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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 선생이 '노키즈존'을 본다면 뭐라고 하실까"

[현장] 어린이날 100주년 기자회견 "노키즈존을 없애고 싶어요"

 

"저는 단천초등학교 1학년 김한나입니다. 저는 노키즈존을 없애고 싶어요. 왜냐면 우리, 아이들이 불편해요. 내가 어른이 아니라고, 내가 그냥 어린이라고 음식점 아니면 카페에 못 들어가게 하면 나 울고 싶어요." -김한나 어린이

시민사회단체들과 어린이·청소년 당사자들이 모여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로 선포했다.

정치하는엄마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등은 4일 오전 서울 국회 2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키즈존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한 "어린이·청소년 차별 철폐"를 주장했다.

이들은 "방정환 선생은 100년 전 어린이를 시혜적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완전한 인격을 가진 존재로 예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방정환 선생이 노키즈존을 본다면 뭐라고 할지 의문이다"라며 "허울 좋은 어린이날 100주년에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을 선포하고 노키즈존, 급식(충) 등 혐오와 차별에 맞서나가겠다"고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엔 특히 만 6세 김한나 어린이, 만 8세 이지예 어린이, 만 9세 김나단 어린이 등 어린이 당사자들이 참여해 "노키즈존에 반대해요", "차별 대신 함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어린이를 조금만 더 생각해주세요" 등의 이야기를 전했다. 

"조용히 해야 하면 조용히 해달라는 규칙을 써주세요. 안전해야 하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어린이들도 규칙을 배우고 지킬 수 있어요." -김나단 어린이 

"어린이들이 노키즈존을 배워서 나중에 어른들이 못 들어오게 할지도 몰라요. 우리에게 나쁜 걸 가르쳐주지 마세요." -김한나 어린이 

"어린이도 예쁜 식당에서 밥 먹고 싶어요. 어린이도 예쁜 카페에서 음료수도 먹고 싶어요. 노키즈존을 없애주세요." -이지예 어린이 

▲4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피켓을 들고 있는 김한나 어린이 ⓒ프레시안(한예섭)
▲4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는 김나단 어린이 ⓒ프레시안(한예섭)

영업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어린이 및 어린이 동반 육아인들을 점포에 들이지 않는 노키즈존은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는 차별행위"라는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인권위 권고사항은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하고, 민간 영역에서 노키즈존은 여전히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엔 '뜨거운 음식이 어린이에게 위험하다'는 등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점포를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이에 오은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이미 어린이·청소년에게 유해한 시설은 별도로 관리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명확한 이유 없이 운영의 편의만을 위해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뜨거운 음식을 나를 때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라면, 따뜻한 음료를 판매하는 모든 카페나 찌개를 파는 모든 음식점이 노키즈존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소위 "개념 없는 양육자를 배제하기 위해 노키즈존을 만든다는 발상"에 대해서도 "양육자라는 존재를 '언제든지 몰상식한 행동을 하고 불편한 상황을 유발하는 존재'로 여겨 억압하며, 상황적인 처벌을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적 처벌'이란 실제 집행되는 법적 처벌의 개념이 아닌, '개념 없는 양육자' 프레임과 같이 특정 정체성에 가해지는 사회적 낙인·응징 등에 가까운 개념이다. 오 활동가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가령 지하철에서 아이가 갑자기 울 때, 양육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저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감시하고 시험하는 듯한 시선을 받게 되고 이러한 시선은 그에게 일종의 처벌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양육자를 '불편을 유발하는 존재'로 상정하는 노키즈존이 "그러한 사회적 처벌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현수막을 색칠하고 있는 김한나 어린이 ⓒ프레시안(한예섭)
▲4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현수막을 들고 있는 어린이 및 어른 참여자들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노키즈존 등 어린이 차별을 실질적으로 철폐하기 위해선 결국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나 유엔아동권리위원회 등 국내외 인권 기관들이 한국사회의 아동차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차별행위를 규정하고 시정하기 위한 법적인 창구가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4일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24일째를 맞은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은 한 사회가 시민들에게 거절당하는 경험을 만들어줄 것이냐, 환대 받는 경험을 만들어줄 것이냐를 가르는 법"이라며 “(노키즈존, 채용성차별 등) '난 누구라서 안 되나봐' 하는 거절의 경험들을 서로 환대하고 환대받는 경험으로 바꾸기 위해선, 무엇이 차별인지 알고 그것을 바꿀 방법을 사회가 함께 찾기 시작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이날을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로 선포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했다"며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12월 1일 에이즈의 날을 '에이즈 감염인 인권의 날'로 선포했던 지난 투쟁들이 있다. 그 투쟁을 이어받아 내년에는 차별금지법 있는 봄에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 기념 어린이 집회를 함께 열면 좋겠다"고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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