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1면 쇼트트랙 금메달, 그러나
한겨레 대선 관련 광고에 배우 정우성 이름 올려
조선·중앙·경향·서울·한국 등에 허경영 후보 광고도

제20대 대통령 공식 선거 운동을 시작한 지난 15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세 차량에서 운전기사와 지역 선대위원장 등 2명이 사망했다. 강원 지역 안 후보 유세 차량에서도 운전기사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치료 중이다. 불의의 사고에도 언론의 관심은 단일화였다.

국민의당은 선거운동을 중단했고 타 후보 측은 지난 16일 율동·로고송 등을 자제했다. 한편 국민의힘 선대본 소속 인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 유세차 전복 사고를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지우기도 했다. 

16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최민정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서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같은날 쇼트트랙 5000m 남자 계주에서 한국 대표팀은 은메달을 땄다.

17일 주요 일간지 1면에는 이 선수들 사진이 장식했다. 일부 언론에선 ‘얼음공주’, ‘여왕’ 등 성차별·시대착오적 표현이 등장했다.

한겨레 2면에는 대선을 앞두고 농업과 기후위기, 지역 관련 공약을 요구하는 광고가 실린 가운데 여러 재야 인사와 함께 배우 정우성씨가 이름을 올렸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에는 2면 하단에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 한국일보와 서울신문 등 1면 하단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광고가 실렸다.

▲ 17일자 종합일간지 1면 모음
▲ 17일자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향 “단일화 논의 일시 정지”
조선 “손 맞잡는 윤석열·안철수”

안 후보 측은 사고 다음날인 16일 일정을 전면 중단했고,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언론의 관심사는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였다.

17일 경향신문은 “일정 멈추고 빈소 지키는 안철수…단일화 논의 ‘일시 정지’”에서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제안했던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에 미칠 영향도 주목받고 있다”며 “윤 후보는 조문 후 기자들에게 단일화 논의 여부를 두고 ‘혹시 여러분께서 추측하는 그런 얘기는 오늘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나누질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 표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물밑 접촉은 계속되고 있고 공개 접촉까지 임박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며 “국민의힘 내부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안 후보의 ‘양보’를 위한 조건을 확인하고 있고, 윤 후보에게도 관련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도 “겹악재 안철수, 일정 전면 취소…단일화도 완주도 고빗길”이란 기사에서 “‘여론조사 단일화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거듭 안 후보의 ‘항복’을 압박했다”며 “권력을 나누는 ‘통 큰 제안’을 통해 여론조사가 아닌 담판 형식으로 안 후보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안 후보 일정이 중단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단일화 논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에선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장례식장에서 손을 잡은 사진을 강조했다. 두 후보 간 연대 모습을 보도하며 단일화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 17일 조선일보 정치면 사진기사
▲ 17일 조선일보 정치면 사진기사

조선일보는 정치면 “손 맞잡는 윤석열·안철수”라는 사진기사에서 “윤 후보가 16일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안 후보와 손을 맞잡고 있다”며 “이날 두 사람 만남은 전날 선거 유세 버스에서 숨진 국민의당 당원 빈소를 윤 후보가 조문하면서 성사됐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유세버스 사망 빈소서 尹, 安과 25분간 독대”란 기사에서도 윤 후보를 주어로 “양측 사이에선 물밑 접촉이 계속되고 있어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초 국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역시 선거면에서 “빈소에서 만난 尹-安”이란 사진기사에서 두 후보가 손을 잡는 모습을 보도했다.

연일 두 후보 단일화를 주문하던 조선일보는 17일 노골적으로 안 후보 양보를 압박했다. “지금 野 후보의 국민에 대한 예의”란 칼럼에서 “지금 안 후보가 여론조사 경선으로 단일화하자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한다”며 “지지율이 4배 이상 차이 나는데 여론조사 경선을 한 경우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 측 입장처럼 안 후보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비판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윤 후보가 안 후보와 단일화하는 데 진정성 있게 성의를 다해야 하는 것은 표가 몇 % 더 오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주장했다.

▲ 17일 조선일보 오피니언면
▲ 17일 조선일보 오피니언면

한편 국민의힘 선대본부 소속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 유세 트럭 사진을 올리며 조롱한 사실이 알려졌다. 선대본 정책본부 소속 이 교수는 16일 자신의 SNS에 유세 트럭 사진을 올린 뒤 “탑승자 두분이 경미한 타박상만 입어서 천만다행”이라면서도 “뭘 해도 안 된다는 게 이런 것”이라고 썼다. 이 교수는 “저짝은 서서히 침몰하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일만 남았다”고 썼다. 

민주당 유세 트럭은 부산의 한 지하 차도에 진입하려다 천장에 부딪히며 전복됐다. 운전자와 동승자 등 2명이 부상당했다.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자 이 교수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고용진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도 넘은 비아냥이 폭주하고 있다”며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었던 사고 현장을 목전에 두고 경쟁 당을 조롱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리 선거가 전쟁에 비유되지만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는 갖추기 바란다”고 했다. 

‘얼음공주’, ‘여왕’ 시대착오적 올림픽 보도

“활짝 웃은 ‘얼음공주’…최민정, 금빛 질주로 ‘유종의 미’”(경향신문 2면), “양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하게 웃음 짓는 그에게서 이 순간만큼은 ‘얼음 공주’라는 별명을 떠올리기 어려웠다”(국민일보 1면 기사 중), “마지막에 웃은 쇼트트랙 여왕”(조선일보 1면 기사제목), “‘평창 악몽’ 충격 딛고 활짝 웃은 ‘얼음공주’”(한국일보 2면 기사제목)

▲ 17일 조선일보 1면
▲ 17일 조선일보 1면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도 지상파 중계진들이 ‘얼음공주’, ‘낭자’, ‘여제’ 등 표현을 써서 비판을 받았다. 운동선수들이 개인 기량을 펼치는 자리에서 굳이 여성임을 강조하는 표현을 사용하느냐는 지적이었다. ‘공주’, ‘여왕’, ‘전사’ 등 시대착오적인 비유도 자제해달라는 요구도 나왔었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지상파 중계 캐스터 중 여성 비율이 한 자리 수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오며 성차별적 보도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최민정 선수 보도를 보면 개선되지 않는 분위기다.

중앙일보는 1면에서 “최민정 급발진, 올림픽 2연패”라는 사진기사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급발진은 자동차 등이 정지된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출발해 나아간다는 뜻으로 대체로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데 최민정 선수의 빠른 속도를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농업 공약 광고에 이름 올린 정우성

한겨레 2면 하단 광고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전국추진위원회’란 곳에서 의뢰했다. 농정예산·식량주권 등 관련 10대 분야 공통 공약과 기후대응·지역회생 등 7대 정책 실천 요구를 언급하며 “농어민에게 희망을 국민에게 행복을 책임질 대통령을 찾는다”는 내용의 광고였다. 여기에는 3000여명의 사회 혁신가들이 이름을 올렸는데 철학자 김용옥, 영문학자 백낙청, 명진 스님 등 재야 인사와 함께 배우 정우성씨가 함께했다.

▲ 17일 한겨레 2면 광고
▲ 17일 한겨레 2면 광고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 15일 조중동 1면 하단에 윤석열 후보 광고가 실린 가운데 17일에는 한국일보와 서울신문 1면 하단에 해당 광고가 실렸다. 또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에는 2면 하단에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 광고가 실렸다.

▲ 17일 경향신문 2면 하단 광고
▲ 17일 경향신문 2면 하단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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