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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대책에 등장한 ‘친일파 재산몰수’에 대하여

 
 
 
정운현 | 2021-03-30 09:03:3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부동산 투기대책에 등장한 ‘친일파 재산몰수’에 대하여


최근 정부.여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당이득을 ‘소급 적용’해 몰수하고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을 ‘모든 공직자’로 넓히기로 했다. 28일 민주당은 공직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를 ‘친일 반민족행위’에 견주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해방 후 반민특위의 친일청산 활동 사례 참고한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제헌국회는 법률 제3호로 반민법(반민족행위자처벌법)을 제정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 처벌과 친일잔재 청산에 나섰다. 근거는 제헌헌법 제101조(‘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1945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1948년 8월 5일 제40차 국회 본회의에서 김웅진 의원은 ‘반민족행위처벌법 기초위원회’ 구성을 긴급동의안으로 내놓았는데 이것이 반민특위 구성의 첫걸음이었다.

기초위원회는 우여곡절 끝에 한 달 후인 9월 7일 제59차 본회의에서 재적 140명 중 가 103, 부 6으로 반민법을 통과시켰다. 전문 3장, 총 32조로 구성된 반민법은 이튿날 정부로 이송되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반민법 제정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이승만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반민법을 거부했다. 주된 거부 이유는 3권분립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승만 정부가 추진 중이던 양곡수매법을 국회가 보이콧 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반민법을 법률 제3호로 공포(9.22)하였다. 

반민법은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는 소급입법이다. 8.15 해방 전의 친일행적을 문제 삼아 사후에 벌을 준 것이다. 둘째, 신체형과 재산형을 병과한 점이다. 즉, 반민특위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강제로 체포하여 조사한 후 특별검찰부의 기소, 특별재판부의 재판을 거쳐 유죄를 선고받은 자는 감옥에 처넣었다. 동시에 친일을 한 대가로 축적한 재산과 후대의 자손들에게 상속된 유산에 대해서는 죄질에 따라 일부, 혹은 전부를 몰수했다. 

반민법에서 규정한 재산몰수의 사례(별첨 1 참조)를 보면, 을사오적과 같은 매국조약에 가담한 자는 ‘재산과 유산의 전부 혹은 2분지 1 이상을 몰수한다’(제1조), 작위를 받은 자나 일본제국의회의 의원을 지낸 자는 ‘재산과 유산의 전부 혹은 2분지 1 이상을 몰수한다’(제2조), 독립운동가를 박해한 자는 ‘재산의 전부 혹은 일부를 몰수한다’(제3조), 습작자나 밀정 등에 대해서는 ‘재산의 전부 혹은 일부를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반민특위는 이승만 정권의 방해 책동으로 중도에 와해되고 말았다. 따라서 친일파들의 재산몰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들의 재산은 후손들에게 상속되었다. 그러다가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제2의 반민특위’가 구성되었다. 이번에는 친일파 행적조사와 재산몰수를 분리하여 두 개의 특별법이 각각 제정되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김희선 의원 발의)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최용규 의원 발의)이 그것이다. 이를 근거로 두 개의 위원회(친일행위진상규명위, 친일파재산조사위)가 구성돼 활동하였다.

친일파 재산 국가귀속(환수)을 위한 특별법은 반민법의 정신을 계승하였다. 특별법 제2조 2항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은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이를 상속받은 재산 또는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유증·증여를 받은 재산을 말한다. 이 경우 러·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였다. 즉, 이들의 재산은 친일부역의 대가이므로 몰수의 정당성을 뒷받침하였다.

특별법이 발효하면서 재산조사위는 토지 환수작업에 나섰다. 그러자 친일파 후손들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친일파 후손 60여 명은 일제강점기 동안 취득한 모든 재산을 친일행위의 대가로 추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친일행적 자체가 일제와의 유착관계를 증명하는 것이며, 그 기간에 취득한 재산은 친일재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다만, 재산조사위원회 활동개시(2006년) 이전에 제3자에게 이미 매각된 토지는 환수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는 선의의 목적으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선의의 피해자를 고려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별첨 2 참조) 한시기구로 출범한 재산조사위는 2010년 7월 12일자로 공식활동을 종료하고 그해 10월 12일 해산했다. 현재는 법무부가 이 업무를 승계하여 수행하고 있는데 친일파 후손들과의 소송전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투기이익 소급 몰수’를 두고 위헌 논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세운 것은 이번 기회에 부동산 투기를 원천적으로 막아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만시지탄이나 이번 기회에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별첨 1] 반민족행위처벌법(약칭 반민법)
제1장 죄(罪)
[제1조] 일본정부와 통모하여 한일합병에 적극 협력한 자,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조약 또는 문서에 조인한 자와 모의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그 재산과 유산의 전부 혹은 2분지 1 이상을 몰수한다.
[제2조] 일본정부로부터 작(爵)을 수(受)한 자 또는 일본제국의회의 의원이 되었던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그 재산과 유산의 전부 혹은 2분지 1 이상을 몰수한다.
[제3조] 일본 치하 독립운동자나 그 가족을 악의로 살상 박해한 자 또는 이를 지휘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그 재산의 전부 혹은 일부를 몰수한다.
[제4조] 아래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15년 이하의 공민권을 정지하고 그 재산의 전부 혹은 일부를 몰수할 수 있다.
1. 습작한 자
2. 중추원 부의장, 고문 또는 참의 되었던 자
3. 칙임관 이상의 관리되었던 자
4. 밀정행위로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
5. 독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거나 그 단체의 수뇌간부로 활동하였던 자
6. 군, 경찰의 관리로서 악질적인 행위로 민족에게 해를 가한 자
7. 비행기, 병기 또는 탄약 등 군수공업을 책임경영한 자
8. 도, 부의 자문 또는 결의기관의 의원이 되었던 자로서 일정에 아부하여 그 반민족적 죄적이 현저한 자
9. 관공리 되었던 자로서 그 직위를 악용하여 민족에게 해를 가한 악질적 죄적이 현저한 자
10. 일본 국책을 추진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각 단체본부의 수뇌간부로서 악질적인 지도적 행동을 한 자
11. 종교, 사회, 문화, 경제 기타 각 부문에 있어서 민족적인 정신과 신념을 배반하고 일본 침략주의와 그 시책을 수행하는데 협력하기 위하여 악질적인 반민족적 언론, 저작과 기타 방법으로써 지도한 자
12. 개인으로서 악질적인 행위로 일제에 아부하여 민족에게 해를 가한 자
(이하 조문 생략)
[별첨 2]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약칭 친일재산귀속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 협력하고 우리 민족을 탄압한 반민족행위자가 그 당시 친일반민족행위로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고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여 거래의 안전을 도모함으로써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며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3. 1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정 2006. 9. 22., 2011. 5. 19.>
1.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대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이하 “친일반민족행위자”라 한다)”라 함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제6호ㆍ제8호ㆍ제9호의 행위를 한 자(제9호에 규정된 참의에는 찬의와 부찬의를 포함한다). 다만, 이에 해당하는 자라 하더라도 후에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자 등으로 제4조의 규정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결정한 자는 예외로 한다.
나.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3조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중 일제로부터 작위(爵位)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자. 다만, 이에 해당하는 자라 하더라도 작위를 거부ㆍ반납하거나 후에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자 등으로 제4조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결정한 자는 예외로 한다.
다.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의 규정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자 중 제4조의 규정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독립운동 또는 항일운동에 참여한 자 및 그 가족을 살상ㆍ처형ㆍ학대 또는 체포하거나 이를 지시 또는 명령한 자 등 친일의 정도가 지극히 중대하다고 인정된 자.
2.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이하 "친일재산"이라 한다)”이라 함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ㆍ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이를 상속받은 재산 또는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유증ㆍ증여를 받은 재산을 말한다. 이 경우 러ㆍ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한다.
[제3조(친일재산의 국가귀속 등)]
①친일재산(국제협약 또는 협정 등에 의하여 외국 대사관이나 군대가 사용ㆍ점유 또는 관리하고 있는 친일재산 및 친일재산 중 국가가 사용하거나 점유 또는 관리하고 있는 재산도 포함한다)은 그 취득ㆍ증여 등 원인행위시에 이를 국가의 소유로 한다. 그러나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②친일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구체적 절차와 그 밖의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4조(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의 설치)] 친일재산의 조사 및 처리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이하 조문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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