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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서울노동청 30대 공무원은 왜 일요일 아침 7시에 출근해야만 했나

어린 딸과 아내 두고 회사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고용노동부 직원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0-12-03 21:33:27
수정 2020-12-04 08: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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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국화꽃 자료사진
추모 국화꽃 자료사진ⓒ양지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곳곳에서 휴업·대량해고 등이 이어지면서, 지방고용노동청 노동자들의 업무 또한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일요일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출근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지역협력과 30대 공무원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3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중앙행정기관본부 노동희망 고용노동부지부(이하, 노동희망 고용노동부지부)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지역협력과 최 모(39) 팀장은 지난달 29일 일요일 서울 중구 노동청 화장실에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일요일이라 노동청에 다른 공무원 노동자들은 없었고,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을 이상하게 여긴 아내가 직접 노동청에 갔다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한 것이다. 발견 당시 그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최 팀장은 평소 건강했다고 한다. 노동희망 고용노동부지부 관계자는 “평소 지병은 전혀 없었고 건강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고, 경찰 관계자 또한 “특별히 건강상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다만, 최근 최 팀장은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출근해서 일해야 할 만큼 남은 업무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 팀장이 숨진 채 발견된 날(11월 29일)은 일요일이었다. 노동희망 고용노동부지부 관계자는 그의 컴퓨터 로그인 기록 등을 미루어보아 이날 오전 7시쯤 그가 출근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9살 딸 그리고 아내와 함께 해야 했을 일요일, 최 팀장은 가족을 뒤로하고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출근했던 것이다.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현장 접수를 받고 있는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들 자료사진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현장 접수를 받고 있는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들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그가 담당하던 지역협력과 업무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지방고용노동본청 산하에는 동부·서부·남부·북부 및 강남·관악 지청 등이 있는데, 각 지청 지역협력과는 대량고용변동 신고·지역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장애인고용지도·사회적기업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고, 본청 지역협력과는 이를 다시 취합·관리하면서 고용노동통계 및 사업체노동력 조사 등의 업무도 함께 처리한다. 최 씨는 이곳 본청 소속 지역관리과 팀장이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휴업하는 사업장과 대량고용변동신고가 늘면서 전체 지역협력과 업무가 늘고 있다. 게다가 서울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 관련 사업체가 집중돼 있고, 지역협력과가 관리해야 할 사업에 따른 업무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추진·관리하던 사업 점검 업무가 집중되던 시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 고용노동청 지역협력과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지청에서 급하게 해소해야 할 업무를 나눠서하기도 했고, 코로나 때문에 못 하던 업무도 하반기에 처리해야만 했다”며 “아무래도 본청은 이런 업무들을 취합하고 다시 보고해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올해 고용노동부 직원이 숨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동희망 고용노동부지부는 지난 2일 성명에서 “지난 9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관내 근로감독관이 사망한 후, 지방노동청 2명의 직원도 질병으로 한참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사망했다”라며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직원들의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하지 않아 또다시 참사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노동자들이 연거푸 사망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의 고위 관료 누구도 한마디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다”라며 “안타까운 죽음을 미연에 방지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재해 발생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희망 고용노동부지부는 ▲ 업무 중 사망 사건 재발방지 약속 및 공식적인 사과 ▲ 공무원단체와의 협의 하에 노동시간 엄수, 인력 확보, 노동환경 개선 등 특단의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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