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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디지털 소통시대… ‘메타문자’역할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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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1-08-17 07:44:09  폰트크기 변경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세계문자심포지아’서 강조
세계문자심포지아에서 영상으로 축사를 하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     세계문자연구소 제공 

 

“현대사회는 이모티콘 같은
복합ㆍ다성적 형태로 소통
문자가 모든 장벽을 허무는
하나가 되는 세상 만드는데
긍정적 역할 할수 있게 해야”
‘문자 너머 문자’로 비전 제시


“문자를 얘기할 때 중요한 것은 문자 자체가 아니라 (문자 위의 또하나의 문자인) ‘메타문자’입니다.” 지난 12일 막을 올려 15일까지 진행된 ‘제6회 세계문자심포지아’ 기간에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영상 메시지’ 형태로 보낸 축하메시지가 행사 참가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메타문자’를 주제로 한 이 전 장관의 메시지는 특히 ‘비대면, 디지털 소통시대’에 문자의 역할과 외연을 넓히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메시지의 서두에 이 전 장관은 먼저 한자를 창제했다고 전해지는 창힐(蒼頡)의 고사를 예로 들었다.

“창힐의 문자 발명 소식에 귀신들이 자신들의 거주지인 어둠을 (문자의 ) 빛으로 밝혔다고 ‘곡’을 하며 슬퍼했지만,  …(중략) …한편에서는 농사는 짓지 않고 문자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인간들의 의지로 인해 기근이 들 것을 우려해 하늘에서 곡식을 내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이처럼 문자의 긍정적, 부정적 역할을 고사로 전한 후 (문자의 긍정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요즘 젊은이들이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모지’나 ‘이모티콘’ 등  ‘메타문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통용되는 이모지나 이모티콘 등 ‘회화문자’ 역시 메타문자입니다. ‘너 미워’라고 쓰면서도 ‘웃는 얼굴’의 이모지나, ‘사랑의 이모티콘’을 추가하면 ‘미워해’가 오히려 ‘사랑해’를 강조하는 반어법적 표현이 됩니다. …(중략)…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스크는 ‘타인으로부터 내 건강을 지키겠다’는 이기적 표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병을 남에게 옮기지 않겠다’는 이타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 전 장관은 축사의 말미에 “현대 사회는 회화언어의 등장에서 알 수 있듯 선형적 문자뿐 아니라 복합적이며 다성적(多聲的, polyphonic) 형태로 소통이 이뤄진다”며 “(문자는 ‘어둠을 쫓아내는 빛’이라는 창힐의 고사처럼)  너와 나의 벽, 신분과 빈부, 인종의 차이, 남녀 간 벽을 뛰어넘어 ‘하나가 되는 세상’을 만드는데 문자가 긍정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번 행사가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축사를 마무리했다.

세계문자심포지아를 주관한 세계문자연구소의 임옥상 대표는 “행사 프로그램이 모두  ‘비대면 SNS와 가상현실 공간’에서만 열린 만큼 큰 도전이었지만, 디지털 세대의 등장과 함께 소통방식이 다양해지는 시점에  ‘문자 너머 문자’의 세계를 언급하신 이 전 장관님의 축사가 또 하나의 큰 비전을 제시해 주셨다”고 말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공동 건립위원장인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은 “디지털 비대면시대에 ‘문자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주제 아래 의미있는 행사가 열려  ‘문자’연구 학자들에게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며 “문자박물관이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내에) 개관하면 함께 연계 학술행사나 전시 등을 개최, 보다 풍성하면서도 깊이있는 행사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경택 기자 ktlee@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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