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8.17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취임 후 처음 내놓은 ‘주택공급대책’에서 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핵심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을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다시 시작한 재초환을 새 정부 시작과 함께 완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건축으로 인한 과도한 시세차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재초환 부담금을 정부가 완화해 줌으로써 투기 세력의 불로소득을 정당화해주는 모양새라는 비판이다.
지난 16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재초환 부담금 부과 기준을 조정해 면제 금액을 상향하고, 부과율 구간을 확대해 부담금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5년만에 부활한 ‘재초환’ 완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 부동산 전문가 “재건축 사업 과열 우려 커”
재초환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5월24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건축이익환수법)’이 제정되며 처음 도입됐다.
‘재건축초과이익’은 재건축사업으로 인한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을 초과해 조합에 귀속된 주택가액의 증가분이다. 정확히는 재건축 사업 종료시점 주택가액(공시가격)에서 재건축 개시시점 주택가액(조합설립 당시 공시가격)과 공시비, 조합운영비 등 개발비용, 정상주택가격 상승분을 뺀 뒤 조합원 수로 나눈 액수다.
그리고 이렇게 산정된 가구당 재건축초과이익에 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부과율(10~50%)을 곱한 금액이 최종 재초환 부담금이 된다.
현행법상 부담금 부과율은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천만원 이하일 땐 면제되지만, ▲3천만원 초과 5천만원 이하일 땐 10% ▲5천만원 초과 7천만원 이하 20%... ▲1억1천만원 초과는 50%까지 부과된다.
하지만 재초환은 그동안 여러 정부를 거치며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2년 말 MB정부는 재초환 시행을 중단하는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재초환 시행을 막았다.
그 결과 2014~2015년을 기점으로 재건축 거래 붐과 아파트 값 급등이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 역시 경기 활성화 명목으로 재초환 시행을 유예하는 등 재건축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결국 2017년 문재인 정부는 8.2부동산대책을 통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부동산시장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재초환 부활을 통해 강남 재건축 투자자를 비롯한 다주택 투기수요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윤석열 정부가 다시금 재초환 부담금을 완화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2006년 도입된 재초환은 제대로 시행도 안 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유예됐고, 문재인 정부에서야 부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재초환 부담금이 부과된 건수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다시 재초환 부담금 완화를 만지작거린다는 건 재건축 개발 이익환수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미현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도 “재건축 등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개발이익을 공정으로 환수하지 않으면 재건축 사업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게 돼 더욱 재건축 사업을 과열시킬 것”이라며 “그런데도 재건축 부담금 감면을 확대하겠다거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행보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기 뉴타운 사업에서 경험했던 강제퇴거 등 많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인 방안 없이 ‘재초환 완화’ 카드 꺼낸 정부
... “부동산 시장에 던진 ‘집값 인상 시그널’”
재초환은 도입된 지 17년가량이 지났지만, 부담금이 부과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재초환 1호 부과대상으로 꼽히는 서울 반포현대(반포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재건축조합도 애초 올해 3월 부담금이 부과될 예정이었지만, 서초구가 7월 말로 이를 유예하며 아직 부과되지 않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업계획승인 단계에서 재초환 예정금액이 통보된 단지는 전국적으로 83곳 정도다.
게다가 이들 재건축조합 대부분은 ‘부담금 부담이 너무 크다’며 납부 유예를 요구해 왔다. 반포현대 역시 마찬가지다. 반포현대는 2018년 가구당 부담금 예정액을 1억3,569만원을 통보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집값이 크게 상승한 만큼 확정 부담금은 가구당 3억~4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정부가 재초환 완화 방안을 구체화하진 않은 만큼 추후 부담금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예상하긴 힘들다. 정부는 오는 9월 중 세부 재초환 부담금 감면안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나마 앞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의 개정안 발의안대로 3천만원인 면제 기준을 1억원으로 상향하고, 2천만원마다 상향되는 누진 부과구간을 3천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김성달 국장은 “윤석열 정부는 규제 완화의 방향과 계획에 대해서만 발표했다. 구체적인 규제 완화 내용이나 시점들은 불분명하다”며 “그럼에도 이런 발표를 했다는 건 부동산 시장을 향해 ‘우리가 규제를 풀 테니 걱정 말아라’, ‘집값은 우리가 떠받쳐 줄 거다’라는 신호를 보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려 하기보다 끌어 올리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재초환 완화는 정부가 나서 재건축조합원들에 특권을 주고 불로소득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오래된 집을 헐고 새집을 짓는다면 그 비용은 집주인이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 만약 이 과정에서 초과 이익을 발생했다면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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