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방송비정규직 실태조사 ①
지상파3사 인력 실태…MBC 프리랜서 비율 55% 가장 높아

지상파3사가 시사교양프로그램과 보도프로그램에서 채용한 ‘프리랜서’가 정규직 직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가 프리랜서를 광범위하게 사용해온 실태가 공식 조사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노동부가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2021’ 용역연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 기준 KBS, MBC, SBS에서 시사교양국과 보도국 내 정규직 인원이 비정규직·프리랜서를 비롯한 전체 고용 형태의 절반에 못 미쳤다. 각사 내 프리랜서 숫자는 정규직과 비등하거나 더 많았으며, 특히 MBC의 경우 프리랜서가 정규직의 1.8배에 달했다.

3사 인원을 합산해 보면, 시사교양‧보도 분야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것으로 집계된 총 2711명 중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가 1125명(41.5%)으로 가장 많았다. 정규직은 1078명(39.8%)으로 프리랜서보다 적은 숫자였다. 이어 파견직 300명(11.1%), 계약직 197명(7.3%), 외주업체 11곳(0.4%·업체 숫자) 순이었다.

KBS도 비정규·프리랜서가 56.3%…SBS 정규직 비율은 37.6%


KBS의 경우 총 1726명 가운데 최소 972명(56.3%)이 프리랜서이거나 비정규직이었다. 정규직은 754명으로 43.7%였다. 프리랜서는 615명으로 35.6%였고, 파견 비정규직도 206명(11.9%)에 달했다. 계약직 비정규직은 140명(8.1%)이었다. 외주 비정규직은 업체 수 기준 11곳으로, KBS 측 입력 오류로 외주 인원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 KBS(서울)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KBS(서울)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MBC 서울본사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MBC 서울본사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SBS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SBS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MBC는 시사교양국과 보도국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된 642명 가운데 55%에 달하는 인원(354명)을 프리랜서로 두고 있었다. 같은 부문에서 일하는 정규직 직원 195명(30.4%)의 2배에 가까운 숫자다. 계약직 비정규직이 49명(7.6%), 파견직은 44명(6.9%)이었다.

SBS에서도 총 343명 가운데 프리랜서가 156명(45.5%)으로 가장 많았다. 정규직은 129명으로 37.6%에 그쳤고, 파견 비정규직이 50명(14.6%), 계약직 비정규직이 8명(2.3%)였다.

용역연구를 수행한 사단법인 유니온센터는 해당 통계가 보수적으로 잡힌 최소 수치라고 강조했다. 3사 모두 4~35개에 이르는 외주업체 소속 인원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고, 작가‧아나운서‧FD 등 직군 ‘미표기’도 회사마다 14~159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유니온센터는 지난해 3월 지상파 3사 서울본사 보도국과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인력 현황을 파악했으며, 노동부 협조로 각사 경영·인사 담당자가 센터가 제공한 서식에 직접 입력하도록 했다.

프리랜서 절반 넘는데 지금껏 공식통계에선 배제


프리랜서는 고용형태 공시제 등 노동부의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고용형태다. 이 탓에 방송사가 프리랜서를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해왔음에도 지금껏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례로 KBS는 고용형태 공시정보에 전체 직원 5566명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를 5%로, 외주업체 간접고용 등 ‘소속 외 근로자’ 수는 9.3%로만 보고하고 있다.

직군별 비정규직·프리랜서 비율을 보면, 지상파 3사는 음향·조명과 방송작가, 번역·영문지원, 영상미술에 프리랜서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음향·조명의 경우 100% 프리랜서였고, 작가는 99.3%였다. 번역·영문이 93.3%, 영상미술은 90.1%였다.

아나운서 직군도 총 56명 중 60%에 가까운 33명이 프리랜서였고 정규직은 23명에 그쳤다. 뉴미디어 관련 직무의 경우 75명 가운데 38명(50.7%)이 프리랜서로 일했으며, 14명(18.7%)이 파견 비정규직, 13명(17.3%)이 계약직 비정규직이었다. 정규직은 6명(8%)에 불과했다.

▲지상파3사 사옥과 로고
▲지상파3사 사옥과 로고

AD와 FD 등 연출 지원직은 244명 중 133명(54.5%)이 파견으로 일했다. 62명(25.4%)이 계약직, 45명(18.4%)이 프리랜서였다. 촬영은 127명의 54.3%에 해당하는 69명이 파견직, 나머지는 모두 프리랜서였다. 경영지원직의 경우 총 47명 중 계약직이 69.1%(32명)로 가장 많았고, 정규직은 32%(15명)이었다.

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직군은 기획(경영 직군) 100%, 기자 98.5%, PD 89.7%, 편집 69.6% 순이었다.

김유경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사 파견전문업체가 세워지는 등 파견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추세였으나, 프리랜서 고용형태가 예상보다도 많이 늘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전통적으로 방송작가가 방송사 프리랜서의 절대적 다수를 차지했는데, 프리랜서 규모가 정규직을 넘어서는 이번 수치는 방송사가 전 직종에 걸쳐 프리랜서 고용형태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용역연구를 수행한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방송미디어 산업은 여타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이 프리랜서 고용형태를 특히 많이 활용하는 산업이다. 최근에 올수록 그 경향이 심화하고 있음에도 규모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방송계 전반에 근로자성이 높은데도 확산하는 ‘프리랜서’ 고용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방송통신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정부부처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