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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재개발 풀어버린 오세훈, 공공재개발 위축·집값 상승 불가피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민간 재개발에 각종 인센티브

홍민철 기자 
발행2021-05-26 18:51:55 수정2021-05-26 18:51:55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이 난개발을 막기 위해 도입한 문턱을 싹 치워버린다. 기간은 단축하고, 집주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늘린다.

오 시장의 구상 대로라면 서울 동북·남서 지역의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의 집값 급등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그나마 남아 있던 서민들의 주거지는 고가 아파트 단지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재개발 사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제공 : 뉴시스

26일 서울시가 발표한 ‘6대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에 따르면 고 박 전 시장 시기 도입된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된다.

주거정비지수제란 난개발을 막기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겨 재개발 시작 여부를 판단했던 제도다. 주민동의비율이나, 건물 노후도 비율, 신축건축물현황, 지역특성 평가 등이 이 주거정비지수 산정 항목에 들어가 있다. 주택을 모두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방식이 가진 부작용을 완화하고 도시재생에 따른 주거환경관리,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의 정책 다변화를 꿰하자는 취지였다.

오세훈 시장도 후보 시절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에 반대했으나, 시장 취임 후 말을 바꾸고 폐지를 결정했다. 오 시장은 “주거정비지수제는 재개발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상당수 노후 저층주거지가 슬럼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관련 부서와 논의 끝에 일부 수정에서 폐지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주거정비지수제는 서울시 도시계획 일환으로 실시된 제도다. 중앙정부의 재개발 관련 기준보다 엄격했다. 지수제 폐지로 재개발 구역 지정은 법적요건만 갖추면 추진이 가능해 질 전망이다.

이름만 공공이라 붙인 민간 재개발 규제 완화
사업 기간 줄여주고 층수 제한 철폐 인센티브도

서울시는 ‘공공기획’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재개발 사업을 돕는다. 서울시가 재개발 사전타당성조사나 계획 수립을 주도한다. 이를 통해 사업에 들어가는 시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재개발은 10%의 주민이 제안을 하면 해당 자치구가 사전타당성조사(주거정비지수 확인 포함)를 했다. 조사에 따라 재개발계획을 수립하면 수립된 계획을 50% 이상의 주민이 동의해야 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다.

오세훈 시장이 발표한 공공기획은 이 과정을 통합해 서울시가 주도로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사전타당성조사나 주민동의 절차를 대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서울시가 제시하고 일종의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주민동의 50% 절차는 생략한다. 대신 최초 제안 기준을 주민 10% 동의에서 30%로 상향한다. 서울시는 “재개발 사업은 통상 42개월이 걸리는데 공공기획을 통해 추진하면 14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공공기획’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과 비슷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다. 공공기획은 집주인이 기간 단축이라는 인센티브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에 따른 추가 공공기여가 없다. 정부의 공공재개발은 재개발로 늘어나는 주택의 5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보급한다. 정부는 대신 용적률을 상향해주고 분양가상한제에서 제외시켜 준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의 셈법이 복잡해 진다. 공공재개발이 유리한지, 서울시의 민간 ‘공공기획 재개발’이 유리한지 수지타산을 맞춰봐야 한다. 서울시는 자신들의 권한을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 제한을 받는 지역의 규제를 완화했다. 재개발 추진시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 제한을 받는 곳이 있다면 제한이 없는 것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재개발로 보다 높은 층수를 짓기 위해서는 주거지역을 상향해야 한다. 주거지역은 1, 2, 3종으로 나뉘는데 각 종에 따라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의 높이 등이 달라진다. 1종에선 5층이하로만 집을 지을 수 있고, 2종에선 10층 이하, 3종은 고층아파트를 짓도록 하는 식이다.

같은 2종 주거지라고 해도 7층 이하로만 지을 수 있는 2종이 있고 7층 이상 10층 이하로 지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뜻이다. 7층 규제가 있는 2종을 3종으로 상향하려면 우선 7층 규제를 철폐하고(1단계), 2종을 3종으로 상향(2단계)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개념적으로 보통의 2종보다 1단계 종상향이 더 필요한 것이다.

주거지역을 1종씩 상향하기 위해서는 상향된 곳에 더 지을 수 있는 주택의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공공에 제공하거나, 공원을 제공하거나, 주민센터 용지 등을 제공(공공기여)해야 한다. 2종 7층 규제 지역은 2번의 종상향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공기여 물량이 더 많아진다. 결국, 서울시가 7층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집주인들의 공공기여 물량은 줄어들고 수익은 높아지게 된다. 오세훈 시장은 “재개발 사업의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재개발이 서울시의 ‘민간 공공기획 재개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공공재개발은 용적률(해당 부지에 건물을 지을수 있는 비율)을 유인책으로 제시했는데, 단점도 있다. 늘어난 용적률에 비례해 50%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공에 기여해야 한다.

서울시의 민간 공공기획 재개발 층고 완화는 공공기여 의무를 낮춰주는 방식이다. 재개발 지역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가 유리한지, 층수 제한 완화가 유리한지 달라질 전망이다. 오세훈 시장은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입지 연건, 토지주 사업의지, 사업 수익성 등에 따라 주민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재개발 규제완화 내용ⓒ제공 : 서울시

어떤 경우든, 사업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투기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오 시장의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시절 해제된 재개발구역을 주기적으로 재지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제지역의 70%는 서울의 동북·서남권에 집중돼 있다. 이 지역은 얼마 남지 않은 단독·다세대 주택 지역이다. 오 시장의 예상대로 재개발 수익성이 좋아질 경우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역세권 공공 고밀재개발’ 등을 추진하면서 시작된 역세권 인근 단독·다세대 주택의 오름세가 배후 지역으로 대거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제2의 뉴타운이 온다. 빌라가 정답’이라는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투기 우려에 대해 서울시는 “투기세력 유입차단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시가 발표한 재개발 규제완화책 일부는 시의회 협조가 필요한 조례 개정 사안이다. 오 시장은 “시의회와 충분히 교감을 한 상태에서 나온 계획안이다.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개발 규제는 시의원들에게도 상당한 민원이 쌓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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