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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을 이유로 '평등법' 농성장에 철거 통보가 날아왔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5/04 08:30
  • 수정일
    2022/05/04 08: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우리는 치운다고 치워지는 존재가 아니다"

 

국회가 오는 10일 예정된 대통령 취임식을 이유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의 국회 앞 농성장을 철거하겠다고 통보했다.

차제연은 3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등을 외치는 시민들에게 전해진 소식은 평등의 약속이 아니라 농성장 철거 통보였다"라며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발언에 나선 이진영 사단법인 양천마을 이사는 "30년도 더 지난 88올림픽 때 (거리정화 사업) 같은 소리"라며 철거 통보에 반발하기도 했다.

차제연의 국회 앞 농성장은 3일로 단식 23일째를 맞은 두 활동가(이종걸 공동대표, 미류 책임집행위원)의 단식농성장과 연대 활동가들이 머무르는 평등텐트촌으로 구성돼 있다.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 농성장은 각각 국회 방호과와 영등포구청의 관리를 받는다. 차제연은 2일 국회와 구청 양측에서 모두 농성장 철거 통보를 받은 상태다. "대통령 취임식이 진행되는 공간은 특별경호구역을 지정되어 집회, 시위가 금지된다는 것"이 철거 통보 이유다.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기자회견엔 이종걸 대표, 미류 위원 등 차제연 측 활동가들과 더불어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등이 참여해 농성장 철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차별금지법 즉시 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소성욱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왜 평등을 쫓아내고 짓밟고 버리면서 대통령 취임식을 하려는 건가"라고 물으며 "(시민을) 쫓아내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존엄을 지키는 일, 인권을 보장하는 일, 평등을 일구는 일 등 대통령으로서의 책무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 위원은 " 평등을 실천하고 요구하는 우리는 치운다고 치워지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우리를 치운다면 그것은 곧 평등을 치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소 위원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실질적인 행동은 하지 않고 기다려 달라고, 말로만 믿어달라고 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실질적인 입법계획을 세워서 사과하는 마음으로 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비대위는 지난달 25일 '검수완박' 이후의 입법과제로 차별금지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졸속' 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차제연은 측은 "(차별금지법 관련) 공청회 안건이 채택됐지만, 정확한 날짜도 진술인도 들어가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선 이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계속 요구해 왔지만, (민주당 내에서) 해당 논의는 진전 없는 상태로 방치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에 참가한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은 "(시민사회에서) 평등법 제정 논의를 15년 전부터 해줘왔음에도 민주당이 많이 늦었다, 송구하다"며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권 위원은 대통령 취임식으로 인한 농성장 철거에 대해서는 "국회는 그냥 공터가 아니라 시민의 요구가 쌓여 있는 공간이다. 이 곳에서 취임식을 한다는 건 시민들의 갈등과 요구들을 마주한다는 것이다"라며 "(취임식을 위해) 이 분들을 치울 게 아니라, 이 분들을 만나러 오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은 현재 '평등법 제정을 지지하는 민주당원 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내 차별금지법 논의 사항을 묻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그는 "당 일각에선 지방선거 전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공식적인 논의 자리를 마련해나가고, 의총에서도 평등법 제정을 어필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발언하고 있는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 ⓒ프레시안(한예섭)

한편 차제연은 국회의 철거 통보에 응하지 않고 농성장을 지켜나갈 예정이다. 장예정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연대 활동가들이 머무르는 평등텐트촌의 경우 3일 농성을 마지막으로 자진 철거할 예정"이라면서도 "단식자들이 머무르는 농성장은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실질적으로 움직일 때까지 철거할 수 없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차제연 측 두 활동가 이종걸 공동대표와 미류 집행위원은 지난달 11일부터 해당 농성장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관련 기사 : 평등하자고 밥을 굶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2일부터는 매일 오후 1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각계 인사들이 이곳에 모여 2시간 동안 동조 단식 시위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날도 70인 정도의 종교계 인사들이 농성장을 찾았다. 

국회 방호과가 차제연에 통보한 농성장 철거 기한은 오는 9일이다. 이종걸 대표는 국회의 철거 통보에 대해 "차별의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은 더 이상 차별받지 않고자, 사람답게 살고자 싸우고 있다. 정당한 자기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 (싸우는 것은) 시민의 자유이자 권리"라며 "대통령 취임식이란 이유로 우리의 이 자리를 지워야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차별 당하는 사람들이 말할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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