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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폭탄 발언 "권영세와 NLL 대화록 상의했다"

"김용판 의문의 점심 식사 뒤 사건 축소가 시작됐다"

서어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8-17 오전 12:20:09

 

 

국가정보원, 경찰, 새누리당이 지난해 대선 승리를 위해 사전 공모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16일 속속 드러났다.

자정 가까이 진행된 이날 국회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삼각 연결고리를 부인하면서도 관계를 의심케 할만한 빌미를 제공, 의혹을 증폭시켰다.
 
▲ 16일 국회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왼쪽),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프레시안(최형락)

특히 김 전 청장은 경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전날인 지난해 12월 15일 의문의 점심식사 행적에 대해 시종 '모르쇠'로 일관, 의구심을 키웠다. 또한 원 전 원장은 대선 전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핵심인물인 권영세 현 주중 대사와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문제로 전화 통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밝혀 논란을 낳았다.

야당 특위위원들은 두 증인의 발언 등을 토대로 대선 사전 모의 '퍼즐 맞추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국정원의 조직적 댓글 공작이나 경찰의 수사 은폐 등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완전히 규명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용판, 12월 15일 '미스터리 점심' 이후 사건 축소·은폐 시작"

야당 특위위원들은 오후에 이어 김 전 청장의 12월 15일 낮 행적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이들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 직전 가진 점심 식사 자리에서, 김 전 청장이 국정원 사건과 관련된 유력 인사들과 대책 회의를 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견지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점심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정보부장, 정보과장 등 12명과 오찬을 가졌다고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자료를 통해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고, 김 전 청장은 "누구와 식사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 간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당일 해당 식당의 예약 접수증을 복사해왔다"면서 "15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있었고 7명이서 28만원을 계산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총 7명이 식당을 했고 3만5천원짜리 밥을 먹었다"며 "여기에 소주 2병, 맥주 5병으로 '소폭'을 만들어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식사를 한 뒤 7시에 구로서에 도착을 한다"며 "한 시간 동안 시간이 비는데 한 시간 동안 무엇인가 벌어졌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이어 같은 날 저녁 디지털증거분석관실의 CCTV 영상을 제시하며, "김 전 청장이 국정원 직원을 만났는지 청와대 직원을 만났는지, 박근혜 캠프 직원을 만났는지 1시부터 7시까지 무슨일이 있었는지 지시 상황이 급변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후 8시 8분에 댓글이 발견되고 24시간 이후 언론 브리핑을 시작하며 사건의 축소와 허위가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대선 기간 중에 어떤 정치인도 만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지켰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아까 정치인하고 점심 먹었냐는 질문에 (김 전 청장이) 펄쩍 뛰었는데 그럼 국정원 직원들이랑 먹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3만 5000원짜리 식사를 했고 오후 5시에 사우나를 갔다. 그곳에서 손가락을 문에 끼어 다쳤다고 병원 임상기록에 나와 있는데 술을 먹고 사우나 간 것 아니냐"면서 "그 중요한 시기에 사우나를 들락거릴 정도의 여유는 있었느냐"고 따졌다.

원세훈 "권영세와 선후배 관계… 대화록 논의 차 개인적으로 통화"

원 전 원장은 대선 직전 권 대사와 전화통화를 갖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고 실토하면서 다시금 대화록 사전 유출 논란에 또 다시 불을 지폈다.

원 전 원장은 권 대사와 통화를 한 적이 있지 않느냐고 추궁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의에 "대화록과 관련한 상의를 했다"면서도 "국정원 사건에 대해선 상의하지 않았다"며 연결 의혹을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통화 경위에 대해 "학교 선후배고 개인적으로 가깝다"며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계속해서 (대화록을) 공개를 하라는 입장이어서 (권 대사와) 상의를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은 원 전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권영세 NLL 녹취록'의 신빙성을 높여준다며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적절치 못한 통화"라며 "현직 국정원장이 어마어마한 비밀대화록을 당시 민간인인, 그리고 유력 대선후보의 선거캠프 2인자와 생각이 어떻냐며 통화했다. 엄청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권영세, 대선 공작의 중심 드러나 청문회 증인 채택해야"

원 전 원장과 권 대사의 대선 직전 통화 사실이 드러나자, 야당 특위위원들은 "권 대사가 대선 공작의 중심에 있었다"며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정 의원은 청문회 말미에 "오늘 분명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진 게 있다면 권영세 대사와 원 전 원장과의 13일 전화통화"라며 "김무성 의원은 물론이고 권영세 대사 부분은 증인채택을 꼭 해야만 하는 팩트(사실)가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와) 증인 채택을 발표할 때 비합의된 증인은 김무성, 권영세를 의미한다"며 "증인 채택은 간사 간 위임된 사항으로 권성동 간사가 하자고 하면 증인이 되는 것"이라며 권 의원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답변을 거부한다"며 "오늘 김무성·권영세에 대해 증인 채택을 하자는 것에 대해 정 간사에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권 의원의 증인 채택 거부 의사 표명으로, 김무성-권영세 증인 채택 건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두 사람을 증인으로 세우려면 법에 따라 일주일 전 통보가 돼야한다. 국정조사 마감일이 23일임을 감안할 때 16일인 이날 출석 여부에 대한 여야 합의가 끝났어야 했다.

결국 두 인사의 증인 채택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야당 측의 향후 입장이 주목된다. 야당 특위위원들은 두 증인 없이는 19일 청문회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19일 청문회 불참까지 검토하고 있어 막바지에 다다른 국정조사가 또 다시 파행 사태를 맞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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