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김건희 여사 ‘논문 검증’ 교수들 “점집 사이트·블로그 등 복붙, 상상초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9/07 07:25
  • 수정일
    2022/09/07 07: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석연치 않은 국민대 조사 결과에 직접 검증 나선 교수단체 “이정도면 학회지 논문도 1시간 안에 가능”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의혹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 학계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김건희 여사의 학위논문과 기타 논문 3편은 명백한 표절이라며 표절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2022.09.06. ⓒ민중의소리 
 
"너무 많네요. 끝도 없이 나옵니다. (PPT 화면을) 넘기는 것도 힘드네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검증한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이사장이 6일 검증 내용을 담은 프레젠테이션(PPT) 자료 화면을 넘기며 한 말이다. 제목과 목차 등을 제외하고도 무려 70여쪽에 달하는 페이지에는 김 여사의 논문 4편이 표절이라는 증거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

이번에 드러난 검증 결과를 보면,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표절 의혹 외에도 점집 홈페이지나 사주팔자 블로그에 나온 글을 그대로 '복사-붙여넣기'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검증에 참여한 이들은 "(이 정도 수준이라면) 한 시간 내에 학회지 논문을 게재할 수 있다", "상상을 초월한다"는 뼈 있는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김 여사 논문은 표절이 아니'라는 국민대학교 검증 결과와는 대비될 수밖에 없다. 

표절 논란 논문들 일일이 대조해보니
블로그, 해피 캠퍼스서 '복붙'한 내용 수두룩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의혹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 학계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김건희 여사의 학위논문과 기타 논문 3편은 명백한 표절이라며 표절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2022.09.06. ⓒ민중의소리
사교련,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사학민주화교수노조 등 교수·학술단체 14곳으로 구성된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검증단)'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여사 논문을 검증한 결과 내용과 문장, 개념과 아이디어 등 모든 면에서 광범위하게 표절이 이뤄졌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증단은 "특히 놀라운 것은 학계에서 전혀 인정할 수 없는 점집 홈페이지나 사주팔자 블로그, 해피 캠퍼스와 같은 지식거래 사이트의 자료를 출처를 명기하지 않고 거의 그대로 복사해 붙였다"며 "중·고등학생에게도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 지식거래 사이트를 이용한 것은 도무지 묵과할 수 없는 것이며, 형사 문제가 될 수 있는 특허권 도용의 여지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검증단이 조사한 논문은 김 여사의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3편 등 총 4편이다. 이 논문들은 국민대학교가 표절 결과를 발표하며, 3편은 '표절 아님'으로, 나머지 한 편을 '검증 불가'라는 결론을 내렸던 논문들이다. 검증단은 국민대의 검증 결과를 "상식 밖의 결과"라고 지적하며, 직접 검증에 나서고 결과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범학계 국민검증단(검증단)이 6일 발표한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실태 중. ⓒ범학계 국민검증단(검증단) 제공

검증단의 검증 결과를 보면,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 애니타 개발과 시장 적용을 중심으로'는 총 860문장 중 220문장이 출처 표시 없이 그대로 베껴 쓴 것으로 조사됐다. 숙명여대 구연상 교수의 논문 중 40문장을 그대로 복사해 붙이거나, 해피 캠퍼스의 자료, 사주팔자나 생로병사 등 개인 블로그에 실린 글, 통시 판매업 신고업체의 홈페이지 등에 나온 글도 그대로 실었다. 전체 논문 147쪽 중 출처가 제대로 표시된 쪽은 8쪽에 불과했다.

학술지에 실린 논문도 비슷하다. 논문 영문 제목 중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로 표기해 논란이 됐던 논문인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역시 118개 문장 중 무려 50개 문장이 타인의 논문과 언론 기사에서 나온 문장을 복사해 붙여 넣었다.

'애니타를 이용한 Wibro용 콘텐츠 개발에 관한 연구 : 관상·궁합 아바타를 개발을 중심으로' 논문은 논문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남녀의 좋은 궁합의 예'라는 부분이 사주 궁합 관상 블로그에서 긁어온 내용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 논문은 김영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사학위 논문을 분석 결과까지 그대로 복사해 붙였다. 검증단은 "본 논문은 김명신(김 여사 개명 전 이름)이 작성한 부분과 김영진이 작성한 부분의 차이를 찾기 힘들 정도로 표절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여사 논문 표절 아냐' 국민대 조사와 상반된 결과
검증단 "표절 시스템으로 걸러낼 수 없는 내용까지 검증"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자료사진. ⓒ뉴시스
 

앞서 국민대는 지난달 1일 표절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김 여사 논문 4편 중 3편을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 부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증 불가' 판단을 내린 논문 1편에 대해서도 논문 자체의 미흡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논문이 나온 2007년 당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민대가 당시 '카피킬러'로 조사한 표절률은 7~17% 수준에 불과했다. 논란이 일자 국민대 교수회 회원들은 재검증 필요성을 두고 투표를 진행했지만 과반인 61.5%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국민대와 검증단의 검증 결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중부대학교 김경한 교수는 이에 대한 질문에 "예를 들어 (김 여사 논문에는) 특허를 도용한 내용도 나오는데 이런 내용은 표절 시스템으로 걸러질 수 없다"며 "검증단은 표절 시스템으로 걸러낼 수 없는 것까지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검증단은 단순 논문 표절을 넘어 대필이 의심되는 정황도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장은 "원래 학교에서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학술지에 논문을 몇 편 쓰라고 요구한다. 그런 절차에 의해 김 여사도 학회지에 기고, 투고한 것 같다"며 "그런데 박사학위 전 학술지 논문 3편의 질이 오히려 낫다. 학술지 논문에서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는 다양한 분석 방법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회장은 "본인이 직접 논문을 썼다면 이렇게 해피 캠퍼스나 블로그에서 무차별적으로 복사해 넣을 수 있는 용기 있는 학자는 우리나라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이유에서 대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가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논문의 작성자인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저는 김 여사가 단순 표절을 넘어서 저자 바꿔치기를 한 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단순 표절도 악행이지만 단순 표절을 넘어 저자 바꿔치기를 하고 표지갈이를 하는 건 더 악행"이라며 "앞으로 이런 부분까지 학계가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자정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 여사의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석사논문 역시 표절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숙명여대는 지난 2월부터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숙대 재학생들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김 여사 논문 심사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전개하는 중이다.

검증단은 우선 숙명여대의 자체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상식과 동떨어진 결론이 나온다면 즉각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