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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조국 사과’ 역사···‘검찰개혁’과 ‘마음의 빚’ 사이에 민심을 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입력 : 2021.06.02 11:20 수정 : 2021.06.02 11:47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경향신문 자료사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경향신문 자료사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조국 사태’를 두고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지위와 인맥으로 서로 인턴을 시켜주고, 품앗이 하듯 스펙 쌓기를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며 “민주당이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취임 한 달이 되는 날 나온 송 대표의 사과는 지난 2년간 여권의 사과가 ‘부족했다’는 당 안팎의 평가에서 출발한다. 사과를 하면서도 검찰수사가 과도했으며 불법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결과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면서 사과의 진정성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식지 않자 재차 사과를 한 것이다.

조국 사태에 대한 민주당 차원의 첫 사과는 2019년 10월30일 나왔다. 당시 이해찬 대표는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직에서 사퇴하고 보름여 뒤 공식석상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이란 대의에 집중하다보니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개혁에 몰두했다고 반성하면서도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번 일은 검찰의 오만한 권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검찰개혁을 향한 국민 열망도 절감했다”면서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내부 조직문화와 잘못된 관행을 철저히 개혁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로남불’과 ‘불공정’ 등 청년들의 박탈감에 공감하면서도 ‘검찰개혁 필요성’을 상기시킨 이 대표 사과는 조국 사태에 대한 민주당 공식 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검찰개혁 주장은 결국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도했다는 ‘연민 의식’을 토대로 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완전한 사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조 전 장관의 관점에서 조국 사태를 사과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불공정 논란을 불러일으킨 자녀 입시 ‘아빠 찬스’ 혜택은 도의적 문제이지 법을 어긴 건 아니지 않냐는 주장이 민주당 기류로 자리 잡아왔다. 이는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무제한으로 지겠다”며 법적 다툼을 이어온 조 전 장관 입장과 사실상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이 ‘우리 아이가 국민들이 누리지 못한 혜택을 누려 죄송하다’면서 합법적이라는 얘기를 했다”며 “이는 국민들에게 ‘계속 자기를 정당화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예전에 조국 사태가 문제가 됐을 때 지역에 가서 ‘이게 불법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며 “조 전 장관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청년들의 좌절감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도 수 차례 사과했으나 결과적으로 취지가 무색해졌다. 조 전 장관을 연민하는 발언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직후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2019년 10월14일 수석·보좌관회의), “많은 국민들에게 많은 갈등을 주고 국민들을 분열시키게 만든 것에 대해 정말 송구스럽다”(2019년 11월19일 국민과의 대화)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이듬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께 좀 호소하고 싶다. 이제는 조국 장관은 좀 놓아주고 유무죄는 재판 결과에 맡기는,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끝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국민께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보수 야당에서는 “대통령이 조국 옹호에 열을 올린다”(김성원 당시 자유한국당 대변인)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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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6021120001&code=910100#csidx1a8aabfd0e9806d909f51be059a6c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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