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는 기사가 났다.

‘언어의 품격, 선을 넘었다–욕설 파는 사회.’ 사회생활 시작하는 이들 쓰라는 뜻으로 신용카드 회사가 ‘시발(始發) 카드’를 내놨는데, 욕설에 바탕 둔 상술이 거북하다는 것이다. 더 있다. 유명 선수가 경기 중 내뱉은 상스러운 말을 변형한 ‘식빵’에 ‘언니’가 붙어 애칭이 됐고, 그걸 진짜 상품 이름으로 써먹는다나. 始發과 발음이 비슷한 그 말은 가장 몹쓸 비속어다. 뜻을 지면에 차마 옮길 수 없는.

이런 지경이니, 좀 정색하고 얘기한들 용기랄 것도 없잖은가. “여윳돈을 우량주에 투자해서 ‘존버(오를 때까지 버티기)’ 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기성세대한테는 익숙지 않을 ‘존버’가 왜 그런 뜻일까. 다른 기사에 실마리가 있다. “’존버’는 비속어인 ‘존*’와 ‘버티다’의 합성어를 줄인 말로 ‘끈질기게 버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존*’는 뭔가. 남자 생식기를 가리키는 말에 ‘나오게’를 잇댄 말이 어원(語源)이라면 어원이다. 입에 오르내리며 음절이 줄어 ‘*나게’가 됐다. 다시 음절을 줄이고, 자음접변(동화) 일어난 발음 그대로 ‘존나’라 쓰는 것이다. ‘몹시, 굉장히, 끈질기게’ 따위의 뜻으로. 항간(巷間)에서 더러 쓰는 ‘졸라’는 민망한 느낌을 슬쩍 덜어냈을 뿐.

젊은 세대야 유래 모를지언정 신문에서 비속어를 버젓이 쓰다니. 책 내용 옮기느라 어쩔 수 없었다손 치더라도, 고민한 티도 안 나는 기사가 온갖 매체에 널렸다. 이리 줄이고 저리 뒤튼 상소리나 적으라고 훈민정음 만드시진 않았을 텐데. 내일이 한글날이다. /글지기 대표

 

양해원 글지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