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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구급대원 절반 자가격리 경험 “병실 대기 중 접촉도”

등록 :2021-08-17 04:59수정 :2021-08-17 07:13

 
위기의 소방구급대원 상: 코로나19 감염 공포
구급대원 97%, 코로나 출동 경험
“확진자 하루 10여명 만나기도”

‘두 번 이상 자가격리’ 21% 달하고
선별검사만 다섯 번 넘게 받기도

행여 가족·동료에 피해 줄까 걱정
4명 중 1명 “집에 안 들어간적 있어”
 
구급대원들이 보호복을 착용하고 들것을 소독하고 있다. 중랑소방서 제공
구급대원들이 보호복을 착용하고 들것을 소독하고 있다. 중랑소방서 제공
정아무개(40) 소방교는 지난 4월 열이 나는 환자를 이송하다가 이후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선별검사를 받았다. 정 소방교는 5종 보호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환자를 이송해 원칙적으로는 검사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환자와 접촉이 많았던 터라 지역소방본부로부터 선별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들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라 음압격리병실에 가야 하는데, 자리가 없어서 구급차에서 1시간가량 환자와 같이 대기했어요.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마스크 치료를 하느라 환자가 잠시 기존에 착용하던 마스크를 벗었고, 저혈당 때문에 수액 주사도 놨어요. 좁은 구급차 안에서 상태가 안 좋은 환자와 접촉이 많았으니 검사를 안 하기엔 불안했죠.”


소방구급대원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거의 매일 확진 환자나 의심 환자 이송 업무를 위해 출동한다. 이들은 2년째 감염 공포에 시달리며 오늘도 구급차에 탑승한다. 실제로 서울시 소방구급대원 10명 중 6명이 근무환경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서울시 구급대원 절반은 자가격리를 경험하고, 4명 중 1명은 가족에게 코로나19를 전염시킬까 봐 퇴근 후 집에 들어가지 않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고려대 보건과학과 김승섭 교수 연구팀과 서울특별시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센터가 6월9~27일 사이 서울시 소방공무원 3381명(구급대원 719명, 기타 소방공무원 266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서울시 소방관 COVID-19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근무환경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한 구급대원은 719명 중 63.4%(456명)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26%(880명)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 등의 이유로 자가격리를 한 적이 있었다. 구급대원 719명 가운데는 절반에 가까운 49.2%(354명)가 자가격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자가격리를 2번 한 구급대원은 108명(15%)이었고, 3번 한 구급대원은 34명(4.7%), 4번 이상 한 구급대원은 9명(1.3%)이었다.

 

구급대원 절반이 자가격리를 경험하는 것은 코로나19 환자 이송 업무를 이들이 일상적으로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구급대원의 96.7%(695명)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코로나19 확진 환자나 의심 환자 관련 출동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는 50%(1689명)가 코로나19 관련 출동 경험이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 중랑소방서에서 코로나19 전담 구급대로 근무한 신준범(30) 소방교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는 하루에도 확진자를 10명 이상 만날 정도로 출동이 잦았다”고 말했다. 신 소방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 2월 자가격리를 했다.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없다는 환자 신고를 받고 마스크와 보안경, 장갑만 착용한 상태로 출동했는데 환자의 체온을 측정하니 고열이 있어 코로나19 의심 환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 코로나19 의심 환자와 접촉한 그는 환자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10시간가량 소방서 내 감염관찰실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다행히 환자의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신 소방교는 “업무 중 갑자기 생긴 일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출동 시 보호복 관련 지침이 미비했던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환자나 보호자 말만 듣고 코로나19 관련 증상이나 특이사항이 없다고 확신할 수 없잖아요. 환자가 최근에 해외에서 입국했다는 사실을 숨기는 사례도 있었어요.”

 

당연히 이들은 코로나19 선별검사를 자주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업무와 관련된 이유로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선별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9.4%(995명)로 조사됐다. 구급대원 가운데는 44.4%인 319명이 업무와 관련된 이유로 선별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선별검사를 4차례 한 구급대원은 23명(3.2%)이었고, 5차례 이상 한 구급대원도 21명(2.9%)이나 됐다.

 

만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무엇이 걱정되냐는 질문(중복응답)에 전체 응답자의 73.4%(2482명)는 ‘가족에게 감염 전파’를 꼽았다. 동료에게 감염 전파(71.5%), 조직 내 문책(48.1%), 인력 공백(45.3%), 동료들의 시선(38.5%), 소방활동서비스 제공 지연(19.3%) 등의 답이 뒤를 이었다. 정 소방교도 선별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며 이런 걱정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딸이 9살인데, 제가 확진되면 가족에게도 옮길까 봐 제일 걱정됐어요. 직장에도 코로나19가 퍼져서 센터가 폐쇄되면 관내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해야 하는 출동에 다른 지역 센터 구급대가 출동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고요. 복잡한 생각이 많이 들어서 잠을 거의 못 잤어요.”

 

가족에게 코로나19를 전염시킬까 봐 퇴근 후에 집에 들어가지 않은 날이 있다는 구급대원도 25.9%(186명)나 됐다. 한 소방서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는 오아무개(42) 소방위는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와 함께 살고 있어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퇴근하기 전 소방서에서 샤워하고 집에 가자마자 한 번 더 씻는다. 옷도 소방서에서 입던 옷은 집에 가져가지 않고 소방서에서 빨래한 뒤 말려둔다”고 말했다.

 

구급대원들이 보호복을 착용하고 구급차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중랑소방서 제공
구급대원들이 보호복을 착용하고 구급차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중랑소방서 제공
 

조사에 참여한 소방관 3381명 가운데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업무와 관련된 이유로 코로나19 확진 경험이 있다고 답한 소방관은 30명(0.9%)이었다. 구급대원은 719명 가운데 8명(1.1%)이 확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겨레>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소방공무원 총 6만994명(6월 말 기준) 가운데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 5일 0시까지 코로나19 확진 경험이 있는 소방공무원은 125명(0.2%)이었다. 이 가운데 구급대원은 40명이었다. 같은 기간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 경험이 있는 소방공무원은 1578명이었다.

김윤주 이우연 채윤태 기자 kyj@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07921.html?_fr=mt1#csidxeeaee89251d8695bbe77acab7cf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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