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것만 얘기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17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성묵 씨
17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성묵 씨ⓒ민중의소리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가 직접 나선 이유

김 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파란 바지의 의인’ 김동수 씨와 함께 아이들을 구조하다가 마지막으로 배를 탈출해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는 그날 이후로 매일 죄책감에 시달렸다. 배 안에 많은 이들을 남겨두고 자신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고통으로 남은 것이다.

이에 “사고가 난 뒤 2년 가까이는 세월호를 외면하고 살았다”는 그가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등의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건 2015년부터였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희생자가 살려준 생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들을 위해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최근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정부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의지와 계획을 확인했다며 청와대 앞 농성을 접었지만, 김 씨의 생각은 달랐다. 책임자를 처벌하려면 공소시효가 끝나는 것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국민청원 등 많은 것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이를 알리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여태까지 발버둥을 쳤는데, 결국에는 공소시효를 5개월 남기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내 몸을 도려내는 일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단식농성을 하더라도 대통령이 알고, 움직이고, 또 시민들이 알 수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를 진찰한 의료인은 ‘위험한 상황’이라며 단식을 당장 중단하고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그는 “쓰러지더라도 여기서 쓰러지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 씨는 “어제 시민사회수석도 단식농성장에 나왔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50일도, 60일도 해야 할 것 같다”며 “굶어 죽지는 않겠지만 회복되지 못하는 몸으로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아니, 살아내야 한다”고 절박함을 드러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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