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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부동산 우클릭, 후퇴인가 선거용 고육책인가

공시가격 제도 전면 재검토…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의미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득보다 실 많은 선거용 정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인터넷기자단과의 공동인터뷰 자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1.12.16ⓒ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개혁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공시가격 관련 제도’와 관련 재산세 부담 경감 대책을 요구했다. 폭등한 집값이 재산세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지하자는 것이다.

재산세 계산법을 알아야 이 후보 제안을 이해할 수 있다. 재산세는 시세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정부가 정하는 공시가격이 재산세 산정의 기준이 된다. A아파트 B동 C호의 시세는 7억원이지만, 공시가격은 시세의 80% 수준인 5억6천만원이 되는 식이다. 정부는 A아파트의 입지, B동의 최근 거래 내역, C호의 층수 등 자체 기준을 정해 공시가격을 결정한다.

재산세는 이렇게 결정된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다. 단어가 낯설지만 뜻은 간단하다다. 공평하고(공_公) 정당한(정_正) 주택 시장(市場)에서 받는 가격의 비율이란 뜻이다. 얼핏 생각하면 시세를 반영한다는 뜻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정반대다. 올해 재산세 산정에서 곱하는 비율은 120%가 아니라 60%다. 7억원짜리 C호의 공시가격 5억6천만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곱하면 3억3천만원이 된다. 이렇게 계산된 3억3천만원을 과세표준이라고 부른다.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면 최종 재산세가 산출된다.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재산세 인상 방지’ 방법은 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현행 60%를 더 낮추자는 뜻이다. 정부는 이 비율을 40~80%까지 조율할 수 있다.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 높게는 80%까지 올리고 낮게는 40%까지 내릴 수 있다. 이재명 후보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60%의 비율을 40%까지 낮춰 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연하게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면 집주인 세금은 낮아진다. 앞서 예로 든 7억원짜리 아파트 C호 재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 60%일 경우 71만원쯤 나온다. 40%를 적용하면 24만원 수준으로 47만원 이상 낮아진다.

계산 과정에서 확인했듯, 세금체계는 집주인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시세보다 20% 싼 공시가격에 전혀 공정하지 않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세금을 또 낮춰준다. 요상한 셈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왔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 진보진영의 인식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 비율을 낮춰주자고 주장한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집부자 민주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혹평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선거를 앞두고 나온 고육책 성격이 아닌가 싶다. 현실 정치, 그리고 선거는 비루한 것”이라고 촌평했다. 이 후보는 “정치인은 자신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을 수행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우선하는 것이 국민의 삶”이라고 적었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공시가격 인상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제목은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공시가격 정책 핵심인 인상에 계획에 대해서는 조정을 요구하지 않음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인상 계획에 동의한다는 것을 애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득보다 실

“선거를 앞둔 고육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후퇴한 것 아니냐”고 보이는 대목도 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여러 자리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시점을 1년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하고, 종부세를 부과하는 바람에 유예기간이 올 6월로 지나버렸다”며 “유예기간이 지난 상태에서 종부세는 과도하게 부과되고 팔고 싶은데 양도세 중과제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입장이 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용 고육책’은 효과가 있어야 한다. 비판적인 지지층에게 어필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양도세 추가 유예 발언은 부작용이 더 커보인다.

당장 청와대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주택시장 상황이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전환점이라 다주택자 양도세 같은, 근간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시장 안정에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역시 민주당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는데 양도세 유예 방안이 언급되면 다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당내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이미 정해진 정책의 기조, 매우 예민하고 중요한 정책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하는 건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병원·진성준 의원 역시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진 의원은 “양도세 유예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다. 저는 반대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은 “이미 1년 유예를 했는데 추가로 해준다고 해서 매물이 확 쏟아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도대체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 후보가 현 정부 정책을 부정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선심을 얻기 위해 공시가를 동결하고 재산세 자체를 동결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른 한편에선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투기 이윤을 모두 흡수한다고 한다”며 “과연 이 후보의 재산세에 대한 기본입장이 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당·정은 오는 21일 협의를 갖고 양도세 중과 유예 등의 부동산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22일에는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을 결정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면 이재명 후보의 부동산 정책 우클릭이 후퇴인지, 선거용 대책인지 보다 분명해 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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